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낙타와 성자
엘리아스 카네티 지음, 조원규 옮김 / 민음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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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어떤 여자의 이름은 잉그리드(Ingrid)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결혼해서 딸을 낳으면 잉그리드라고 이름을 지어 줄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예쁜(?) 딸을 낳았고, 그녀에게 잉그리드라는 이름을 정말로 지어줬다. 그녀의 아버지는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이란 여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그녀에게 반해서 자신의 이름을 지어줬다고 하며, 나에게 자신의 이름에 담긴 이야기 해주었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는 결코 잉그리드 버그만을 닮지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가 잉그리드 버그만의 모습을 보고 반한 영화는 바로 ‘카사블랑카’였다.

 

‘카사블랑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카사블랑카라는 도시의 술집을 배경으로 잉그리드 버그만과 험프리 보카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이고, 나도 이 영화를 보았다. 하지만 나는 카사블랑카라는 도시가 모로코라는 나라에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고, 이 나라가 지도상에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를 안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나는 최근에 <김화영의 알제리 기행, 문학세계, 2006>을 읽음으로 북아프리카의 지중해에 면하고 있는 나라들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었으며, 또 우리에게는 아주 낯선 White Africa에 대해 작은 관심을 가지게 된 상황에서 또다시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더욱 북아프리카에 대해 더욱 친근해졌음을 느꼈다.

 

이 여행기는 1954년에 출간된 책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반세기전에 쓰여진 오래된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은 다른 여행기와는 달리 지리나 관광보다는 오로지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은이인 엘리아스 카네티 49세 때 모로코의 마라케시란 도시에 영화촬영을 간 친구와 동행하여 방문한 동안에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엘리아스 카네티는 76세 때인 1981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군중과 권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스페인계 유태인으로 불가리아에서 1905년 태어났고, 영국에서 주로 생활했고 주로 영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했으나 작품 활동은 독일어로 썼다고 한다. 물론 이 책도 독일어로 썼다. 이렇게 다문화적으로 살아온 그에게도 모로코는 낯선 나라였던 것 같다.

 

이 책에서 호기심 많은 저자에게 주의를 끄는 인물들은 걸인, 장님, 미군부대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실업자, 시장 상인, 음식점과 술집 주인 등이 등장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공통점은 모두 불행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낯선 모로코의 한 도시에서 주로 어두운 면만 살펴보고 있으며, 그들의 불행에 가슴 아파하는 휴머니스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 그 시대에 모로코는 아예 건강한 면이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1954년의 모로코는 프랑스에서 독립하기 2년 전인 시점이니만큼 피식민지의 풍경이 당연히 어두울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또한 저자는 불쌍한 동물에 대한 애처로움을 표현해준다. 그의 눈에 보이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낙타의 모습과 나귀의 불쌍한 모습은 독자들에게도 애처롭게 보여진다. 동물이 사랑 받지 못하는 곳은 사람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고 하던가! 아니면 사람의 존엄성이 제대로 존중 받지 못하는 곳에서는 동물들도 거칠게 다뤄진다고 하던가! 아무튼 1954년의 모로코의 모습은 인간도 동물의 모습도 그러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관능적인 여인에게 눈을 돌리는 저자의 모습에서 40대 남자가 가진 속성은 동서가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으며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이 났다.

 

이 책에는 많은 사진들이 들어있다. 전문적인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으로 보이는 이 사진들은 언제 찍은 것인지가 상당히 궁금했으며, 사진의 전체적인 톤도 어둡다. 이런 면이 독자들에게 모로코의 상황을 더 어렵게 보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식민지 시기를 보내기도 했으며 또 아랍의 문화와 유럽의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모로코는 내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어려운 생활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유럽과 가장 가까운 물길인 지브롤터 해협을 밀항해서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인들이 경유하는 지역이다. 지금도 많은 아프리카인들에게 유럽은 꿈을 이룰 수 있는 지역으로 모로코는 제3세계의 지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내가 그곳에 가볼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그곳에 방문한다면 그때에는 모로코의 밝은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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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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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른두 살이고, 두 아이의 어머니이며 이혼녀이다키가 크고 늘씬한 금발 미인이다. 초록빛 눈의 금발 미인이 영화나 노래가 아니라 소설로 이렇게 대중의 인기를 누리는 것은 프랑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위 글은 이 책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문학세계사, 2002>의 책 날개에 있는 저자 안나 가발다(Anna Gavalda)에 대한 소개이다.

 

마치 저자 자신의 일처럼 딸 둘을 가진 젊은 여자의 남편이 자신과 가족을 버리고 딴 여자에게 간다. 그녀가 몹시 괴로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녀는 버림을 받은 것이니 말이다. 그녀와 딸 둘을 버린 남편에게는 아버지가 있었다. 물론 그는 여주인공인 클로에의 시아버지이다. 시아버지 피에르 디펠은 며느리를 달래기 위해 시골에 있는 별장으로 데려간다.

 

평상시에 무뚝뚝하고 말이 전혀 없는 피에르 디펠은 꼭 한국의 아버지를 보는 모습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뿐만 아니라 아들과 딸들에게도 한없이 엄하고 칭찬한 번 하는 일없이 야단만 치는 근엄하고 권위적인 아버지가 바로 피에르 디펠이었다. 전혀 감정을 드러내놓지도 않으며 회사의 업무와 집 이외에 어떤 선택의 여지가 없이 꽉 막힌 그가 며느리를 위로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남편이 자신과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 상황에서 어떤 말인들 당사자에게 위안이 될 것인가! 그녀의 입장에서는 아마 배신감에서 시작해서 남편을 죽여버리고 싶기도 할 것이고,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것이다. 이 책에서도 클로에는 눈물만 흘리고 있다.

 

무뚝뚝하기 그지 없는 시아버지는 어떻게 며느리를 위로할까! 그는 자신의 알려진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준다.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그녀에게 들려주는 것이었다. 며느리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 아내 이외의 여자를 사랑할만한 부드러움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그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을 듣고는 놀랍고, 또 궁금했다. 

 

그는 그녀와 처음 만난 동안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녀와 함께 보낸 며칠 동안, 나는 나 자신이었어. 더도 덜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지. 그녀와 함께 있을 때, 나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었어..그때까지 아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152)

 

그는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었다. 당연히 그것은 마흔두 살의 남자에게 찾아온 사랑의 힘이었다. ! 사랑은 이런 것이다. 자신이 이전에 알던 세상과 사랑에 빠진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 보이고, 그에게는 모든 것에 대한 자신감 마저 생긴 것이다. 얼마 전 모임에서 어떤 친구는 이렇게 이야기 한 것과 상통한다.  젊음은 마흔 일곱부터…” 사실 사람의 40대는 예전과 비교해서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니다. 누가 마흔 살을 불혹(不惑)이라고 했는가! 공자는 틀렸다. 마흔 살은 유혹(誘惑) 그 자체일 만큼 아직 젊다..

 

한쪽에는 든든한 마누라가 있고, 다른 쪽에는 짜릿한 전율이 있는 것, 내 깜냥에는 그런 게 딱 맞았을 거야. 매일같이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으면서, 이따금 밖에서 일탈을 경험하는 정도가 말이야..느긋한 포만감과 팽팽한 긴장이 어우러진 삶, 그게 편리하고 안락했지…” (182)

 

그는 위와 같이 불륜에 빠진 남성의 입장을 이야기 한다. 이 부문에서 사십 대인 나에게 그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저자인 안나 가발다는 사십 대 남자들의 속을 훤히 들려다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일탈된 사랑 이야기로 시아버지와 며느리는 포도주를 함께 하며 밤을 지샌다. 시아버지의 평소와는 전혀 달라 상상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은 며느리는 과연 위로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의 일탈에 대해 충격을 받은 며느리를 위로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까지 꺼내는 그의 모습이 가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을 다 읽고서야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의 후반까지도 나는 여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왜 안 나오나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끝까지 그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 책은 여 주인공인 클로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의 시아버지인 피에르 디펠의 이야기였기에 제목이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였던 것이다.

 

이 책은 특히 번역자의 적절한 번역이 눈길을 끈다. 이유는 우리의 고유말을 적절히 사용하여 번역함으로 번역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읽혔기 때문이다.

 

겨울로 가는 문턱에서 나는 이 책의 저자인 안나 가발다에게 내 속 마음을 온통 들킨 기분이들었다. 이제 그녀의 또 다른 책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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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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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처음 만났던 <나를 부르는 숲>이란 책과 이 책의 저자 빌 브라이슨이 계속 생각났다. <나를 부르는 숲>에서 홍은택씨와의 만남은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로 연결되었고 그리고 드디어 나는 그와 함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일단 홍은택씨의 책은 재미있다. 그리고 또한 독자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 책에서 보면 인류의 20세기 기계문명의 주 성장 동력인 석유에 대한 그의 생각을 볼 수 있다. 그는 기름의 힘이 아닌 인간의 근육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면서 그의 슬로 라이프(Slow life)를 실천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그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매력은 빌 브라이슨과 아주 비슷하다. 이 책에도 보면 그런 느낌이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국토를 자전거로 일주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인데, 그는 미국의 동부 대서양 연안인 버지니아주 요크타운에서 서부 태평양 연안인 오리건주 플로렌스까지 80일간 6,400킬로미터를 그의 몰튼 자전거로 횡단한다. 물론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이 길은 미국 독립 200주년 기념해 1976년 설계하고 많은 사람이 동참했던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Trans America Trail) 루트이다.

 

이 길에서 그는 그의 이전 책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에서 담아내고자 했던 어두운 모습의 아메리카가 아니라, 생동하는 자연을 가진 아메리카와 그 속에 존재하는 따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에서 보면 홍은택씨와 마찬가지로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이 그 힘든 선택을 하는 이유는 다 비슷해 보였다. 그들을 움직이게 한 주된 요인은 바로 즐거움(for fun)이었다. 자전거 여행은 보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여행이다라는 저자의 말은 내 가슴에 진하게 다가왔다. 또한 자전거 여행은 우리가 집에서 느끼는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 왜냐하면 많은 물건을 가지고 갈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바이커들은 생존에 직결되는 몇 개의 물품만을 지니고 떠난다. 이 말은 너무 많은 것을 지니고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배낭 여행에 대한 책을 읽고는 그것을 실행할 궁리를 했는데, 이 책을 읽은 지금 나는 고민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쓰던지 간에 나는 현실을 훌훌 털어버리고 혼자서 떠날 것이다.

 

홍은택씨는 이제 우리 나라의 해안선을 따라 도는 Pan Korean Trail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그것이 실현된다면 나도 동참할 것이다. 나도 내 근육의 힘으로 우리 나라 자연과 가슴이 따듯한 이웃을 만나고 싶다. 그날이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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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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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남자는 자신의 여자를 위하여 목숨을 버릴 수 있을까? 물론 이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에 여자는 사랑을 위해 조국도 가족도 자신의 목숨도 버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남자가 사랑을 위해 자신의 삶을 버릴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있다 이다. 바로 이 책의 내용이 이것이다.

 

<용의자 X의 헌신>(현대문학, 2006)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와는 내게 두 번째 만남이었다. 지난 겨울에 그의 책 <레몬>(노블하우스, 2005)을 처음 보았다. 과학 분야에 상당한 지식을 가진 작가로 보여졌다. 몰론 그의 전공이 공과 계통이기 때문이리라. 공대 출신인 그가 추리소설을 쓰다 보니 소설의 완성도 측면에서 보면 더욱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것 같다. 이 책도 역시 완성도 높은 그런 추리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 남자는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수학 선생이 아니었다. 수학 분야에서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수학을 전공한 천재라면 가장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 보여진다. 소설 곳곳에 그는 그의 천재성을 발휘하여 수사에 혼선을 준다. 즉 자신의 이성적인 평소 성격과는 다르게 감성적인 사랑을 위해 자신의 천재성을 사용한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그는 헌신을 한다.

 

이 책의 제목에 나와 있는 헌신(獻身)의 사전적 의미는 ~를 대신에, ~를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힘을 다함이다. 남자 주인공은 정말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몸과 마음을 바친다. 아니 오직 하나뿐인 그의 삶을 바친다. 그러나 그 여자는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어떨까!

 

주인공이 사랑하는 옆집 여자는 우연히 살인자가 된다.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던 전 남편을 엉겁결에 살해하고 만다. 그러자 주인공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그의 천재적인 머리를 이용하여 경찰의 수사망을 벗어날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완전범죄를 꿈꾸는 이 천재의 계획은 또 다른 천재와 대결하게 되는데, 두 천재는 대학교 동창이었고, 서로의 천재성을 인정하는 사이었다.

 

경찰은 수사를 하고 있지만 이 천재가 조작해낸 증거와 알리바이 속에서 사건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또 한 명의 천재는 이 사건이 철저히 조작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어 벌어지는 반전, 독자들은 아마 이 부분에서 크게 놀랄 것이다.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천재가 만들어내는, 이 상상할 수 없는 반전은 읽는 이들을 경악하게 한다. 선입견이 맹점을 찌른다 라고 이 책에 나오는 말이 읽는 이들에게 진리로 다가온다.

 

이 책을 다 읽고는 가장 이성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감성적인 사랑을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들은 과연 몇 년 형을 선고 받고 출옥해서 그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 책을 다 읽고는 괜스레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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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여자 - 여자 몸에 대한 연구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이경식 외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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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몬드 모리스는 자신을 유명하게 하고 또 백만장자가 되게 한 책 <털 없는 원숭이(Naked Ape)>에서 우리는 우리 사촌들과 비교해서 털이 없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에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벌거벗은 여자 (Naked woman)>라는 제목의 책으로 여자의 머리털부터 발까지 모든 것을 까발렸다. 두 책에서 Naked라는 단어는 털 없는 벌거벗은 이란 다른 뜻으로 해석이 되었다. 두 책을 읽어보면 책 제목의 한글 번역이 기가 막히게 잘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책에 있어서 Naked를 바꾸어 해석해면, 벌거벗은 원숭이털 없는 여자가 되는 데 이는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첫 번째 번역인 벌거벗은 원숭이는 어느 정도 가능한 제목이라고 보여지지만, 두 번째 번역인 털 없는 여자는 책 내용을 포괄할 수 없는 제목이 된다. 물론 여자는 남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털이 없지만, 이 책은 단순히 여성의 털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여자의 신체에 들어 있는 생물학적 의미와 더불어 사회적인 의미까지 담아내고자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벌거벗은 여자란 번역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호모사피엔스의 암컷의 벌거벗은 의미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털 없는 원숭이>를 읽어보면 저자는 우리 인간을 동물과 동격으로 놓았다. 즉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의 생각을 뿌리째 흔들어 버리고 말았다. 더구나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게 창조했다는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볼 때에 이는 찰스 다윈 이후 100년 만에 문명 세계에 준 또 다른 충격이었다.

 

우리 인간들은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다른 동물을 관찰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침팬지나 보노보 속에 숨겨져 있은 인간의 본성을 찾고, 개미와 같은 사회성을 가진 생물의 행동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유추하고 있다. 이는 모든 생물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진화해왔다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다. 특히나 우리와 가장 가까운 시기에 분지한 침팬지나 보노보에서 우리는 인간의 공격성과 이타성을 함께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데스몬드 모리스도 동물학자로 오랫동안 동물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Naked란 낱말처럼 남자들을 흡족하게 만드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시각 지향적인 사냥꾼의 후예인 남자는 시각에 삶의 초점 중 많은 부분이 맞추어져 있다. 이런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남자를 만족시키는 방법은 단 한가지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누드이다. 이 말은 남자의 시각 지향적인 모습을 아주 쉽게 그린 말이라 생각이 된다. 그런데 여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은 백과사전을 채우고도 남는다고 한다. ! 그렇다. 남자들이여 여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 여자의 몸짓에서 그녀의 마음을 혹시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은가!! 또한 여자들에게도 필요하다. 자신의 신체에 담겨있는 놀라운 비밀을 새롭게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 암컷의 신체 모든 부분을 naked 해버렸다. 여자의 몸짓 하나 하나에 담겨있는 의미를 이 책을 통하여 읽어낼 수 있었다. 또한 여성의 몸의 모든 부분이 진화의 꽃이라는 의미도 찾아낼 수 있었다. 데스몬드 모리스는 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모든 여자는 아름다운 신체를 가지고 있다. 이 아름다움이란 수 백 만년 동안의 진화의 종착점이다. 아마 여성의 아름다운 신체를 만들어온 진화의 압력은 성선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몸을 남자들이 좋아했을 테니 말이다.

 

진화는 단순히 생존에 목적이 있는 자연선택을 통해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다른 진화의 동인은 바로 성선택이다. 다윈의 진화론을 뒷받침하고 있는 이 두 개의 이론은 이 책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각지향적인 남성이 여성을 볼 때 얼굴 이외에 가장 눈이 먼저 도달하는 부분은 아마도 엉덩이와 가슴일 것이다. 이 두 부분은 우리와 사촌간인 영장류의 모습과 비교할 때 완연히 다르다. 인간 남성이 침팬지 암컷의 엉덩이와 가슴을 보았을 때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그는 아마도 변태일 것이다. 왜 이렇게 인간 여성의 엉덩이와 가슴은 이렇게 사촌들과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왔을까? 이 책에 그 해답이 들어있다.

 

이 책에는 여자의 머리카락에서부터 시작하여 여자의 발까지 여자의 신체 부위 22군데에 대해 생물학적 의미와 사회적 의미를 까발리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는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인 인류학이 동물학의 한 부분에 속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자 이 책을 직접 읽어보시라! 여자의 몸에 담겨 있는 깊은 의미에 관한 지적 탐구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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