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내 직업이 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한복하는 사람이냐. 요리하는 사람이냐. 보자기 싸는 사람이냐. 나는 대답한다. 마음을 손으로 표현하는 게 내 직업이라고“(138쪽) TV 방송 다큐멘터리로 여러 번 소개되어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한복연구가 이효재씨가 신간 에세이 <효재처럼 살아요>(문학동네.2009년)를 냈다. 그녀는 한복과 보자기 그리고 집안 꾸미기. 음식 등에 있어서 ‘신의 손’, 아니 거의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마음을 손으로 표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 글 솜씨까지 일품이다. 책에 수록된 사진 가운데 수놓은 행주의 모습은 앙증맞다. 아마 이런 부분은 독자들이 저자를 흉내 내고 싶은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렇게 예쁘게 만든 행주를 지인들에게 선물로 준다고 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행주의 의미는 어떨까? 저자는 주부들의 사치는 옷에서 시작해 백, 구두, 보석, 가구, 그릇 그리고 마지막이 행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주까지도 이렇게 예쁜데 다른 거야 오죽할까.. ...행주야말로 주부를 가장 빛나게 해주는 보석이다."(54쪽)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글 솜씨가 역시 예사롭지 않다는 데에 독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리라. 독자들이 보이기 그녀는 정말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으로 보일터. 그러나 그녀는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안 본다고 말한다. 그러니 시간이 많이 생겨서 “집에서 아래위층 쫓아다니며 청소하고 마당 풀 뽑으니 집은 맨 날 반짝반짝하다.”(128)고 바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의 제목은 ‘나이 듦에 대하여’다. 책에 수록된 사진에서 보기와 달리 저자의 나이가 오십 줄에 들어섰다고 한다. 눈이 어두워져서 수놓는 일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나이 오십을 먹으니 세상이 살만하다고 말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는 나이. 마흔아홉 살까지는 남 탓을 했다. 내가 돈을 떼인 것도 상태 탓이었다. 그런데 오십이 되어보니 남 탓이 아니라 나의 지혜로움이 없었던 것.”(198쪽)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녀가 지혜롭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이처럼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는 데에 여자 독자들이 조금은 질투를 느끼지 않을까? 그녀의 손으로 엮어 만든 보자기, 수놓은 행주, 아름답게 손질한 정원 사진이 거의 매 쪽마다 수록되어 있어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넉넉하게 해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효재는 PC작업 대신 이 책 원고를 ’수놓지‘ 않았을까?, 만약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꼭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