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2020 크리스마스 이브의 이브) 에피소드

출근을 위해 타는 마을버스는 아침이면 노선이 학교 직행으로 바뀐다. 간혹 그걸 모르고 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갈 때 당황한 승객을 보곤 한다. 그래서 기사님들도 이 부분을 조금 예민하게 생각한다. 바뀐 노선으로 가면 모회사 정문도 지나가게 된다. 하여 그 직원분들도 출근버스로 애용하는데 문제는 이 정거장이 정식 정거장인지 아닌지 애매하여 벨을 눌러도 가끔 그냥 지나쳐 가시는 기사님도 계시다는 거다. 그래서 직원분들이 소리 쳐 세워 달라고 할 때가 있다. 문제는 그 회사 직원 중에 말을 못하시는 분이 계시단 건데-3년 간 같은 버스에서 거의 매일 아침 마주치면 이 정도의 정보는 다 아는거죠?-그 분이 혼자 탄 날 내려달란 말을 못해서 결국 그 다음 정거장에서 같이 내린 적도 있다.
오늘 아침 마을 버스엔 그 직원 한 명, 나 그리고 몇몇의 학생들이 타고 있었고 오늘도 혹시 못내릴까 일찍 벨을 눌렀는데 기사님이 ˝벨 누르신 분 푸르지오(원래 노선) 가시나요?˝ 침묵(다시 말하지만 그 직원은 수화로 대화를 하신다.) ˝지금 벨 누르신분!!(약간 짜증)˝ 아... 발동한 나의 오지랖 ˝아니요. 그 회사 가세요.˝ ˝아, 그럼 코너 돌면 벨 누르세요. 잘못 가시는 분들이 계시니까(나에게)˝ 그리고 그 회사 정문 앞에선 그 직원분이 아무런 일 없다는 듯 내리시고(그 분 입장에서 아무 일 없던거 맞겠지?), 그 후 나 혼자 머쓱.
기사님과 그 직원분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 행동이었는데 도움이 되었을지는 미지수다.
혼자 빙그레 웃을 수 있으니 나는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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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2-23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붕붕툐툐님이 계셔서 오늘 그 버스는 아무런 일 없이 지나갔을거예요. 잘하셨어요.
이제 곧 크리스마스예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붕붕툐툐 2020-12-23 22:02   좋아요 1 | URL
아이고~ 책과 아무 관계없는 누추한 글을 읽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서니데이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서니데이 2020-12-2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서 소소한 이벤트를 하고 있어요.
시간되실 때 놀러오세요.^^

붕붕툐툐 2020-12-23 22:04   좋아요 1 | URL
당장 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