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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된 낙원
로베르 바르보 지음, 강현주 옮김 / 글로세움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갯벌을 매립하고 개발을 하는 일이 경제적으로 이익일까? 아니면 갯벌을 그대로 두는 방안이 좋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생태경제학은 이런 의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학문이다. 생태경제학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생태에 대해 이해를 해야만 한다.
생태란 ‘생물 상호간의 관계 및 생물과 환경과의 관계’이다. 따라서 생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물들 간의 상호작용과 환경의 역할을 알아야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반드시 인간을 포함시켜야 한다. 인간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무수한 혜택을 받고 있다. 음식, 의복, 가옥, 에너지 등은 자연으로부터 직접 혜택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기후 조절, 토양 형성, 식량 재순환, 물의 정화와 같은 생태계 서비스는 간접적인 혜택에 해당된다. 인간은 이런 서비스를 당연한 일로 생각을 했고, 게다가 이것이 대가 없이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개입으로 말미암아 생태계에 교란이 생기고 말았다. 환경오염에서 시작해 지구온난화, 생명다양성의 붕괴 등은 생태계 교란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이는 지구의 미래에 6번째 멸종을 일어날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으며. 그 원인은 바로 인간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은 드디어 생태계 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고, 생태계의 가치를 계량화하고자 노력했다. 과연 인간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생태계 서비스는 과연 금전적으로 얼마일까? 신간 <격리된 낙원>(글로세움.2009년)은 이에 대한 대답을 해주고 있는 책이다.
1997년 과학잡지인 <네이처>에는 생태계 서비스를 계량화한 연구결과가 게재되었다. 기후 조절, 수분매개, 식량 생산 등의 서비스를 생물군계, 사바나, 열대숲 등 16군데 바이옴(Biome, 생물군계)에 적용한 연구 결과 생태계 서비스 금액은 33억 달러였다. 실상 33억 달러라는 금액은 우리가 그 금액의 정도를 쉽게 인식할 수 없을 만큼 큰 양이다. 이 금액의 규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 국민총생산과 같은 비교대상이 필요하다. 지구 국민총생산이 18억 달러라고 하면 이 금액의 규모가 실감이 난다. 요컨대 생태계 서비스 금액이 지구 국민총생산액보다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물론 금액 산출 방법 등에 반대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생태계 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음은 물론이다. 이후에 많은 생태학자들의 지속적인 연구결과 생태계 서비스 금액이 지구 전체 총생산과 비슷하리라고 예측하게 되었다.
자! 이제 이 글을 시작하면서 제시한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있다. 갯벌을 매립하거나 숲을 개간하는 등 개발의 목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우리에게 큰 혜택을 주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생태계 파괴로 말미암아 인간이 자연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줄어들며, 종국에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는 진실이다.
생태계는 이렇게 중요하기에 지구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과 합의는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생태계 보존은 한 국가의 국경 내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물권 보존지역’은 생태계 보호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의 좋은 예이다. 이는 인간과 자연을 별도로 생각하지 않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생물권 보존 지역 설립 목적은 인간사회와 자연환경의 관계에 대해 화합이다. 요컨대 자연을 막연히 보호하는 데에만 중심을 두고 있지 않고, 인간의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개발 기능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보존과 개발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와 교육, 감시까지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120개국에 482곳의 생물권 보존지역의 설립을 승인했다. 한국은 설악산과 제주도가 이에 포함되어 있으며. 북한에는 백두산과 구월산이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승인 받았다. 현재 비무장 지대를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승인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인 로베르 바르보(Robert Barbault)로 파리 자연사 박물관의 생태계와 생물의 다양성 연구 팀의 책임자이며, 파리 6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리고 생물 다양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보전생물학의 토대를 구축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생태계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생물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진화론의 핵심인 자연선택과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바탕으로 다양한 생물들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 전략을 제시한다. 또 생물의 다양성에 대해 설명을 하며 유성생식의 이점에 대해 설명을 한다. 저자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연과의 화합이라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와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21세기 화합의 생태학’ 이라는 책의 부제는 저자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그대로 나타내주고 있다.
우리 다음 세대는 인류역사상 앞선 세대보다 평균 수명이 짧아지는 첫 번째 경우가 되리라고 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점이 바로 생태계 파괴 때문이리라. 우리의 후손이 이 지구에서 건강하게 오래살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생태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만 하고,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 직접 행동에 나서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