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에게 처음어린이 2
이오덕 지음 / 처음주니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어릴적 흔하던 이름이 이름 끝자에 ’철’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이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동네 꼬맹이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바로 ’철이’가 아니었을까 하는데요. 친하게 놀던 동네 코흘리개 중에서도 있었던 것 같고 같은 반 남모르게 살짝 좋아했던 그런 기억속의 아이의 이름에서도 있었던 것 같은, 아련한 그 기억속엔 철이라는 이름이 참 다정다감하고도 그리운 느낌이 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의 동시집 <철이에게>는 어릴적 친하게 놀던 철이의 기억으로 지어진 아련한 기억을 되살리는 동무 이름인 철이에게 어린 시절의 그림움을 담아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이 책에 실린 동시를 읽어내려갔습니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은 이오덕 선생님의 생전에 펴낸 『개구리 울던 마을』, 『탱자나무 울타리』, 『까만새』에 실린 시 중에서 42편을 가려 그림과 함께 엮은 것이라고 합니다.

책의 머릿말에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썼다는 시가 예쁘장하고 귀여운 것이 되지 못해서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나는 비단 같은 말로 아이들을 눈가림하여 속이는 것이 싫습니다. 빈 말로 손재주를 부려서 시의 기술을 뽐내는 취밍 젖어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중략)....더욱 커다란 감동스런 세계를 창조하는 시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나로서는 오늘날 이 땅 아이들의 참모습을 정직하고 진실하게 노래하면서 그들의 영혼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삶을 더욱 파고 들어가는 것만이 시를 가꾸는 일이라고 하신 말씀처럼, 이 책에는 이오덕 선생님의 어린시절, 산으로 들로, 자연으로 노닐고, 밭을 매고, 나무를 하는 등의 그 시절의 추억을 가늠해보게 하는 동시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이 책의 제목이 된 <철이에게>도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지은 시라서 참 정겹게 느껴졌어요. 꾸밈없이 소박한 느낌이 전해져오고, 이오덕 선생님의 문체의 특징도 느껴볼 수 있었답니다. 시골의 정취가 느껴지는 느낌의 시들, 어린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동시들, 그 외에도 봄을 노래한 시들, 자연을 노래한 시들, 시골에서의 고추밭을 매며 느낀 동시들이 재미있고 정겹고 또 아련한 그리움을 실어다 줍니다.

그 중 한편을 소개해 보면

봄아 오너라  - 이오덕-





먼 남쪽 하늘
눈 덮힌 산봉우리를 넘고
따스한 입김으로 내 이마에
불어오너라.


양지쪽 돌담 앞에
소꿉놀이하던 사금파리 밑에서
새파란 것들아, 돋아나거라

발가벗은 도토리들
가랑잎 속에 묻힌 산기슭


가시덤불 밑에서
달래야,
새파란 달래야, 돋아나거라.



종달새야, 하늘 높이
솟아올라라.
잊었던 노래를 들려다오.


아른아른 흐르는
여울 물가에서
버들피리를 불게 해다오.
쑥을 캐게 해다오.


개나리꽃 물고 가는
노랑 병아리
새로 받은 교과서의
아, 그 책 냄새 같은

봄아, 오너라.
봄아, 오너라.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도 읽으면 참으로 정겨운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또,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옛 시절을 함께 나누어볼 수 있는 시간도 될거랍니다. 페이지를 열때마다 등장하는 자연을 담은 삽화도 멋져서 동시집을 통해 아이들 마음에도 아련한 추억같은 어린 시절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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