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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사석원의 황홀한 쿠바
사석원 지음 / 청림출판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작년에 쿠바에 관한 책 두 권(이우일, 카리브해에 누워 데낄라를 마시다. 느린 희망)을 읽으며, 내가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는 쿠바에 관한 단편적인 지식(아바나, 살사,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카스트로, 체 게바라, 관타나모기지 등)을 합치자 멋진 그림이 나타났다.
마치 조각 퍼즐을 맞추듯, 의미 없는 조각들이 자기의 자리를 찾아가니 멀고 먼 나라 쿠바의 모습은 이렇게 나에게 구체화 되었다. 두 권의 책을 통해서 나는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쿠바 사람들의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을 되살리며 나는 쿠바에 대한 책을 또 집어 들었다. 바로 이 책 <황홀한 쿠바>(청림출판. 2004년)이다.
이 책의 저자인 사석원은 화가이다. 흔치 않은 성을 가지고 있는 그는 정말 흔치 않게 쿠바로 여행을 가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 이 책에는 화가인 그가 쿠바에서 그린 그림들과 또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그의 진솔한 글이 함께하고 있어서, 독자들에게 여러 가지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는 2004년2월9일부터 3주간 쿠바여행을 한다. 그를 쿠바로 이끈 것은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그 영화를 본 1년 후 그는 진짜 쿠바로 떠난다. 그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통해 들은 쿠바의 음악을 통해서 카리브 해의 유장한 리듬 속에 녹아들어 있는 쿠바인들의 삶에 깃들어 있는 애환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그가 쿠바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들른 곳은 멕시코였다. 그곳에서 그는 ‘프리다 칼로’를 만난다. 정말 불꽃처럼 살다간 여인 칼로의 흔적은 화가인 저자에게 많은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 프리다 칼로가 죽기 8일전에 그린 그림에 쓰여 있는 글귀는 바로 ‘인생이여, 만세’였다. 저자는 이 그림 속의 글을 읽고는 이렇게 말한다. “이 글귀가 관람객의 심금을 울린다”. 사람들은 그녀의 그림만큼이나 불행했던 그녀의 삶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자신의 죽음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녀의 ‘인생이여, 만세’는 어쩌면 ‘죽어도 눈물 아니 흘리오리다’라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드디어 저자는 쿠바의 아바나에 도착을 한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 안에서 그가 제일 처음 본 풍경은 쿠바 공업성 건물에 부조되어 있는 ‘체 게바라’의 얼굴이었다. 그렇다! 쿠바에서 ‘혁명’이라는 글자를 빼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만큼 쿠바는 혁명 그 자체이다. 쿠바가 저자에게 처음 보여준 것은 바로 ‘혁명’이었다. 하지만 건널목에서 벌어진 남자의 성적인 손짓은 쿠바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섹스였다. 저자는 혁명과 섹스 사이에서의 혼란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쿠바가 가지고 있는 두 얼굴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쿠바에서 머무는 동안 가장 그를 잡아 끈 장소는 바로 ‘말레콘(방파제)’였다. 방파제에는 사랑, 우정, 음악, 유혹, 인종 등 상호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네 삶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다 볼 수 있는 그런 장소였다. 그곳에서 저자가 만난 쿠바인들에게서는 가난에 찌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낭만과 편안함이 묻어나오고 있었으며, 그것은 또한 저자가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느꼈던 것을 다시 확인하는 절차였을 것이다.
3주간의 쿠바 여행에서 느낀 것은 카리브의 진한 바다색, 아름다운 쿠바의 연인들, 애절한 음악이었다. 그는 후기에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다. “함부로 그곳에 가지 마시라, 그곳엔 특별한 것이 있나니, 그리고 특별한 것의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할 테니..” 그가 느낀 쿠바는 바로 ‘독’이었다. 다만 책으로 쿠바를 보고 있는 나이지만, 내게도 저자가 보고 느낀 그 쿠바의 매력이 그대로 전해진다. 확실히 쿠바에는 중독성이 있다. 나도 쿠바의 특별함에 대가를 치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