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도 괜찮아 그림책 보물창고 51
케이트 뱅크스 지음, 신형건 옮김,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가운데 연필과 지우개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감격이란.
글씨를 쓰고 지우는 일이 어찌나 신기하고 재미있던지 쓰고 또 지우고를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하긴 그때는 종이 질도 안 좋아서 지우개로 잘못 지우다간 종이가 찢어지기도 했던 기억도 나고 연필도 자주 부러져서 칼로 깍는것도 참 힘들었는데 요즘은 편리한 샤프도 잘 나오고 연필도 잘 안 부러지면서도 부드럽게 잘 써지는 좋은 연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난 참 글씨를 못쓴다. 아니 바르게 또박또박 써야하는데 손이 잘 굳은 듯한 느낌이 나면서 제멋대로 움직인다. 어릴때 필기를 많이 해서 그런것도 있고 성질이 급해서 빨리 쓰려고 하다보니 그런것도 있고, 정말 모질게 많이 내주던 숙제를 꾸역꾸역 다 해가는 버릇이 들어서 그런것도 있다.
한창 바르게 또박또박 써야하는 시절,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주시고는 빨리 지우는 바람에 필기를 다 못했던 기억이 있어서 필기를 빨리 하려고 했던 강박관념도 작용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글씨하면 너무 후회가 된다. 바르게 또박또박 쓰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서 말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 책은 참 많은 안심감과 더불어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같다.
이 책은 <낱말 수집가 맥스>로 유명해진 그 ’보리스 쿨리코프’의 그림으로, 글  작가 케이트 뱅크스와 그림작가 보리스 쿨리코프의 두 아들의 이름이 우연하게도 똑같이 ’맥스’라고 하여 명콤비로 탄생하게 된 두 작가가 이번에도 역시 맥스가 등장하는 그림책으로 함께 손을 모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연필을 꼭 쥔 소년 맥스를 따라다니며 틀릴때마다 싹싹 지우는 지우개들이 주인공이다. 특히 지우개는 연필 꼭지에 끼워서 사용하는 동물 모양의 지우개들로 깜찍하게 소개된다. 부엉이 모양, 악어 모양, 돼지 모양의 지우개는 맥스가 계산을 틀렸거나 글씨를 잘못썼거나 그림이 잘 안그려질때도 깨끗하게 지워준다. 그런데 임무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지우지 말아야 할 곳까지 지워버리고, 때로는 그림이 너무 무서워서 지우지 못하고 벌벌 떨기도 한다.
 
상상력이 넘치는 재미있는 구성으로 살짝 소심해보이는 지우개들을 통해서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실수해도 괜찮다고 하는 메시지를 책 속에서 느껴볼 수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실수 자체에 대해서만 너무 질책하거나 실수해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 같은 걸 은연중에 어주는 경우도 있는데, 실수를 하더라도 지우개로 싹싹 지울 수 있다는 방법을 통해 긴장감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다. 나의 어린시절에도 실수해도 괜찮다고,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던 그 누군가, 아니면 이 책이 있었더라면 좀 더 편안해졌을까?
실수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워볼 수 있는 귀중한 진리를 일깨워주어, 내 아이에게도 나의 어린시절처럼 글씨가 컴플렉스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몇번이고 함께 읽었다. 

 
<책 속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출판사와 원작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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