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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
생 텍쥐페리 지음, 최복현 옮김 / 이른아침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앙리 기요매! 그는 1930년 6월 남미의 안데스 산맥 횡단비행 중 행방불명되어 동료들이 수색을 했으나 그를 찾는데 실패했다. 모든 사람들은 기요매가 죽었으리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기요매는 기적적으로 생환한다. 몇 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고지의 눈 속에서 살아 돌아온다. 이것은 기요매의 동료 비행사였던 생텍쥐페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준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인간의 대지>(이른아침.2007년)에서 생텍쥐페리는 ‘나의 동료 앙리 기요매에게 이 책을 바치며’라는 헌사와 함께 시작한다. 12살에 처음 비행기를 나 본 경험을 가졌던 그는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후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타보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생텍쥐페리가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는 귀족이었다. 이런 경험은 그에게 비행기는 그의 모든 것이 되었다. 20대 초반에 시작된 그의 비행사라는 직업은 그가 죽는 순간까지도 함께 했다.
<인간의 대지>는 우편항공기 조종사 훈련이 끝나고 실제 비행에 투입되는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그것이 1926년이니 80년이나 지난 일이다. 그 시절의 비행기는 정말 목숨을 담보로 한 모험이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동료 비행사의 행방불명이나 사망 소식과 악천 후 비행의 어려움 속에서도 기요매는 두려워하고 있는 생텍쥐페리에게 이렇게 격려해준다.
“폭풍우, 안개, 눈과 같은 것들이 가끔씩 너를 괴롭힐 거야. 그럴 때마다 너보다 먼저 이를 경험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거야. 그런 다음 그냥 이렇게만 생각해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것은 누구나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야.”
자신이 존경하고 있는 기요매의 말을 듣고 자신감을 갖고 비행을 하고 있는 생텍쥐페리에게도 생사의 갈림길은 계속된다. 파리 사이공간의 비행 도중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하기 전 사막에 불시착한 생텍쥐페리와 돌료 기관사 프레보. 항로에서 이탈한 채로 추락했기에 구조대가 그들을 찾으려면 최소한 보름이상이나 걸린다고 생텍쥐페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남겨진 먹을 것은 ‘커피 반 피터, 포도주 1/4 리터, 약간의 포도와 오렌지 한 개’ 이 상황에서 생텍쥐페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막의 햇빛 아래에서 다섯 시간만 걸으면 이건 없어질 거야”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두 사람이 구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텍쥐페리는 자포자시의 심정 속에서도 삶에의 적극적인 애착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 사람은 5일만에 사막의 유목민이 베두인족에게 극적으로 구조된다.
사람이 죽음에 임박해지면 더욱 진솔해지고 생에 대한 애착이 강해진다고 하던가?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는 바로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여유로운 관망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글에서 독자들은 삶에 관한 진솔하고 깊이 있는 느낌이 자신의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행기와 비행을 사랑하던 기요매와 생텍쥐페리는 결국 비행 중에 사망하고 만다. 그러나 생텍쥐페리는 아직도 그의 비행기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그의 죽음은 아직도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의 신비스런 죽음과 아울러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은 아직도 사람들에게 생텍쥐페리를 못 잊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