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8.21

단숨에 읽어버리지만 후유증이 크다는 가수 이적의 후기처럼, 이 책은 쉽게 읽히지만 후유증이 남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병수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전직(?) 연쇄살인범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시간이라고 말하는 병수. 병수는 시간의 흐름을 막지 못하고 70세가 넘어 결국 알츠하이머 병을 앓게 된다. 알츠하이머 병은 병수가 기억을 거의 재창조... 하는 수준에 이르게 한다. 병수가 자신의 딸이라고 기억하는 ‘은희’는 사실 병수의 요양보호사였는데 병수가 살해하였다. -생각지도 못한 이 반전은 좀 충격이었다- 병수는 그런 기억은 하지 못하고 도리어 다른 사람 주태가 자신의 딸인 ‘은희’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주태를 죽이려 계획한다. 병수는 연쇄살인범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투영하고 그 사람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움으로, 그간 자신이 저지른 살해에 대해 징벌을 하려는 걸까? 아니면 25년의 (살해) 공백기가 있었고 어느덧 70세가 넘은 나이든 병수가 젊은 주태를 죽이는 계획을 세움으로, 자신이 아직도 전문(?) 살인자라는 것을 잊지 않고 싶었던 걸까? 어느 쪽이든 병수는 자신의 진짜 기억을 잊어버리고 상상의 세계에 자꾸만 빠져든다. 병수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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