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살아요 - 효재 에세이
이효재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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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내 직업이 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한복하는 사람이냐. 요리하는 사람이냐. 보자기 싸는 사람이냐. 나는 대답한다.
마음을 손으로 표현하는 게 내 직업이라고“(138쪽)

TV 방송 다큐멘터리로 여러 번 소개되어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한복연구가 이효재씨가 신간 에세이 <효재처럼 살아요>(문학동네.2009년)를 냈다. 그녀는 한복과 보자기 그리고 집안 꾸미기. 음식 등에 있어서 ‘신의 손’, 아니 거의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마음을 손으로 표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 글 솜씨까지 일품이다.

책에 수록된 사진 가운데 수놓은 행주의 모습은 앙증맞다. 아마 이런 부분은 독자들이 저자를 흉내 내고 싶은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렇게 예쁘게 만든 행주를 지인들에게 선물로 준다고 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행주의 의미는 어떨까?

저자는 주부들의 사치는 옷에서 시작해 백, 구두, 보석, 가구, 그릇 그리고 마지막이 행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주까지도 이렇게 예쁜데 다른 거야 오죽할까.. ...행주야말로 주부를 가장 빛나게 해주는 보석이다."(54쪽)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글 솜씨가 역시 예사롭지 않다는 데에 독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리라.

독자들이 보이기 그녀는 정말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으로 보일터. 그러나 그녀는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안 본다고 말한다. 그러니 시간이 많이 생겨서 “집에서 아래위층 쫓아다니며 청소하고 마당 풀 뽑으니 집은 맨 날 반짝반짝하다.”(128)고 바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의 제목은 ‘나이 듦에 대하여’다. 책에 수록된 사진에서 보기와 달리 저자의 나이가 오십 줄에 들어섰다고 한다. 눈이 어두워져서 수놓는 일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나이 오십을 먹으니 세상이 살만하다고 말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는 나이. 마흔아홉 살까지는 남 탓을 했다. 내가 돈을 떼인 것도 상태 탓이었다. 그런데 오십이 되어보니 남 탓이 아니라 나의 지혜로움이 없었던 것.”(198쪽)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녀가 지혜롭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이처럼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는 데에 여자 독자들이 조금은 질투를 느끼지 않을까?

그녀의 손으로 엮어 만든 보자기, 수놓은 행주, 아름답게 손질한 정원 사진이 거의 매 쪽마다 수록되어 있어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넉넉하게 해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효재는 PC작업 대신 이 책 원고를 ’수놓지‘ 않았을까?, 만약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꼭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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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된 낙원
로베르 바르보 지음, 강현주 옮김 / 글로세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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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매립하고 개발을 하는 일이 경제적으로 이익일까? 아니면 갯벌을 그대로 두는 방안이 좋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생태경제학은 이런 의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학문이다. 생태경제학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생태에 대해 이해를 해야만 한다.

생태란 ‘생물 상호간의 관계 및 생물과 환경과의 관계’이다. 따라서 생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물들 간의 상호작용과 환경의 역할을 알아야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반드시 인간을 포함시켜야 한다. 인간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무수한 혜택을 받고 있다. 음식, 의복, 가옥, 에너지 등은 자연으로부터 직접 혜택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기후 조절, 토양 형성, 식량 재순환, 물의 정화와 같은 생태계 서비스는 간접적인 혜택에 해당된다. 인간은 이런 서비스를 당연한 일로 생각을 했고, 게다가 이것이 대가 없이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개입으로 말미암아 생태계에 교란이 생기고 말았다. 환경오염에서 시작해 지구온난화, 생명다양성의 붕괴 등은 생태계 교란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이는 지구의 미래에 6번째 멸종을 일어날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으며. 그 원인은 바로 인간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은 드디어 생태계 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고, 생태계의 가치를 계량화하고자 노력했다. 과연 인간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생태계 서비스는 과연 금전적으로 얼마일까? 신간 <격리된 낙원>(글로세움.2009년)은 이에 대한 대답을 해주고 있는 책이다.

1997년 과학잡지인 <네이처>에는 생태계 서비스를 계량화한 연구결과가 게재되었다. 기후 조절, 수분매개, 식량 생산 등의 서비스를 생물군계, 사바나, 열대숲 등 16군데 바이옴(Biome, 생물군계)에 적용한 연구 결과 생태계 서비스 금액은 33억 달러였다. 실상 33억 달러라는 금액은 우리가 그 금액의 정도를 쉽게 인식할 수 없을 만큼 큰 양이다. 이 금액의 규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 국민총생산과 같은 비교대상이 필요하다. 지구 국민총생산이 18억 달러라고 하면 이 금액의 규모가 실감이 난다. 요컨대 생태계 서비스 금액이 지구 국민총생산액보다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물론 금액 산출 방법 등에 반대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생태계 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음은 물론이다. 이후에 많은 생태학자들의 지속적인 연구결과 생태계 서비스 금액이 지구 전체 총생산과 비슷하리라고 예측하게 되었다.

자! 이제 이 글을 시작하면서 제시한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있다. 갯벌을 매립하거나 숲을 개간하는 등 개발의 목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우리에게 큰 혜택을 주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생태계 파괴로 말미암아 인간이 자연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줄어들며, 종국에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는 진실이다.

생태계는 이렇게 중요하기에 지구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과 합의는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생태계 보존은 한 국가의 국경 내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물권 보존지역’은 생태계 보호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의 좋은 예이다. 이는 인간과 자연을 별도로 생각하지 않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생물권 보존 지역 설립 목적은 인간사회와 자연환경의 관계에 대해 화합이다. 요컨대 자연을 막연히 보호하는 데에만 중심을 두고 있지 않고, 인간의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개발 기능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보존과 개발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와 교육, 감시까지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120개국에 482곳의 생물권 보존지역의 설립을 승인했다. 한국은 설악산과 제주도가 이에 포함되어 있으며. 북한에는 백두산과 구월산이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승인 받았다. 현재 비무장 지대를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승인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인 로베르 바르보(Robert Barbault)로 파리 자연사 박물관의 생태계와 생물의 다양성 연구 팀의 책임자이며, 파리 6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리고 생물 다양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보전생물학의 토대를 구축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생태계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생물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진화론의 핵심인 자연선택과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바탕으로 다양한 생물들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 전략을 제시한다. 또 생물의 다양성에 대해 설명을 하며 유성생식의 이점에 대해 설명을 한다. 저자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연과의 화합이라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와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21세기 화합의 생태학’ 이라는 책의 부제는 저자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그대로 나타내주고 있다.

우리 다음 세대는 인류역사상 앞선 세대보다 평균 수명이 짧아지는 첫 번째 경우가 되리라고 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점이 바로 생태계 파괴 때문이리라. 우리의 후손이 이 지구에서 건강하게 오래살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생태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만 하고,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 직접 행동에 나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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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관객 - 미디어 속의 기술문명과 우리의 시선
이충웅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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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소고기 수입에서 시작된 촛불시위는 우리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 주었다. 정부에서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번개에 맞을 경우 보다 낮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마치 소고기를 먹으면 모두 병이 걸리는 양 반응했다. 이 원인을 <문명의 관객>(바다출판사.2009년)의 저자인 이충웅씨는 시사 텔레비전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영상과 함께 진행자의 멘트나 내레이션이 의미를 고정하고 위력을 증폭시킨다.”(158쪽) 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특히나 인간 광우병으로 딸을 잃은 어머니의 인터뷰와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프로그램의 보도 내용은 사람들을 거리로 나가게 했다. 요컨대 미디어로 인해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미디어는 얼마든지 사람들을 비이성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미디어에 일정부분 책임을 지우고 있다.

그러나 홍성욱교수는 그의 책 <과학에세이>에서 이 문제를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다. 현대와 같이 ‘불확실하고, 가치가 논쟁의 대상이 되며, 그 여파가 크고, 반면에 판단은 급박하게 해야 하는 상황에 적용’되는 경우에는 탈정상과학(Post-normal science)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탈정상과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과학의 주체가 ‘과학자 공동체’에서 주민과 이해 집단을 포함하는 ‘확장된 공동체’로 바뀌는 데 있다. 즉 과학의 민주화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요컨대 홍성욱 교수는 정부가 국민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보고 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어찌 보면 이충웅씨나 홍성욱 교수의 견해 모두 타당해 보인다. 광우병에 대한 문제는 복합적이기에 그 해법도 다양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과학은 우리의 삶 가운데 깊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과학은 많은 역할을 해왔고, 또 현재 우리의 문명을 일구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학은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과학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기는 하나 상업화 혹은 이데올로기에 따라 극단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고, 이에 따라 우리 인간을 해칠 수 있다. 그렇기에 과학의 미래에 대한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즉 과학윤리가 중요하다.

한때 한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황우석에 대한 경우를 한 번 생각해보자. 정부와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황우석 신드롬은 대부분이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황우석이 21세기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 영웅으로 숭배한 우리사회는 그의 신화가 진실이 아님이 규명되면서 사람들의 허탈은 극에 달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황우석의 말이 진실이기를 바랬다. 이 사건을 보는 저자의 시선은 아주 냉정하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이 인간의 이성에 기여하기보다는 인간의 비이성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이용되는 그로테스크한 장면”(109쪽)이라고 이 사건을 평가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국민들의 비이성적 ’집단적 열광‘에도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서해안 기름 유출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놀랍다. 전국민적으로 일어난 자원봉사활동이 상당히 위험한 작업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방재장비도 없이 기름을 직접 제거하는 행위가 과학적으로 극히 위험하지만 미디어에서는 이를 간단히 무시해버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학을 잘 모르는 일반인은 어찌 현대 과학기술을 평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에 저자는 과학기술의 질주에 대해서 반성해야하고, 또 미디어에서 발표하는 내용에 대해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은 깊은 ‘성찰’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깊은 성찰을 위해서는 국민 저마다 과학에 대해 관심과 아울러 지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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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 꽃의 비밀 - 꽃에게로 가는 향기로운 여행
KBS 스페셜 <꽃의 비밀> 제작팀 지음, 신동환 엮음 / 가치창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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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비밀>(가치창조.2009년)은 KBS 스페셜로 방송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책이다. 이 책을 보면 책의 제목처럼 꽃에 대한 수많이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단순히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내용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꽃에 관한 신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게다가 중간에 아름다운 꽃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흐믓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책에 수록된 한 가지 실험에 대해 살펴보자.

럿거스 대학의 해빌랜드 교수는 150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꽃, 양초, 과일이 든 상자를 선물로 보냈다. 꽃을 선물로 받은 사람은 모두 듀센미소를 지었고, 과일 바구니를 받은 사람은 90%만이, 그리고 양초 바구니를 받은 사람은 77%의 사람이 듀센 미소를 지었다고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두센 미소가 무엇이기에 각 선물에 따라 이 비율이 달랐을까?

듀센 미소란 1800년대에 프랑스의 심리학자인 듀센이 관찰한 미소로 ‘도저히 인위적으로는 지을 수 없는 자연스런 미소’를 말한다. 이 미소의 특징은 입술 근육과 함께 눈가의 근육이 움직인다고 한다. 따라서 위 실험 결과를 보면 꽃 선물을 받은 사람 모두가 가장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는 말이다. 요컨대 사람들은 꽃 선물을 받았을 때 가장 행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꽃 선물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국인의 경우, 아마 어떤 경우일지라도 성인이 될 때까지 최소한 몇 차례의 꽃 선물을 받은 경험이 있을 테다. 누가 학교를 졸업한다면 우리는 선물을 고를 필요 없이 당연히 꽃을 선물한다. 그러니 초중고를 졸업하면서 꽃 선물을 최소한 몇 번을 받는다. 그런데 이 꽃 선물은 받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위 실험을 했던 해빌랜드 교수는 그 이유를 본능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꽃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선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테면 꽃이 있으면 당연히 그 과일도 있으리라고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과일이란 우리에게 맛과 더불어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준다. 따라서 우리가 꽃과 과일을 연계시켜 사고하고, 또 꽃을 좋아하는 이유를 자연 선택된 사고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꽃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좋아한다. 특히 여자들은 많은 꽃 중에서도 장미를 특히 좋아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장미는 “여성 호르몬 균형에 도움을 주어 생리주기를 규칙적으로 만들어주고, 생리 전 증후군이나 폐경 후 나타나는 증상들을 완화시켜준다고 한다.”(71쪽) 여자들이 장미에 열광하는 이유가 과학적으로도 분명한 증명이 되고 있다. 게다가 장미가 가지고 있는 향기는 기억력을 향상시킨다고 하니 놀랍지 않은가.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독일 뤼베크 대학 얀 보른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장미향은 기억력을 향상시켜 학습 효과를 증대시킨다고 한다. 그렇기만 지속적으로 효과를 가지지 않고,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다는 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볼 때 인간이 꽃에 매료되는 일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꽃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수분 매개자(벌, 새,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빛깔과 향기를 뿜어내건만, 인간 또한 꽃의 생김과 향기에 매료된다. 인간은 자연의 혜택에 무임승차를 한 셈이다.

이 무임승차의 예를 하나 더 살펴보자. 미국 버지니아 주의 노르폭 식물원은 1997년부터 청소년보호관찰대상자에게 원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대상자들은 하루에 7시간 꽃을 가꾸고 꽃을 만졌다. 흥미로운 일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상자들의 재범률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데에 있다.

전 세계의 도시화 비율은 50퍼센트에 달하고 한국의 경우는 85퍼센트라고 알려져 있다. 요컨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인류는 자연에서 멀어지고 말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몸은 자연과 가까이 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건만 현실은 욕망을 뒷밭침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의 집 마당에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일에 상당한 정성을 기울인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거실이나 베란다를 마치 정원처럼 꾸미기도 한다. 위에서 보듯이 이는 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꽃이 본격적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벚꽃과 개나리가 만발한 야외로 눈을 돌려보자. 야외로 나가는 일이 바빠서 힘들다면 꽃가게에서 꽃을 사서 거실의 꽃병에 꽂아 놓자. 그 꽃이 장미라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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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드라마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1
최복현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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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존재하는 사회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화가 함께하게 마련이다. 물론 신화의 체계나 서사가 복잡하고 간단한지에 대한 차이가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신화는 존재했다. 창세 신화에서 건국 신화, 영웅 신화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요컨대 신화는 인간이 사회를 이루어 사는 곳에는 보편적으로 존재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지구상에는 수많은 신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스 신화는 이 많은 신화 가운데에서도 가장 이야기가 풍성하고, 아마 가장 많이 연구가 된 분야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스 신화는 단순히 신화에서 그치지 않고, 후대에 문학과 미술, 음악 등 각종 예술 장르에까지 스며들 만큼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리고 그 생명력도 길어서 2000년이 훨씬 지난 21세기까지 와서도 왕성하게 되새겨지고 있다.

서양문화의 모체로서 그리스 신화가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인간 본성을 탁월하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그리스 신화가 만들어질 시기의 인간이나 21세기를 사는 인간이나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동일하다는 의미다. 여신의 아름다움에 반해 여신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치는 남성 신들의 모습이나 아름다움을 두고 다투는 여신들의 모습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모습을 읽어낼 수 있다. 게다가 부모 신의 성격을 그대로 닮는 자식 신의 모습에서 신화 화자들이 마치 유전학자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를 보면 항상 어려움 점이 있다. 우선 신들이 너무 많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그 신들이 서로 간에 얽혀있어 일목요연하게 신들의 성격이나 계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간 <신화 드라마>(풀로엮은집.2009년)는 어려운 그리스 신들의 계보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이다.

불문학자인 저자 최복현은 서문에서 이 책의 의미를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 신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개략적으로 신화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고, 신들의 가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요컨대 그 복잡한 그리스 신들의 상호 연관관계를 파악해 신화 전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이 사랑하고, 고통을 느끼고, 화를 내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등 인간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왜 그리스 신들은 우리 인간들과 닮았을까? 신화는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들이 지어낸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 안에서 신화가 싹트고 키워진 것이다. 신화는 바로 인간의 모습을 다룬 이야기이면서 인간의 유한성을 뛰어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 발로이다.”(18쪽)

인간의 유한성을 뛰어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신화를 만들었다는 저자의 말에는 100퍼센트 동의한다. 그러나 신화는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지어낸 상상의 산물’이라는 말에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대한다. 물론 신화에는 인간의 많은 상상이 들어있다는 점까지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 잘못되었다고 본다. 이 책에도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 신화가 바로 이를 증명해준다. 트로이 전쟁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역사였음을 고고학자인 슐리이만이 밝혀낸바 있다. 그러니까 신화는 과거에 실제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실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호소력 있게 인간에게 다가오고 있지 않을까. 여하튼 이제 본격적으로 책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그리스 신화를 읽기 전에 알아야 할 몇 가지 키워드’라는 부분이 있다. 이 가운데 ‘신의 이름 이해하기’ 부분은 다른 책에서는 본 적이 없는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다. 남신의 경우 이름의 어미가 ‘-스’로 끝난다. 다만 어미가 ‘-이스’ 혹은 ‘-미스’로 끝나면 여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스’, ‘-오스’, ‘-아스-’, ‘-에스’로 이름이 끝나면 남신으로 보아도 무방하다니 상당히 쉽게 다가온다. 반면 여신의 경우는 어떤가. ‘-아’, ‘-에’로 이름이 끝나면 여신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신들의 이름에 담긴 의미도 한 번 살펴보자. 하늘이나 태양, 달과 같은 자연존재를 나타내는 신들의 이름이 있다. 그리고 사랑이나 운명, 공포, 지혜, 욕망과 같이 존재의 본능을 대상으로 한 신들의 이름도 잘 분류해 놓고 있다.

그리고 1세대 ‘카오스’로부터 시작해 본격적으로 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2세대는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결합으로 탄생한 거인 신들의 이야기다. 3세대는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제우스를 정점으로 한 올림포스 12신의 시대다. 4세대 신들의 이야기에서 부터 드디어 인간이 탄생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빚어 만들고, 인간에게 각종 불행과 질병을 가져다주는 판도라도 등장한다. 그리고 책의 뒷부분은 아테네 왕가, 탄탈로스 왕가, 헤라클레스 가계, 테베 왕가, 트로이 왕가 등 지중해 일대의 인간 왕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실상 그리스 신화를 책 한 권에 모두 담는 다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야기도 많지만, 신화 이야기 속에 담겨진 각각의 의미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끝이 안보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저자도 이 책의 맺음말에서 “이 여행은 ....새로운 시작에 다름 아니다.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수많은 신화의 이야기들은 숙제로 남아 있다.”(250쪽) 고 그리스 신화의 방대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부록이다. 전지 한 장으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신들의 계보도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계보도 내용을 손으로 쫓아가며 읽으면 그리스 신화를 이해하는 일이 훨씬 더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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