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 분단된 나라의 슬픔, 비무장지대 이야기 평화그림책 2
이억배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6월
장바구니담기


올해로 광복 65주년, 일본에 의해 강제 병합된 경술국치 10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해방의 기쁨을 누리기도 잠시,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이어진 한국 전쟁으로 또 다시 시련이 있었던 우리 나라.
내 어린 시절에도 가난은 있었고,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4남매를 키우시느라 우리 부모님 등허리가 다 휘셨지만, 그래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말씀을 하시곤 하셨던 기억이 난다. 내 어릴적 살아 계셨던 할머니는 산으로 피난을 가기를 몇번하시고, 난리통에 기르던 소를 잡아서 가셨다고 하는데, 쇠고기를 몇번이나 먹어야 했던 피난길에 냄새만으로도 그때 기억이 나신다며 돌아가실때까지 쇠고기는 싫다고 하시며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귀도 잘 안들리시던 할머니, 그때 포탄 소리에 얼마나 놀라셨을까.

한편, 어릴적 전쟁에 대한 공포심을 불러왔던 반공 교육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는 전쟁에 대한 공포심보다 평화교육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전쟁을 겪었던,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는 이제 점점 연세가 있으셔서 돌아가시기도 하고, 점점 더 전쟁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8.15를 즈음하여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또, 이념때문에 남북으로 갈려, 뜻하지 않게 이산 가족의 아픔을 겪게 된 주위의 사람들을 돌아보며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이 없도록 상기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사계절에서 출간된 <비무장 지대에 봄이 오면> 속에는 비무장 지대의 모습과 더불어 그곳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살아가는 동물들과 자연을 소개하며, 비무장 지대를 바라보며 전망대를 들르는 쓸쓸한 등을 한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금단의 땅 비무장 지대는 임진강 하구에서부터 고성군 명호리 바닷가까지 약 248km에 이르는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2km씩 물러나 세워진 철책과 철책 사이의 공간으로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을 가리킨다고 한다.
불과 4km정도의 거리를 두고 남과 북이 대치되어 있는 가운데, 비무장지대는 아무것도 무장하지 않은 지대를 뜻하지만, 실은 그곳에는 서로 대치된 가운데 무장한 군인들이 늘 지키고 삼엄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고.

그런 비무장지대에서 남과 북은 이념으로 나뉘었지만, 동물과 자연은 그곳에서도 다른곳보다도 더 아름다운 자연으로 자리를 잡고 있음을 이 책에서 소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이 이 비무장지대에서는 자생하거나 잘 자라고 있다는 생태학자들의 보고도 TV를 통해서 종종 접한다. 봄이 되면 점박이 물범 가족들이 백령도까지 헤엄쳐와서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고, 여름에는 새들이 날아와서 둥지를 틀고, 수달 형제도 오고 고라니도 연잎을 뜯어먹으러 오는 자유로운 동물들의 공간, 그리고 식물들이 마음껏 자랄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곳엔 철조망이 가로막혀있고,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군인들은 허물어진 진지를 다시 쌓고 녹슨 철망을 손질하고, 여름이면 행군에 고단한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봄이 되어도 여름이 되어도 할아버지의 쓸쓸한 등은 전망대로 향해 북녘 두고온 땅을 바라보는데......


이 책처럼 저 굳게 닫힌 통일문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

이억배님의 글과 그림으로 된 이 책은, 사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꽤 생생하게 담겨 있다고 느껴지는데,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하여 실제로 민통선 안쪽을 답사하고 생태전문가들을 따라다니며 함께 했다고 한다. 직접 발로 걸어 땀흘려 만들어낸 그림이라서 그런지 더욱 생생하며 비무장지대의 자연과 분단의 아픔을 아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구성이다.

특히 이 그림책은, '한중일 공동 기획 평화그림책'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함께 출간이 되었다고 하여 더욱 뜻깊은 의미를 지니는 그림책인 것 같다.
이 그림책 시리즈의 취지는 '어린이들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국 · 중국 · 일본 세 나라의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함께 만드는 그림책 시리즈로, ‘과거를 정직하게 기록하고 현재의 아픔을 공감하며 평화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이야 우리랑 입장이 다르니 분단의 아픔을 어떻게 이해할까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그곳에는 많은 재일교포들이 있고, 또 학교에서도 평화교육의 일환으로 우리나라를 수학여행지로 삼는 학교들도 많아서 이 책이 참 의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할 이때에 아이들에게 전쟁의 아픔과 함께 평화를 얼마나 간절히 희망하는지 절실히 느끼게 해줄 시간이 될 것 같다.


<책 속 이미지와 일부 소개한 내용의 저작권은 해당 출판사와 원작자에게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