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교활하면서도 뉘우칠 줄 아는 위선자였기에 자신의 애매한 고백이 신도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목사는 죄책감을 고백하는 것으로 자기 자신을 속이려 했지만 오히려 순간적인 마음의 평화도 누리지 못하고 수치스러운 자기 합리화라는 또 하나의 죄를 더했을 뿐이었다. 그는 진실을 말함으로써 그 진실을 도리어 거짓으로 탈바꿈하게 한 셈이었다. 하지만 그의 원래 바탕은 진실을 사랑하고 거짓을 증오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도 떳떳하지 못한 자신을 혐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