콜드게임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1년 6월
절판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인지라 이번 작품도 기대가 많이 되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전작으로 만났던 택시 드라이버의 이야기를 담은 '그날의 드라이브'도 참 좋았는데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특히 고3인 아이들이 중2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건이 점점 파헤쳐지는 구성인지라 더욱 흥미진진해서 앉은 자리에서 금방 다 읽어버렸을 정도로 빠져든 작품이다.






사실 '이지메'라는 단어는 일본어에서 온 단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학창시절에만 해도 그리 친숙한 단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지메'를 일컫는 왕따, '히키코모리'를 일컫는 은둔형 외톨이 모두 어쩌면 일본에서 유래한 단어가 아닐까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우리 학창시절에도 물론 약자의 아이들이나 사투리가 심한 전학생을 놀리거나 하는 일은 있었어도 반 아이들 전체가 괴롭히거나 왕따를 했던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어린시절을 거슬러보건데, 한가지 기억나는 사건은 있긴 했다.



담임선생님이 반장에게 너무 권위를 준 나머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처럼 반 아이들을 많이도 괴롭혔던 기억. 담임선생님도 그 아이의 말을 무조건 믿어서 맘에 안드는 아이들을 마구 고잘질해서 약자였던 나도 참 혼났던 기억이 많았는데 그 기억이 어린 마음에 큰 상처가 되었던 것 같다. 그 뒤로 1년 반 정도 뒤에 다시 전에 다녔던 학교로 전학을 하게 되어 학교생활에 안정되었으나 그때의 기억은 잊지 못했고 그때의 담임 선생님과 반장의 이름은 아직도 기억할 정도다. 그래도 고등학생이 되었을때 그 반장을 다시 만날 기회가 되어 그때의 일을 사과받고 나서야 마음이 풀렸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그때의 담임선생님께는 사과를 받지 못해 응어리가 남아 있지만 말이다.



한편,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일본에 유학을 하게 되었던 게 계기가 되어 일본의 문화에도 꽤 오랜 시간동안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가족이나 사회에서의 국민성에 대해서는 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일본의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어서 조금은 그 아이들의 반 분위기를 접해볼 기회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이 왠지 더 깊이 다가왔던 것 같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한창 고교 야구가 시작되는 고3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진로를 고민하던 야구소년 미츠야에게 중2때 같은 반이었던 료타가 찾아온다. 료타로 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동급생들이 한명 한명 습격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 배후가 중2때 같은 반이었을때 당시 아이들에게 왕따의 존재로 있었던 토로요시(별명으로 불리는 이름, 실제 이름은 히로요시)라는 충격적인 이야기. 게다가 범행은 예고가 있은 후에 시작되었고 토로요시가 당시 당했던 것과 연관된 복수가 시작된다. 왕따에는 가담하지 않았던 미츠야와 당시 왕따의 주범격이었던 료타가 서서히 사건을 파헤쳐 가는데.....



한사람 한사람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충격의 반전과 또 반전이 기다리는 이야기로, 읽는 내내 책에서 손을 놓치 못하게 하는 구성인 듯 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을 들게 했던 작품이다. 고3이라는 부분에서는 우리나라랑은 좀 다른 정서와 일본 10대들의 생각과 교우관계, 그리고 그들을 가정과 사회 문제 등 둘러싼 문제 등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구성이다. 뒷부분에서 토로요시의 충격적인 실체와 함께 긴박한 상황으로의 전개,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마음 한켠이 아리면서도 따스해지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기와라 히로시 작가님 특유의, 각각의 인물이 지닌 캐릭터가 지닌 심리를 이해해 볼 수 있어서 몰입도가 뛰어났던 작품인 것 같다.



아주 살짝 흠이라면 직역에 충실한 번역이었을까. 한자어의 경우 일본어의 표현을 그대로 직역한 듯한 좀 거슬리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을 애독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평소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권할만한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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