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9
김용철 글.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아이와 함께 옛이야기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사실 나는 어린시절 옛이야기를 책으로 읽기보다 단편으로 하나로 묶어놓은 책으로 조금씩 접했던게 다였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이랑 같이 보는 그림책을 통해서 이야기 전개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알 수 있어서 참 재미있게 느껴졌다.

전집도 있긴 하지만, 단행본으로 만나보는 옛이야기는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른 분위기도 있고, 옛이야기를 어디에서 유래를 얻었느냐에 따라 조금씩 전개도 달라서 재미있다.

 

이번에 만나본 천둥거인의 <우렁각시>김용철님의 글과 그림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뒷편의 ’우렁각시 이야기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이 이야기에 대한 도움말을 담고 있다. 그리고 놀라웠던 것은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참고한 받아적은 이야기와 참고한 논문이 제대로 적혀있는 부분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만나봤던 옛이야기의 대부분에는 출처도 나와있지 않고 어느지방에 전해져오는 이야기라는 말도 없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그 중반부에 보면, 『우렁각시는 주로 동아시아에 전해집니다. 가장 오래된 기록이 4~5세기에 활동한 중국의 시인 도잠이 편찬한 <<수신후기>>에 실린 것으로 보는데, 옥항솽제의 영을 받은 우렁이 아가씨가 ’사단’이란 남자를 돕기 위해 내려옵니다. 습지에서 사는 우렁이니만큼 논농사와 관계가 깊고 하늘을 신성하게 여기는 관념도 엿볼 수 있어요. 일본에는 조개 색시가 더 흔하다고 해요. 민족마다 자연환경이 다르고 특유한 생활 방식을 발달시켜 왔기에 그에 따라 이야기도 달라졌다는 걸 짐작할 수 있지요.』

라고 소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옛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지만,  저자의 참고한 받아적은 이야기를 보니 한국구전설화에 실려있던 이야기에서도 유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이 책에서는 이 이야기의 유래를 찾아서 만들어낸 흔적이 역력해서 더 신뢰감이 느껴졌다.

 

이야기는 다 아는 이야기라서 줄거리 소개를 하지 않지만, 옛이야기를 읽어주는 듯한 문체로 되어 있어 읽어보기에도 좋고, 구연동화처럼 읽어주기에도 참 좋은 구성이다. 처음 부분은 너무 잘 아는 이야기였는데, 후반부에서 우렁각시를 빼앗기고 만 총각에게 ’활쏘기 삼년, 눈치보기 삼년, 뛰어넘기 삼년 합해서 구년을 배우고 날 찾으러 오세요.’ 하는 부분이 이 이야기의 색다른 재미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림도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여져있어서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그림에 있다. 우렁이라는 표현이 맞다면 그림도 우럭이가 되어야하는데 그림에는 달팽이의 모습을 한 우렁이가 그려져있는 듯하다. 사실 우렁이도 더듬이가 있긴 하지만, 아주 작고 사람이 건드리면 소라처럼 겉껍질에 쌓여서 나오질 않는다. 그리고 동글동글한 모습에 껍질도 달팽이보다는 좀 짙은 검은색에 가깝다. 게다가 달팽이는 사람 손이나 나뭇잎에서도 더듬이를 꺼내놓고 움직이지만, 내가 좀 상상력이 부족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렁이는 물이 아니면 좀체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옆모습에서 봤을때의 달팽이랑은 조금 차이가 있는데 그림이 달팽이를 연상하게 해서 좀 아쉬웠다. 얼마전 시댁 논에서 잡은 논우렁이가 생각나서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독특하면서도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특히 눈이 동그란 우렁각시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우렁이 머리를 하고 있어서 정말 잘 표현되어있는 느낌이라 재미있었다. 

우리 옛이야기를 색다르게 만나는 재미를 담은 천둥거인의 <우렁각시>에 이어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리즈로 이어질 책도 기대해보며 즐거운 책읽기에 짧은 서평을 곁들여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