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서 뛰는 이유 시읽는 가족 12
초록손가락 동인 지음, 조경주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 시절, 동시를 읽는 재미에 푹 빠졌던 때가 있었다.  5학년때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부에서 작문부로 옮기고 선배들이 수상한 작품집들로 산문이나 동시를 탐독했던 시기여서 참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아직도 그 책의 빛바래고 오래된 눅눅한 내음이 기억이 날 정도다.

조숙해서 그랬는지 겉멋이 들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초등학교 5-6학년 시절에는 표지가 예쁘고 속지가 하얀 연습장을 사서는 유명한 시들을 색색깔의 사인펜으로 쓴 다음, 예쁜 그림을 곁들여서 나만의 시집을 만들기도 했다. 그걸 같은 반 여자아이들과 공유하면서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사실 동시보다는 윤동주 시인이나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동시를 너무 어리게만 봤던 기억에 살짝 더 많은 동시를 접하지 못한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참 재미있는 제목의 동시집을 만났다. 책 제목만 보고 어릴적 학교 생활에서 숱하게 강조되어 왔던 <복도에서 뛰지마라> 규칙이 갑자기 생각나면서 초등학생 시절의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올랐다. 그리고 동시를 읽어 내려갔다.

<복도에서 뛰는 이유>라는 제목의 동시집으로 초록손가락 동인 동시집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책의 서두 머리말에 ’<초록손가란 동인>은 동시를 기르는 농부들의 모임’이라고 소개를 한다. 이 표현부터가 참 아름다운 시적 표현이라서 느낌이 새로웠다.

 

이 책에는 총 7부에 걸쳐 주제별로 시를 소개하고 있다. 제1부 <아, 그래, 거기, 거기!>에서는 자연이 주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시로 나타난 듯한 재미있는 시가 소개되어 있다. 우산풀 위에 앉은 잠자리를 담은 시, 늙은 호박 이야기, 비 갠 오후 등 자연의 느낌이 듬뿍 느껴지는 시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리고 제2부에서는 <김치 김치 총각김치 날마다 반갑구나>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의 급식시간, 책의 제목에도 있는 복도에서 뛰는 이유 등 학교 생활을 담은 동시가 소개되어 있다. 각 장마다 독특한 제목으로 다양한 시들이 소개되어 있다. 즐거운 시도 있고, 흐믓한 시도 있고 웃음이 묻어나는 시도 있지만 ’느티나무의 말’, ’컴퓨터가 투덜투덜’ 등 자연 환경 파괴에 대한 생각과 양심 불량인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들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동시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생각되었고,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동시로 담은 부분에서는 동시의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내 어릴적처럼 아이들이 동시를  유치한 시가 아니라, 마음을 비추는 거울같이 참 아름다운 시라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도 되었다. 우리 아이에게도 동시를 많이 읽어주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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