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오래 살아본 경험은 있지만 사실 여행보다는 생활이 더 주가되어 많은 길을 걸어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참 많이 아쉽다. 딱 한번 한국에서 온 친구들이랑 도쿄와 요코하마를 돌아보고, 닛코에 가서 신나게 탐험을 하고 동북지방까지 이동하여 장장 15일간을 각처마다 있는 유스호스텔을 예약해서 한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도보로 다니기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살펴보고 후다닥 돌아왔던 여행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김남희님은 도보여행가로 잘 알려진 분으로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났지만, 참 마음에 드는 여행작가님이었다. 글도 여정도 참 열정이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일본에 있을 당시 산에 몇번 가보았는데 여름에도 눈이 있을 정도로 산이 높고 험한 곳도 많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삼림이 빽빽하게 우거져서 여름에도 서늘하면서도 곰도 출몰한다고 하여 섬뜩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그 길고 긴 코스를 여자의 몸으로 혼자서 다녔다는 것만으로도 참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 <일본의 걷고 싶은 길>은 1,2권으로 구성이 되어 1권에는 홋카이도에서 혼슈까지의 여정이 담겨져 있다. 총 2년여에 걸쳐 일본 최고의 걷기 여행 코스들을 찾아서 도보여행을 한 기록을 담은 거라도 한다. 그리고 일본 열도 전역의 주요 트레킹 코스도 소개해 놓았다. 보통 일본 여행하면 도쿄부터 시작해서 먹거리와 쇼핑 여행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길을 걷는다고 하는 여행 자체가 참 신선한 여행방법이 아닐수 없는데, 이 책에 소개된 트레킹 코스 또한 아직 한번도 다녀보지 못했던 곳이어서 참 흥미로웠다. 한가지 독특한 것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여행에서는 역시 먹는게 큰 몫을 차지하는데 육식을 좋아하는 내가 보기에 그녀는 육식을 안하기로 한지라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참 궁금했었다. 그런데 역시 일본 음식 중에서 육식을 빼고도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는것을 느끼게 해주는 여정이 또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게다가 여정지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함께 걷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면서 좋아하는 새우튀김을 얻고 고기를 나눠주면서 함께 했던 식탁에서의 모습도 참 정겹고 자연에서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듯한 글과 또 일본의 유명한 하이쿠 시인이나 바쇼 등의 시가 중간중간 여정을 더 아름답게 이어준다. 첫장을 넘기면서 부터 마음을 사로잡는 멋진 풍경에 넋을 놓고 빠져들기 시작한 여행길이 담담하면서도 특유의 개성이 느껴지는 문체의 글로 점점 빠져들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냥 여행만 하고 사진만 찍고 쓴 글이 아니라 그곳에서 유창한 일본어는 아니더라도 대화도 나누고 살아가는 사람들과도 만나고 사람냄새나는 여정이었음을 느끼게 해주어서 더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일본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혼슈에서의 온천과 전통 건물들도 사진으로 보면서 한껏 마음은 일본 도보여행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