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여우 콘라트
크리스티안 두다 지음, 율리아 프리제 그림, 지영은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배가 고파서 하루를 굶고 견뎌본 적이 있는가. 건강 검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날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검진을 받으러 가던날, 머릿 속에서는 끝나고 무얼 먹을까 무수히 고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심지어 평소엔 잘 먹지도 않았던 음식들까지도 주면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왕성한 식욕은 배가 고플때, 먹을 수 없을때 더 떠오르는 것 같다. 우리 아이도 얼마전 장염으로 고생했는데, 죽 밖에는 먹일수가 없었는데 다른것 못 먹게 한다고 투정도 부리고, 다 나으면 먹고싶은 리스트를 주욱 읊기도 해서 마음이 짠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우리의 배고픈 여우 콘라트는 고픈 배를 움켜쥐고 오리 사냥에 나서는가 했더니, 오리랑 친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리들은 여우 콘라트를 보고 품고 있던 알을 남겨두고는 도망쳐버린다. 배고픈 가운데 오리 알을 들고 온 콘라트는 볶음이라도 해먹을까 했지만, 그만 알에서 아기 오리가 태어난다. 콘라트를 보고 "엄마,엄마"하고 부르는 그 순간, 콘라트는 "널 잡아먹겠어"대신 "난 엄마가 아니야"를 외치는 장면에서는 풋!하고 웃음이 터졌다.

 
<책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출판사와 원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배고픈 여우 콘라트가 놓여진 그 가련한 아기오리에 대한 애정이, 책장을 넘길때마다 새록새록 진하게 전해져 왔다. 보통 여우는 닭이나 오리는 먹이로 삼아서 금방 잡아먹고야 말테다 라고 쫓아가는 그런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여우 콘라트는 아기 오리가 자랄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한다. 고픈 배로 꼬르륵거리며 맛있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아기 오리에게 로렌츠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함께 생활하는 동안에도 콘라트는 배가 고팠지만 아기 오리에게 점점 애정을 가지게 된다. 

한편 아기오리는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아빠의 소리라고만 생각한다는 점이 참 독특하면서도 작가의 상상력과 재치가 느껴졌다.

 

그림책 치고는 꽤 페이지 수가 많고 내용도 좀 많은 편이지만, 이야기 구성이 무척 흥미진진해서 아이에게 읽어주는 내내 재미있게 듣고 또 즐거워한 그림책이다. 특히, 아기오리에게 엄마가 아니라 아빠라고 가르치는 부분에서는 우리 아이가 참 즐거워했다.

그림도 하나하나 종이를 잘라서 만들어 붙인 듯한 정성이 깃든 그림책 구성이었고, 글씨체가 예쁜 글이 참 재미있게 전개되는 그런 그림책이다.

초반부에서는 재미와 위트를 느낄 수 있었고,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로 가면서 점점 감동을 더해오는 참으로 가슴뭉클한 이야기였다.

아기 오리가 자라서 많은 오리가 될때까지 아빠 콘라트가 남긴 꼬르륵 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드는, 아이와 신나게 몰입해서 본 그림책이다. 지금까지의 여우와 오리 이야기는 모두 잊을만큼, 즐겁고 또 가슴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 멋진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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