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아이들 (양장) - 히로세 다카시 반핵평화소설, 개역개정판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육후연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두달도 채 안된 일본 지진해일이 안겨 준 충격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아마도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일 것이다.

이미 지진이 났을때 1호기가 폭발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어 더 큰 피해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인접해 있는 우리나라와 인근 바다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 요즘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몸 속에 배출되지 않은채로 축적될 수 있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까지 하니 자녀를 둔 부모로써 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원전 사태가 러시아에서 있었던 <체르노빌>의 사태보다도 더 심각할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체르노빌은 얼마나 큰 피해를 주었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체르노빌의 아이들>에는 소설이지만 그날의 기록처럼 생생하게 당시 참혹했던 원전 사고 사태를 소설형식이나마 적나라하게 소개한다.

특이할만한 것은 이 책의 저자가 당시의 사건을 기억하는 러시아인이 아니라, 일본의 반핵, 평화 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히로세 다카시씨가 쓴 책으로, 꽤 현장감있는 느낌으로 원전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러시아 정부와 책임자들 때문에 안타깝게도 생이별해서 죽어가는 가족과 고통받는 많은 아이들에 대해서  소개한다.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던 그날, 원전 폭파로 생긴 '죽음의 재'라고 일컬어지는 그것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가족은 침착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하지만 끝내 죽음을 맞이하는 참 비참한 이야기에 섬뜩함마저 들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안전하다는 이야기만 듣고 원전 근처에 살아가던 사람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안전하지 않았으며, 러시아 정부는 안전대책은 커녕 다른 곳을 시민들까지 동요할까봐 사건이 터진 곳 사람들을 무력으로 통제하고 게다가 사건을 외부에 알리는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게다가 원전 관계자라는 것만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기 이전에 죽음을 무릅쓰고 강제적으로 끌려가서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 수습에 나서야 했던 한 아버지의 죽음과, 또 그곳으로부터 도망쳐나왔다고 잡혀가서 총살을 당하는 무시무시한 상황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비록 소설이기는 하나 르포형식으로 된 소설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이 단순한 소설로 엮여져 있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서 실감하게 되었다.

원전의 죽음의 재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본 것은 역시 어린 아이들이었다.

온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면서 점점 생기를 잃고 죽어가는 병. 혼란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원전에서 멀리 떨어졌다고 생각해도 이미 때는 늦은 것.

사건이 터진 현장에서는 분명 통제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사람들의 통제만으로는 이미 도를 넘어섰고, 대응도 늦어졌다.

 

이 책 속에서는 한 가정의 단란했던 일가족이 하루 아침에 고통에 몸부림치며 또 뿔뿔히 흩어져서 서로의 생사를 알지도 못한채 죽어가게 된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혼란속에서 침착하게 피난하려했지만, 발전소 직원이었던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인 안드레이는 아무런 보호장비없이 사건이 투입되어 결국 죽게 되었고, 몸이 약한 딸이네사도 혼란 속에서 오빠랑 떨어져서 숨이 멈춘다. 게다가 오빠 이반은 사고로 눈이 실명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을 생을 마감해 버리고 엄마인 타냐 자신도 아이들의 소식을 알지 못한채 방사능에 오염되어 죽어가는데.....

 

이 책은 최근에 나온 책이 아니라 1990년 일본 출판사 신쵸사에서 출간되어 당시 100만부 이상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고 일본 사회에 반핵운동의 바람을 일으켰었다고 한다. 결국 일본도 그 이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50%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당초 계획이었으나 지진해일로 원전사태가 심각해지자 결국 원전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를 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원전을 총 전력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고 하는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체르노빌 사태와 일본의 교훈을 통해 이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묵과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한반도도 결코 지진 안전 지대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니만큼 제2,제3의 체르노빌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원전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보며 더욱 절실해지는 원전 사태의 심각성과 엄청난 흉폭성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의 에너지 정책도 새롭게 재검토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절실하게 느꼈다. 이 책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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