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숫자에 관심이 많은 우리 아이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요즘은 한자리 보다 두자리나 100까지도 세어보기도 하며 숫자사랑에 푹 빠진 우리 아이에게 숫자 그림책을 몇권 골라서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나본 책은, 지금까지 봐 왔던 다양한 숫자 그림책과는 달리 무언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골 소녀의 동심이 느껴지는 고전적인 숫자 그림책 <마리와 양 1 2 3>. 이 그림책은 프랑스 남부 시골 마을에 사는 한 소녀의 꿈을 서정적인 글과 그림으로 묘사했다고 한다. 책 속에는 시골 소녀 마리와 아기 양이 계절에 따라 펼쳐지는 세가지 이야기가 수록이 되어 있다. 성탄절에 받고싶은 선물을 상상하는 마리의 생각과 아기양과의 대화가 애틋한 느낌을 자아내는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선물을 못 받을까봐 걱정하느 양 파타폰을 위해 신발가게에 가서 신발을 사는 마리의 모습이 따스하게 담겨 있다. 그리고 두번째 이야기는 나무 아래 앉아서 즐거운 상상을 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양이 새끼를 몇마리 나을까에 따라서 달라지는 선물들에 대한 상상, 결국 아기양은 원하던 숫자는 아니었지만, 마리와 양에게는 상상하는 만큼 즐거웠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읽으면서 흐믓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편에는 마리와 양의 봄 이야기를 그린 구성인데 모험처럼 아주 즐겁고 재미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참 우습게도 우리 아이는 얼마전까지 돈을 살수도 있는거라고 여겼던 모양이던데, 그에 비해 마리처럼 물질이 귀하던 시절에는 소박하지만 양을 키우면서 꿈을 키우는 모습이 참 애틋하면서도 따스하게 전해져 왔다. 그러고보니 우리 어릴때도 비슷한 상상을 해본적이 있던 것 같다. 사실 숫자보다도 우리 아이는 돈의 가치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어서 장난감을 사는데 얼마나 드는지도 대략 꿰고 있는 편인데, 이 책 속 마리는 양을 통해서 그 꿈을 상상으로나마 꾸는 느낌이 참 재미있었나보다. 물질에 대한 깊이있는 생각도 함께 해볼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아주 작은것이지만, 주어진 만큼에도 행복을 느껴볼 수 있는 소박한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시간도 될 것 같다. 책 속에는 별책으로 영문판도 함께 수록이 되어 있어서 한글과 영어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참 알찬 구성이 마음에 든다. <책 속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출판사와 원작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