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체통 - 아직도 아빠는 편지를 보내고 있나요? 처음어린이 6
봉현주 글,국설희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우체통에 손수 편지를 적어서 보냈던 기억도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어릴때는 친구 사이에서도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과시하곤 했었고,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던 20대 초반에는 편지를 일주일이 멀다하고 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우체통에 손수 적은 편지는 커녕 엽서 한장 넣는 일도 드물어졌다.

 

한편, 사랑하는 가족이나 누군가를 떠나보낸 기억이 많이 없지만, 어릴적 따르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는 많이 가슴아팠던 기억이 난다. 임종을 가까이에서 지켜드리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지만, 살아생전에 잘 해드리는 예쁜 손주가 아니라, 할머니랑 같은 방에서 얼마간 생활했을때  티격태격 하기도 했던 기억이 더 후회감으로 밀려왔다. 그래서 더 애틋하게 지금도 할머니를 생각할때마다 기억하게 되곤 한다.

 

평범한 가정에, 어느 날 가장인 아빠가 이제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면 나 자신도 우리 아이도 아마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인 아빠의 사연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그 아픔만을 부각한 책이 아니다. 제목처럼 ’노란 우체통’으로 이어지는 아빠의 애틋한 편지가 마음을 울리는 내용이다.

 

7년만에 어렵게 낳은 외동딸인 솜이는 아빠 엄마의 애지중지하는 귀한 딸이다. 그런 솜이에게 태권도를 시키자는 아빠의 말에 엄마는 다치면 안된다며 어쩌다 플루트를 배우게 되고 솜이는 대표로 뽑혀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음악 경연대회에서 플루트 연주회를 하게 된다. 연주회가 있는 날, 아빠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집에 들르게 되고 우연히 우체통에 꽂혀있던 건장검진 결과표를 보게 된다. 그런데 뜻밖에도 대장암 선고를 받게 된다. 남은 생을 혼신을 다하지만, 결국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아빠는 세상에 남겨두고 가야할 여린 딸을 위해 조금씩 준비를 하는데 강하고 당당한 딸이 되도록 애쓰지만 솜이와 갈등도 겪게 된다. 그러다 아빠는 솜이를 위해 특별한 걸 계획하게 된다. 그리고 아빠가 떠난 후에 솜이에게 아빠의 편지가 도착하는데......



책 속 ’노란 우체통’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가족 누군가에게 가족 구성원의 부재는 크나큰 고통으로 다가올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의 가슴에 가족의 부재에서 오는 상실감이 아니라, 희망을 담은 존재감을 계속 심어줄 수 있는 ’노란 우체통’의 존재가 참 특별한 것 같다.  누군가를 위해서 편지지를 고르고 생각을 정리해서 손수 글씨를 쓴 다음,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고... 이런 설레임을, 특별한 ’노란 우체통’이 다시금 일깨워준다. 살아생전에 못다한 말을 이어주는 ’노란 우체통’과의 만남이 마음 찡하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미래의 나에게, 또는 소중한 사람에게 못다한 말을, 편지를 통해 정성을 담아 노란 우체통으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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