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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드라이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인생을 살아가면서 지금 이순간이 최고다 라고 매 순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만은 아닌것 같다. 여자로 태어나 공부가 뭐고 대학이 뭐냐는 어른들 밑에서 자랐지만 배움을 갈망하던 나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엄마의 노력으로 유학까지 하게 된 나. 대학 졸업후에도 대학원에 직장생활까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누려볼만큼의 자유와 남들 하는 만큼의 경력을 지니고 당당하게 살았던 나였다. 그런데, 결혼하고 전업주부로 누구누구의 아내에서 누구누구의 엄마로, 또는 누구누구네 며느리로 살아가는 생활에서 가끔 다른 모습으로 살았더라면 하고 상상을 해보곤 한다.
가끔 지금 이 순간이 다른 상황이라면.....이라고 꿈꾼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소설을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일본에서도 잘나가는 은행인 나기사 은행에서 소위 엘리트 대열이라고 하는 은행맨으로 일하며 잘 닦인 8차선 도로같은 인생을 살았던 우리의 주인공 노부로. 그는 이 책 속에서 현재 택시 운전사로 일하고 있다.
43살의 불혹을 넘긴 마키무라 노부로. 잘나가는 은행맨에서 지점장에 단 한번 불복종한 것을 이유로 좌천을 당해 호기를 부려 사표를 던지고 은행을 그만두었다. 은행을 그만두고 경력 상승을 위해 다른 은행이나 생명보험사에 면접을 봤지만 계속 낙방하여 결국 택시 운전사를 하게 된다. 43살의 그를 받아준건 택시회사 뿐이었던 것. 하지만 노부로는 자존심때문에 택시 운전을 하면서도 자신이 전에 일했던 은행 근처에는 가지 않으려 한다. 한편, 순조롭게 출세했던 때의 은행맨 시절의 자존심때문에 신세한탄을 하며 그날그날의 입금 할당량도 채우지 못해 우울해하다 결국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원형탈모증까지 생겼다.
게다가 잘나가던 은행맨 시절에는 바빠서 등한시했던 가족들에게 차가운 시선과 소외된 느낌을 받은 노부로는 20년전 대학시절로 돌아가 동아리에서 만났던 메구미와의 관계를 돌이켜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상상해본다.
그렇게 운전을 하며 상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에게 조금씩 변호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매일매일 운전을 하며 길을 헤매기도 하고 멀리 돌아가기도 하고 손님과의 트러블이나 직장상사와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서서히 요령을 터득함과 동시에 인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소중한 진리를 깨달아간다. 그리고 서먹서먹했던 가족과의 관계도 서서히 회복되어 가는 과정도 느껴볼 수 있다.
인생의 기로에서 선택이란 참으로 중요한 것이겠지만 때론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삶의 방향으로 흘러갈때 좌절하고 낙심하게 된다. 그런 노부로의 마음이 초반부에 잘 표현이 되어 있고, 그가 서서히 자신의 인생의 문제에서 빠져나와 편안해지는 모습이 조금씩 현실을 즉시하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화려했던 과거가 오히려 노부로의 걸림돌이 될수도 있었지만, 긴 터널을 빠져나온것처럼 서서히 편안해지는 노부로의 모습처럼, 이 책을 덮을때는 비로소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때론 차선변경을 하고 싶고, 순탄한 길로, 평탄한 길로 가고만 싶은게 인생이지만, 현재의 삶을 더 씩씩하게 걸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 다시 한번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해보며 읽으면 더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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