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이야마 만화경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은 각 지역마다 매년 마쯔리(전통 행사)를 성대하게 열곤 해서 참 흥미로웠다. 커다란 수레 위에 옛 전설이나 지역에 내려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 중의 한 부분을 꾸미거나, 색색의 유카타를 맞춰입고 꽃장식이 달린 우산을 들고 춤을 추며 행진하거나, 박진감 넘치는 남성들로 구성된 거리 행진이 이어지거나 각양각색의 모습들을 보면서 참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옛추억이 담긴 물건들도 팔곤 하던데 그 중 눈에 띄던 것이 바로 만화경이었다. 많은 노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마쯔리 행진이 있는 가도에서 만화경을 파는 아저씨의 인상이 지금도 선하게 기억이 난다. 신기한 만화경을 들여다보면 왠지 무언가에 빨려들어가는 느낌도 받았고 살짝 환상적인 느낌도 났던 그 만화경. 일본인 친구가 목걸이 형식으로 된 만화경을 사주어서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는데,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더욱 선명하게 각인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책 표지가 참 독특한, 실제로 만화경을 보는 듯한 알록달록한 표지가 눈길을 끈다. 게다가 일본 작가 중에서 좋아하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이라는데도 눈길이 갔다. 사실 지난번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라는 책으로 모리미 도미히코를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살짝 내용이 어딘가 모르게 나에겐 덜 다가왔는데 이번 편은 꽤 흥미로워서 초반부터 흡인력강한 이야기 구성에 읽는 내내 즐거웠다.

어찌보면 평범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읽다보면 반전이 있는 참 신기하고 즐거운 구성이다.

 

교토의 요이야마 마쯔리를 배경으로 한 환상과 현실이 오가는 재미있는 6개의 이야기 구성이, 하나로 이어지기보다 짤막짤막 단편들이 여섯개 모인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마치 만화경 속에서 보면 서로 맞물려서 모양을 이루어내는 그런 느낌처럼, 서로 어우러지는 이야기 구성이랄까. 그걸 연작 소설이라고 하는가보다.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구성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특히 이 책 속에서 배경이 된 곳이 교토의 기온 축제 중 하나인 ’요이야마’ 마쯔리(축제)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전에 교토에 놀러갔다가 본 적이 있는 축제여서 더욱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흥이 절정에 달아오르는 밤의 축제라는 요이야마 마쯔리의 밤을 무대로 하고 있는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유쾌하기도 하고, 따스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한 다양한 에피소드 여섯개로 구성이 되어 있다.

 

발레 교습을 받고 돌아가던 자매. 언니는 자유분방하며 호기심이 왕성한 반면, 동생은 겁이 많고 조금만 가던 길이 달라도 긴장을 하는 무척 소심한 성격이다. 언니와 교습이 끝나고 돌아가던 길에 마침 요이야마 축제로 인해 언니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그만 손을 놓치고 만 동생은 같은 유카타를 입은 소녀들에게 이끌려 가는데......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에서는 요이야마 저녁에 구경을 나섰다 딸을 잃어버리고 만화경 때문에 딸과 재회하는 이야기며, 요이야마를 매일같이 반복해서 살게 된 골동품점 남자의 이야기 등등이 이어지는데 이렇게 이야기가 하나하나 보면 다 다른 이야기 같지만, 모아보면 이어지는 독특한 구성이 과연 모리미 월드라고 할 수 있을만큼 독특하고 색다른 전개 구성의 소설이 아닐까 한다. 환상적이면서도 오싹한 느낌도 들고 참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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