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동화집 나 어릴 적에 - 박완서 선생님의 옛날이 그리워지는 행복한 이야기 처음어린이 8
박완서 지음, 김재홍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릴적 기억만큼 오래도록 추억으로 자리잡는 것도 없는 것 같다. 까만 연탄을 실어나르던 리어카, 동네 빙판길이 미끄러울까봐 연탄재를 깨서 길에 뿌렸던 기억,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자연을 벗삼아 놀던 어린 시절이 아련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파트와 컴퓨터 게임 같은게 기억으로 떠오를 것 같아 사실 좀 아쉬운 마음도 들긴 하다.

 

이 책 속에서 소개하는 <나 어릴적에>는 나의 어린시절보다도 더 거슬러 올라가 우리 어머니보다도 할머니 세대쯤 되는 옛날 이야기인 것 같다.

이 책은 저자이신 박완서 선생님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쓴 동화집이라고 한다.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출생하신 박완서 선생님은 어린 시절을 조부모 밑에서 보내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어머니를 따라 서울의 현저동으로 왔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이제 민속촌에나 가야 볼 수 있지만 하긴 우리 어린시절 시골에 가면 아직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가마솥에 쇠죽이나 밥을 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시대를 사셨던 선생님의 이야기라 아이들에게는 좀 생소한 이야기라 색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와 함께 어린 시절의 그리운 향기를 맡으며 읽어본 책이다.

 

 

선생님의 어린시절처럼 이 이야기도 자전적인 느낌으로 구성된 동화이다. 시골에서 조부모님 밑에서 자라왔던 여덟살난 여자아이는 서울서 데리러 온 엄마를 따라서 서울로 가게 된다. 당시에 도시 아이들에게 유행한다던 단발머리를 하고 기대를 하며 엄마를 따라 간 곳은 서울에서도 많이 외진 곳이었고 시골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이었다. 시골처럼 뒤란도 없었고 마땅히 놀 장소도 없었던 그곳에서 처음으로 친구의 손에 이끌려 감옥소 앞에서 짜릿한 미끄럼 타기를 하는데.... 그곳에서의 새 생활은 낯설기도 했고 또 때로는 위험하기도 했지만, 또 생활이 넉넉치 못해 힘든 생활이었고 엄한 엄마였지만, 엄마가 들려주는 구수한 옛날이야기처럼 담담하고 소박하지만 구수한 이야기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골에서 자라왔던 여자아이의, 서울에서의 도회지와는 다른 어려웠던 삶이지만, 추억으로 자리잡고 또 가족간의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가족 간의 정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편리해졌지만, 좋아진건 아니다'라고 하던 현대의 모습 속에서 어린시절 좋은 추억들이 많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살짝 아쉽다.

 

우리 아이가 기억하게 될 어린시절은 어떤 느낌일까. 아이와 함께 조금 더 어린 시절을 추억할만한 좋은 기억들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아이도 이 책처럼 어린시절을 추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함께 읽어본 책이다. 아이들이 사는 환경이랑은 참 많이 다르지만,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공감할만한 따스한 가족의 느낌이 담겨 있어서 참 따스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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