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9~6.18

소설의 주인공은 케빈이다. 그러나 또 소설의 주인공은 <베어타운>의 모든 사람들이다. <베어타운>에서는 어떤 등장인물도 소홀히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소설의 초반부를 읽으면서 나는 이 소설이 케빈과 마야, 아맛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로맨틱 코미디인가 했다. 그런데 소설의 온도는 중반부에 가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스하키단과 하키 선수, 스포츠와 정치, 가족애와 동료애, 사랑과 우정, 화해와 용서, 성소수자와 페미니즘의 반격. <베어타운>이 포괄하고 있는 이야기는 곧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인간관계 속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p.11)

스웨덴 작가 배크만이 쓴 이 소설에서 초점을 맞추는 이야기는 지난 겨울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미투 운동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런 일들이 전세계적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게 씁쓸한 현실이다만. 이러한 자각에서 비롯된 움직임이, 정의의 구현에 다가가는 발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누구도 ‘성폭행’을 운운하지 않고 다들 ‘그 주장’이라고 한다. 아니면 ‘그 거짓말’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로 시작해서 ‘무슨 일이 있었다 한들 자발적이었다’로 발전하고, 한술 더 떠서 ‘자발적이 아니었다 한들 그 아이가 자초한 일이다. 술을 마시고 그의 방에 같이 들어가다니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거냐’로 수위가 높아진다. ‘그 아이가 원해서 한 거였다’로 시작해 ‘당해도 싸다’로 마무리된다.
어떤 인간을 더 이상 인간으로 보지 말자고 서로를 설득하는 건 금방이면 된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많은 시간 동안 침묵하면 목소리를 내는 소수가 너 나 할 것 없이 악을 쓰는 듯한 인상을 풍길 수 있다.
(p.3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