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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 정치지리의 세계사 ㅣ 책과함께 아틀라스 1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 김희균 옮김 / 책과함께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매일 지도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운전자의 운전석 옆에는 보통 도로지도가 있게 마련이고, 또 지하철을 타면 지하철 노선도를 비롯해 주변지역 지도까지 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지도는 공간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의 생활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도는 공간에 대한 정보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을 하자면 지도는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다만 국경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국경이 변한다는 말은 정치적 역학관계를 그 안에 담고 있다는 것이니, 우리는 지도를 통해서 공간에 대한 정보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와 독일이 합작하여 만든 방송사인 아르테 방송국이 1990년부터 <지도의 이면>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중에서 고른 내용이다. 50개의 꼭지를 가지고 책을 구성을 했는데, 정말이지 내가 모르고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책과함께.2007년)을 보면 350장의 지도가 수록이 되어있다. 이 지도에는 해당 지역의 정보와 역사가 담겨져 있다.
가끔 신문지상에 모스크바에서 테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체첸인이다. 그들은 왜 테러를 벌이고 있을까?
러시아와 체첸의 분쟁의 원인은 체첸의 독립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러시아의 유전지대와 수출항을 연결하는 송유관이 체첸의 영토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체첸의 독립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인종, 언어, 종교도 러시아와 다른 체첸은 자신들만의 나라를 세우길 원한다. 그것을 러시아는 용인하지 않고 있어서 체첸은 끊임없이 무력으로 대항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의문은 군사력이나 여러 면에 있어서 상대가 안 되는 싸움으로 보이는데, 러시아가 체첸을 쉽게 물리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체첸인들이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체첸의 현실이다.
나는 체첸의 테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체첸이 지도상에서 어디에 있는지 체첸인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체첸과 러시아의 전쟁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지도를 통해 분쟁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는 이렇게 각 나라들의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혀서 분쟁에 이르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즉 지도의 지정학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러나 ‘석유냐, 거북이냐?’라는 제목의 글은 좀 색다른 면이 있다.
아프리카 서부의 기니 만은 지구상의 거북이 여덟 종류가운데 다섯 종류가 알을 낳는 지역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의 소지는 그곳에 석유가 있다는 것이다. 수입을 위해서 유전 개발을 한다면 거북이의 산란지는 아마도 오염이 되어버릴 것이고, 결과는 거북이들은 멸종해 버릴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개발이 우선이지만, 저자는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거북이를 선택하면 당장 경제적으로는 손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느리고 조화로운 발전 모델로서 의미가 있다. 그 안의 사람들은 덜 교만한 종족이 될 것이다. 다음 세대에게 좀 더 풍부한 자연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거북이를 살리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구가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지구의 미래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처럼 이 책은 지도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이 세계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아마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어떤 현대 세계사 교과서를 읽는 것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