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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휴양지
로베르토 이노센티 그림, 존 패트릭 루이스 글,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평점 :
지붕뚫고 하이킥(줄여서 지붕킥)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달까지, 매일매일은 아니었지만 즐겨서 시청했던 시트콤이었다. 중간 부분은 좀 빼먹었지만, 뒷 부분과 결말은 다 지켜본터라, 마지막 결말이 왜 그렇게 되어야했나 의아하기만 했다. 그래서 더욱 긴 여운을 안겨준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사실, 세경과 준혁의 러브스토리에 관심이 모아졌는데, 둘이서 나란히 볼로냐 원화 전시회에서 원화를 감상했던 부분은 사실 놓쳐버려서 아쉬웠다. 그래서 결말을 암시했다고 하는 화제의 책 <마지막 휴양지>가 궁금해졌다.
이 책은 표지부터 뭔가 독특했다. 표지 한면에 토막토막 잘려진 듯한 인상을 주는 그림들이 독특했고, 대부분의 그림책들이 제목과 목차 정도를 지나서 그림과 함께 시작하는데 비해 이 책은 우선 커다란 글씨로 씌여진 한페이지 분량의 글을 읽고 나서 두어장을 넘겨야 비로소 그림에 다다른다. 그런데 이번엔 그림만 있고 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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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살짝 소개해 보면...
여느 날과 다름없던 오후, 화가가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때, 화가의 상상력은 무시당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화가 난 나머지 휴가를 떠나서는 돌아오지 않기로 한다. 화가는 펜을 놓고 짐을 꾸려 빨간 자동차를 끌고 험한 길을 달려서 잃어버린 상상력을 찾아가던 길에 '마지막 휴양지'라는 외딴 호텔에 다다른다. 그 호텔에서 화가는 신비로운 소년, 외다리 선장, 병약하고 아름다운 소녀 등 어디선가 본 것 같으면서도 낯설고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모두 알 수 없는 이상하고 신비로운 인물들로, 저마다 무언가를 애타게 찾고 있다. 호텔에서 만난 인물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그들이 찾는 걸 찾아낸다면 자신의 잃어버린 상상력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다른 손님들은 하나둘씩 자신이 찾던 걸 발견해서 호텔을 떠나가는데 화가는 답을 얻지 못하는데....
처음엔 한장 한장 그림만 보고 TV에 나왔다던 장면을 찾아보았는데, 이상하게도 이 책에서는 빨간 머플러의 여인이 등장하는 그림은 없었다. 그렇다면 화제의 결말을 암시하던 그 그림은 가짜였을까. 책을 깊이 있게 읽어내려가는 동안 그 해답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맞는 정보인줄은 모르겠지만, 책 속에는 포함이 되어 있지 않지만 이 책을 그린 작가가 그린 또 다른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 전개가 다소 철학적인 느낌도 들고, 역시 수준높은 느낌을 전해주는 그림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아들과 가볍게 읽었던 그림책과는 차원이 다른, 아이들과 읽기에는 살짝 심오하고 좀 어려운듯 하지만, 그림도 마음에 들고 보다 깊이 있는 그런 느낌의 그림책이다. 이 책은 특히 글도 글이지만, 그림에 더 주목하게 된 그림책이다. 독특하면서도 섬세한 화풍에 놀라웠다.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일으키는 그런 화풍인 듯 하다.
사실 이 책 속에서 지붕킥의 스토리를 찾아내려고 접한건데, 그보다 깊이 있는 무언가를 얻은 느낌이다. 상상력의 부재에 놓인 한 화가의 고민, 그리고 낯선 호텔에서 만난 사람들은 사실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어떤 인물들이었는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참 독특한 구성에 이끌렸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쉽게 이해하지 못해서 좀 헤매긴 했지만 알고나니 흥미로웠다. 한권의 책이 주는 알쏭달쏭한 느낌과 미스터리 같은 느낌이 살짝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나 할까.
고전 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 같고, 화가의 상상력처럼 상상하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뒷편에는 <덧붙이는 말>을 통해 이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의 소개도 나와서 이 책을 읽고 다른 작품들을 함께 찾아서 읽어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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