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다고 생각한 강아지똥 하나가 아름다운 민들레를 키워내는 감동을 담은 이야기 <강아지똥>의 작가 ’권정생’ 선생님이 타계하신지 이제 2년여 남짓.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분의 삶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다. 단지 강아지똥의 작가라는 정도만 알았을 정도니까 말이다. 책 속에 이 책의 이야기가 담긴 자그마한 안내문이 들어 있었다. 권정생선생님은 작은 오두막에서 20년이 넘도록 살았고, 생전에 사셨던 그 집에는 빼곡히 들어찬 책들때문에 겨우 한평 남짓한 좁은 방에서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을 맞곤 하셨고, 동네 노인들의 한스러운 이야기를 들어주고 책을 빌리러 오는 아이들을 만나기도 했다고 한다. 어쩜 그렇게 주옥같은 작품을 쓰시고도 그렇게 소박하게 살다 가셨을까. 가난한 집 여섯째로 태어나신 권정생 선생님은 책으로 유명해져서 편안하게 살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이 책에 그 이유가 나와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책 속에는 그런 권정생 선생님의 살다가신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른 몇살 즈음의 권정생 선생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시골 어느 조그마한 교회에서 종지기를 하던 그 시절 교회마당에 심어진 다양한 나무들을 참 사랑하셨던 권정생 할아버지. 그렇지만 마을에 새마을 운동과 함께 시멘트 벽이 둘러지면서 대부분의 나무들이 잘려나가고 말았지만 필사적으로 대추나무를 끌어안고 베지말아달라고 통사정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또 쉰살 즈음해서는 동무가 찾아왔는데 암탉이 방으로 들어오고 밤에 같이 자는데 쥐가 돌아다니기도 해서 함께 자던 동무가 너무 놀라하자, "나는 나를 동물 이하로 여기며 살 테야. 짐승들 세상도 얼마든지 아름답거든. 나도 짐승처럼, 먹을 수 있을 땐 체면 없이 먹을 테고, 사정이 허락하지 않으면 몇 끼라도 굶을 거야."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자연과 동물이라고 하찮게 여기지 않고 귀하게 여기신 할아버지에게서 그 귀한 ’강아지똥’이라는 작품이 탄생한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또 ’나라도 덜 쓰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헤진 옷 한번도 몇십 년 동안 누덕누덕 기워 입었고 책을 쓰고 받게 되는 인세도 아이들을 위해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셨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진정한 감동마저 느껴졌다. 평생을 가난함 속에서 사셨으면 나 같으면 편안하게 살고 싶었을텐데, 권정생 선생님은 진정으로 본인의 안락한 삶보다는 나누는 기쁨을 누리고 사신 분이 아니었나 느끼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진한 감동의 강아지똥처럼, 숭고하고 고귀한 삶에 고개가 숙여지며, 살다가신 그분의 생애만큼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하찮은 것에도 애정을 가지고 돌보는 마음까지 전달해줄 것 같은 ’강아지똥의 권정생 할아버지’를 만나는 귀한 시간이었다. 아직 안 읽어본 아이들에게 강아지똥과 함께 이 책도 함께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