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여자 - 여자 몸에 대한 연구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이경식 외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데스몬드 모리스는 자신을 유명하게 하고 또 백만장자가 되게 한 책 <털 없는 원숭이(Naked Ape)>에서 우리는 우리 사촌들과 비교해서 털이 없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에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벌거벗은 여자 (Naked woman)>라는 제목의 책으로 여자의 머리털부터 발까지 모든 것을 까발렸다. 두 책에서 Naked라는 단어는 털 없는 벌거벗은 이란 다른 뜻으로 해석이 되었다. 두 책을 읽어보면 책 제목의 한글 번역이 기가 막히게 잘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책에 있어서 Naked를 바꾸어 해석해면, 벌거벗은 원숭이털 없는 여자가 되는 데 이는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첫 번째 번역인 벌거벗은 원숭이는 어느 정도 가능한 제목이라고 보여지지만, 두 번째 번역인 털 없는 여자는 책 내용을 포괄할 수 없는 제목이 된다. 물론 여자는 남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털이 없지만, 이 책은 단순히 여성의 털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여자의 신체에 들어 있는 생물학적 의미와 더불어 사회적인 의미까지 담아내고자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벌거벗은 여자란 번역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호모사피엔스의 암컷의 벌거벗은 의미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털 없는 원숭이>를 읽어보면 저자는 우리 인간을 동물과 동격으로 놓았다. 즉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의 생각을 뿌리째 흔들어 버리고 말았다. 더구나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게 창조했다는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볼 때에 이는 찰스 다윈 이후 100년 만에 문명 세계에 준 또 다른 충격이었다.

 

우리 인간들은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다른 동물을 관찰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침팬지나 보노보 속에 숨겨져 있은 인간의 본성을 찾고, 개미와 같은 사회성을 가진 생물의 행동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유추하고 있다. 이는 모든 생물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진화해왔다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다. 특히나 우리와 가장 가까운 시기에 분지한 침팬지나 보노보에서 우리는 인간의 공격성과 이타성을 함께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데스몬드 모리스도 동물학자로 오랫동안 동물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Naked란 낱말처럼 남자들을 흡족하게 만드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시각 지향적인 사냥꾼의 후예인 남자는 시각에 삶의 초점 중 많은 부분이 맞추어져 있다. 이런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남자를 만족시키는 방법은 단 한가지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누드이다. 이 말은 남자의 시각 지향적인 모습을 아주 쉽게 그린 말이라 생각이 된다. 그런데 여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은 백과사전을 채우고도 남는다고 한다. ! 그렇다. 남자들이여 여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 여자의 몸짓에서 그녀의 마음을 혹시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은가!! 또한 여자들에게도 필요하다. 자신의 신체에 담겨있는 놀라운 비밀을 새롭게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 암컷의 신체 모든 부분을 naked 해버렸다. 여자의 몸짓 하나 하나에 담겨있는 의미를 이 책을 통하여 읽어낼 수 있었다. 또한 여성의 몸의 모든 부분이 진화의 꽃이라는 의미도 찾아낼 수 있었다. 데스몬드 모리스는 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모든 여자는 아름다운 신체를 가지고 있다. 이 아름다움이란 수 백 만년 동안의 진화의 종착점이다. 아마 여성의 아름다운 신체를 만들어온 진화의 압력은 성선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몸을 남자들이 좋아했을 테니 말이다.

 

진화는 단순히 생존에 목적이 있는 자연선택을 통해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다른 진화의 동인은 바로 성선택이다. 다윈의 진화론을 뒷받침하고 있는 이 두 개의 이론은 이 책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각지향적인 남성이 여성을 볼 때 얼굴 이외에 가장 눈이 먼저 도달하는 부분은 아마도 엉덩이와 가슴일 것이다. 이 두 부분은 우리와 사촌간인 영장류의 모습과 비교할 때 완연히 다르다. 인간 남성이 침팬지 암컷의 엉덩이와 가슴을 보았을 때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그는 아마도 변태일 것이다. 왜 이렇게 인간 여성의 엉덩이와 가슴은 이렇게 사촌들과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왔을까? 이 책에 그 해답이 들어있다.

 

이 책에는 여자의 머리카락에서부터 시작하여 여자의 발까지 여자의 신체 부위 22군데에 대해 생물학적 의미와 사회적 의미를 까발리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는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인 인류학이 동물학의 한 부분에 속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자 이 책을 직접 읽어보시라! 여자의 몸에 담겨 있는 깊은 의미에 관한 지적 탐구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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