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삼국지 - 열두 영웅들의 용인술과 지략을 현대 경영학으로 풀어낸 新 삼국지
신동준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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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재 리더이거나 미래에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이 읽는 책이다. 시중에 이런 책은 정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는 사람들이 이런 책을 찾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이런 책을 찾을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열정 때문이리라. 요컨대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자 하는 열정은 인종이나 문화를 떠나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서점가에서 이런 책이 많이 보인다. 삼국지의 인간학이라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진부하리만큼 그동안 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건만 끊이지 않고 계속 출간되는 이유는 그만큼 리더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그러하리라.

리더라고 하면 우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질로 평가된다. 안정된 시기에 필요한 리더십이 있고, 위기에 중요한 리더십이 다르다. 예컨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리더십은 위기 시에 빛을 내기 마련이다. 또한 카리스마 리더십이 보는 이에게 멋져 보여도 본인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면 따라하기 힘들다. 이럴 때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속에서 다양한 리더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자신과 성격이 비슷한 사람을 찾아 그의 리더십을 배운다면 자신의 미래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신간 <CEO의 삼국지>(청림출판.2010년)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사람 가운데 12명을 뽑아서 그들의 리더십을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해당 리더십을 세계적인 기업의 사례와 함께 소개해주어 독자들에게 <삼국지>의 인물을 현대적 가치와 연결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된 12명은 조조, 유비, 손권으로부터 사마의, 하후돈 그리고 마지막은 조자룡에까지 이른다. 하후돈에 대해 저자는 ‘전장의 책벌레’라고 소개하며 그를 지식과 무용을 동시에 갖춘 장수로 보고 있다. 정통 사서 <삼국지>의 저자인 진수는 하후돈을 유장(儒將, 선비이자 장수)으로 높이 평가한다. 하후돈전에 의하면 “하후돈은 전쟁 중에도 친히 스승을 맞아들여 가르침을 받았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조조도 하후돈의 이런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 전해진다. 이 책의 저자는 하후돈의 이런 리더십을 현대의 ‘지식경영’과 접목시킨다. 그리고 IBM과 MS의 지식경영 사례를 소개하며 하후돈의 모습에서 현대 경영의 중요한 가치를 읽어낸다.

삼국지 인물 가운데 가장 좋은 가문 출신은 원소다. 이에 반해 조조는 환관 집안의 후예였으며, 유비는 자신이 한나라 왕실의 후예라고 주장하고는 있지만 근거는 확실치도 않았다. 그럼에도 원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리한 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조조에게 패해 죽고 만다. 이에 저자는 원소가 패한 이유를 정통성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즉 원소는 자신이 명문가 출신임을 강조하고 이에 안주함으로써 패배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원소를 현대 경영의 중요한 요소인 브랜드 가치와 연결한다. 전기밥솥으로 유명한 쿠쿠전자가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노력을 통해 성공한 점을 조명한다.

이 책에서는 진부할 수도 있는 삼국지의 인물들을 이렇게 현대 경영학의 의미로 이끌어 내고 있는 저자는 신동준이다. 그는 신문기자를 거쳐 ‘21세기 경영 연구소’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많은 고전에 있는 리더의 사례를 현대적인 경영과 접목시켜주는 일을 하며, 이와 관련된 다수의 저서를 가지고 있다. 저자가 많은 고전을 섭렵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와 있는 참고문헌 리스트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의 수많은 사서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의 관련서적 그리고 서양의 서적 까지도 포함하고 있으니 말이다.

삼국지 인물들의 리더십은 저자 신동준에 의해 이렇듯 현대 경영학의 주제와 만난다. 이 만남에서 무엇을 배울지에 대한 부분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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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이야기 - 해보지 않고 두려움만 키우는
EBS대한민국성공시대 엮음 / 에이트스프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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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위키피디아나 지식인을 통하면 알고 싶은 것이 다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터넷에서 나도는 정보를 모두 믿을 수 없다. 정보나 지식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쓰레기일 경우도 많다. 요컨대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그렇기에 어떤 정보가 쓸 만한지에 대한 판단은 대단히 어렵다.

어쨌든 디지털 시대는 우리에게 정보나 지식은 풍부하게 널려있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지혜’이리라. 이 시대 지혜가 부족해진 세상이 빠른 시간에 성과를 내려는 이유 때문이다. 즉 지혜는 속도와 역비례한다. 빠름이 최고의 선으로 여겨지는 디지털 시대에 지혜는 어울리지 않는다. 지혜는 아날로그에 가장 잘 맞는다. 지혜를 얻으려면 많은 시간이 든다. 또 지식처럼 실용적이지도 않다. 그렇지만 지혜는 지식보다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다.

신간 <지구인 이야기>(온유.2010년)은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를 들려준다. 이 책은 EBS FM ‘대한민국 성공시대’란 프로그램에서 ‘오종철의 성공노트’라는 이름으로 방송된 120가지의 이야기가 수록되어있다. 책 제목인 ‘지구인 이야기’에서 ‘지구인(智求人)’은 바로 ‘지혜를 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20가지의 이야기 중 반은 ‘자전(自傳)’으로 이는 ‘스스로 펼치는 이야기’란 뜻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 꿈에 당당한 사람인지’,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어디인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게 해준다. 요컨대 자전에서는 내 안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의 후반부는 ‘공전(共傳)’으로 세상과 나와의 관계를 말해준다. 인간은 가장 사회적인 동물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인간은 관계를 통해 생존하고 나아가 발전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공전은 나를 세상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내용을 보여준다.

자전에 수록된 내용 가운데 박찬호 선수의 이야기는 항상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준다. 박찬호야 말로 성공한 스포츠맨의 대명사다. 그런 그도 거의 은퇴 기로에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할 정도로 그의 몸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박찬호는 자존심을 버리고 마이너리그를 시작해 다시 메이저 리그로 올라갔다. 결국 그는 2009년 월드 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의 구원투수로 맹활약을 할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 멋지게 재기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It's OK.'가 바로 그의 성공 비결이었다. 그는 전성기 시절에도 마운드에 오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자기 자신의 기량을 믿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했다는 의미다. 그런 그가 낙천적으로 'It's OK.'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다시 전성기 시절만큼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요컨대 그가 마이너 리그로 떨어진 이유는 자신의 공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바로 자신 안에 있음을 보여준다. 정말 'It's OK.'다.

공전에서 가수 ‘노라조’의 이야기는 세상과 나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답을 제공해준다. 노라조가 처음 데뷔했을 때 ‘엽기적이고 싼티 나는 그룹’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수많은 악플에 시달렸다고 한다. 노라조는 인터넷에 올라온 악성 댓글 중 대표적인 몇 개를 간추려 재미있는 답변을 단 동영상을 올린다.

예를 들어 ‘한심하다’는 악플에 “맞습니다. 저희 가문에서도 저희를 한심하게 생각합니다.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십시오”라고 답글을 달았다. 또 ‘표절한 거 아니야?’라는 글에는 “저희도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고 어디선가 들었던 노래 같습니다. 그러나 표절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노력, 또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이런 답변으로 인해 조회수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이를 계기로 노라조의 팬이 되었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고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비판까지도 뒤집어 성공의 디딤돌로 삼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상대방의 악플에 가슴 아파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활용해 친구를 만들 수 있다면, 세상과 나의 관계는 훨씬 더 따스해지리라.

이 책 <지구인 이야기>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에게 부족한 지혜를 들려주는 아날로그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용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좋으리라. 결코 빨리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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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블루슈머 - 미래를 지배할 12가지 골든 마켓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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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기후와 같은 자연환경도 변화하고 있고, 사회 문화적 환경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환경도 변하고 있으며, 기업은 이런 변화에 맞추어 변신을 해야만 한다.

21세기 지구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실버세대의 증가, 여권 신장, 싱글족의 증가, 웰빙, 건강, 메트로 섹슈얼 처럼 어느 문화권이나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변화가 있다. 그리고 특정 종교에 따른 삶의 방식의 변화도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이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별도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변화된 21세기 세계에서는 과연 어떤 재화가 잘 팔릴까?

<2010 블루슈머>(청림출판.2009년)에 보면 그 대답이 나온다. 책의 부제는 ‘미래를 지배할 12가지 골든 마켓’이다.

책에 나오는 첫 번째 골든 마켓은 ‘여권 신장’에 따른 구매력 있는 현대여성이 만드는 시장이다. 예전에 여성들은 주로 집에서 소비되는 생필품을 구매하는 것 이외에 큰 재화를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요컨대 주부로 대변되는 여성들은 주로 작고 가격이 싼 재화를 구매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를 결정할 때 80퍼센트 이상이 여성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통계가 있다. 이제 고가의 자동차나 아파트 등 큰 규모의 소비조차도 주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재화를 팔기 위해서는 여성을 공략해야한다는 말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 중국의 기업들은 최근 여성 전용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텔에서는 여성전용 객실층을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IT제품의 구매의 주도권도 여성에게 돌아가면서 전편일률적인 기능 위주의 제품보다는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여성 고객을 감동시키는 전략을 펴나가고 있다.

여성의 복장이나 차림새에 규제가 심한 이슬람사회에서 조차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이슬람권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히잡에도 패션의 물결이 흘러넘친다. 게다가 이슬람권 여성을 위한 수영복까지 만들어 히트시킨 경우도 있다. 신체 노출을 극소화 시키는 이슬람권의 정서에 맞추어볼 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변화의 물결은 어쩔 수 없나보다. 레바논계 이민자인 아헤다 자네티는 수영을 하고 싶어하는 이슬람 여성의 니즈를 간파, ‘버키니(부르카와 비키니의 합성어)’를 개발했다. 버키니는 여성의 노출을 금지하는 이슬람법에 맞게 제작된 수영복으로, 2009년 프랑스의 한 공공 수영장에서 금지 품목이 되며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으나, 현재 자의식이 강한 이슬람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핫한 상품’이 되었다.

이처럼 종전까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소비자가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의 여성, 이슬람 여성, 베트남의 신세대 등 소비 사장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그룹들이 변화의 시대에 강력한 소비자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작은 규모로 시작될지 모르지만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블루슈머 시장’을 이 책에서 집중 조명하고 있다. 블루 슈머 시장에 대해 이 책에 나와있는 정의를 보면 “매우 작은 규모이지만 경쟁이 거의 없고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시장을 ‘블루슈머 시장’”(p.6)이라고 한다.

과연 이런 책을 쓴 저자가 궁금해진다. 저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다. KOTRA에서는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펴고 있다. 그중에서도 KOTRA에서 운영하고 있는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 Korea Business Center)는전 세계 70개국에 무려 100개관이 위치하고 있어서 실시간으로 현지 소식과 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우리 기업의 시장 진출을 위한 주요 자료로 제공해주는 등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전진 기지로 활약하고 있다. 이 조직을 통해서 조사된 자료를 활용하여 나온 책인 만큼 최신성과 신뢰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특이한 부분을 더 살펴보도록 하자.

남성들이 자신의 외모를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함에 따라 '메트로 섹슈얼(metro sexual)'이라는 단어를 탄생시켰했다. 이 단어는 영국의 기자이자 작가인 마크 심슨이1994년 일간지 <인디펜던트>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메트로 섹슈얼을 ‘자신의 외관과 생활양식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지출하는 아주 강한 미적 감각을 가진 도시 남성‘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러나 메트로 섹슈얼에 대해서 사람들이 좋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화장하는 남성을 게이로 바라보고, 또 남성들이 너무 여성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눈초리도 존재했다. 그러자 최근에는 남성미가 강조된 '위버 섹슈얼(Uber sexual)'이 등장했다. 위버 섹슈얼은 자신의 외모에 많은 투자를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연스런 남성미를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직장문제나 경제적인 이유로 부부가 떨어져 사는 가구가 많아졌다고 한다. 조사에 의하면 2007년 주말부부의 수는 2003년에 비해 약 53퍼센트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보고 싶은 가족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액자에 사진을 넣어 책상이나 가장 눈에 잘 띄는 장소에 놓고 바라볼 터이다. 최근에는 많은 사진을 연속적으로 볼 수 있는 디지털 사진 액자가 출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미국 가정의 디지털 사진 액자의 보유 비율은 7퍼센트에 불과하나 74퍼센트의 가정이 디지털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디지털 사진 액자의 성장 가능성은 아주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해외사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기획하거나 판매하는 회사원에게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또한 변화하고 있는 세상의 트랜드를 알 수 있기에 문화나 인문학적인 궁금증에 대해서도 대답을 들을 수 있어서 일반 독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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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 블루스
커트 존슨.스티브 코츠 지음, 홍연미 옮김 / 해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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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나보코프라는 이름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롤리타>다. 롤리타는 두 번에 걸쳐 영화화된 소설이다. 이 <롤리타>의 원저자가 바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러시아 귀족태생으로. 페테르부르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프랑스어와 그림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웠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으로 말미암아 그의 가족들은 망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서유럽으로 탈출했으나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간다. 미국에서 그는 대학 강사와 소설가로 활동한다. 그를 유명하게 한 작품은 바로 <롤리타>였다.

<롤리타>는 그 내용(소아성애) 때문에 쉽게 출판할 수 없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출간하겠다는 출판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보수가 주류였던 1950년대에 소아성애를 다룬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출판사에게는 상당한 모험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미국의 다섯 개 출판사에서 거절을 받은 <롤리타>는 마침내 프랑스에서 처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파리 올랭피아 출판사의 모리스 제로디아스는 <롤리타>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이었다.

나보코프는 <롤리타>가 출간되고, 초판본에 그레이엄 그린에게 헌사를 써서 증정한다. 이런 책을 수택본(手澤本, association books) 이라고 하는데, 즉 저자가 또 다른 명사에게 보내는 헌사를 써놓은 책을 말하는 것이다. 나보코프는 헌사와 함께 나비 그림을 그려놓는다. 수택본에 나비를 그려 넣은 이유는 바로 나보코프가 아마추어 인시류(鱗翅類, 나비와 나방류) 학자였기 때문이었다. 책에 저자가 직접그린 나비그림이 그려 있었으니 귀하기도 하겠지만 얼마나 멋이 있었을까.

이 수택본은 경매를 통해 판매되기도 했는데, 2002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254,000 달러에 판매된다. 2009년 여름 뉴스위크에서는 세계명저 100권을 발표했는데, <롤리타>는 그 중 4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이 책은 포르노가 아니라 뭔가가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여하튼 나보코프는 이 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돈도 벌었다. 번 돈으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집필과 나비 수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롤리타를 출판한 출판사도 돈벼락을 맞았다. 출판사 사장인 지로디아스는 파리식 나이트클럽 두 개, 레스토랑 하나, 술집 세 개, 극장 하나를 열었다. 그렇지만 행운은 지속되지 않았고 5년 만에 파산했다.

나보코프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바로 나비를 채집하고 연구하는 일이었다. <나보코프 블루스, Nabokov's Blues>(해나무.2007년)라는 책을 보면 나보코프의 인시류학자로서의 업적이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책 제목에서 블루스는 춤이 아니라, 블루는 ‘파랗다’란 뜻의 나비의 이름이다. 그런데 나비의 이름 앞에 나보코프의 이름이 먼저 나온다. 이는 나보코프가 처음 발견하여 나비의 속명과 종명을 처음으로 붙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보코프 블루는 남아메리카와 서인도 제도에서 서식하고 있는 일부 나비의 이름이다.

나보코프를 아마추어 인시류 학자라고 얘기했지만, 실은 전문가였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 아마추어라고 말한 이유는 대학에서 이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 그는 하버드 대학의 비교동물학 박물관의 학예연구사나 다름없는 파트타임 특별연구원으로 몇 년을 근무했다. 코넬 대학의 교수직을 얻지 못했다면 그곳에서의 연구생활은 더 길어졌을 것이다. 나보코프는 이 박물관에서 보낸 시절을 “어른이 된 후로 내 인생에서 가장 기쁘고 활력 넘치는 나날들”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비의 일상적인 명칭에서도 그의 이름은 남아 있다. 나보코프 퍼그나방, 나보코프 블루, 나보코프 표범나비, 나보코프 브라운, 나보코프 사티로스, 나보코프 숲님프 등이고, 학명도 많이 남아 있다. 리카이데스이다스 나보코비(이 학명이 바로 나보코프 블루라는 통칭으로 불리운다), 킬로포시스 피라크몬 나보코비 등이 그의 이름을 따르고 있다.

사실 나보코프는 인시류를 연구하며 관련 학술지에 논문을 7편이나 발표했다. 대단한 일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그러나 많은 인시류 학자들은 그의 연구에 대해서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이는 그의 학문적 백그라운드에 대한 불만일터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그의 학문적 업적은 새롭게 평가를 받는다. <나보코프 블루스>의 공저자 중 한 명인 커트 존슨은 나보코프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장소 또는 사물의 이름을 따서 나비 이름을 명명하기도 했다. <롤리타>의 두 주인공 이름을 딴 ‘마델레이네아 롤리타’와 ‘슈돌루키아 험버트’는 가장 큰 공명을 가지고 있는 명칭이다.

그렇다면 나보코프가 인시류에 깊이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종의 최초 표본을 잡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
둘째, 아주 희귀하거나 그 지역에서만 잡을 수 있는 나비를 잡는 일
셋째, 특정한 곤충의 습성과 구조를 배우고 분류학적 체계 속에서 그 곤충이 놓일 위치를 결정하면서 여태 알려지지 않았던 곤충의 생활사를 풀어내려는 박물학자로서의 흥미
넷째, 오락과 운, 활발한 움직임과 왕성한 성취, 손바닥에 놓은 날개를 접고 있는 나비가 이룬 보드라운 삼각형 속에서야 비로소 끝나는 열렬하고 끈기 있는 추구라는 요소

위에 든 네 가지 이유로 그는 평생 나비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비는 영어로 butterfly라고 한다. 이는 게르만어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따듯한 날씨에 시작되는 나비의 출현 시기가 버터를 생산하는 시기와 맞아떨어지기에 butterfly로 불리게 되었다는설이 있다. 그런데 나보코프의 말하는 유래도 재미있다. 나보코프는 better fly에서 온 것 때문은 아닌가 하고 말한다. 요컨대 나비가 날개달린 다른 곤충들보다 크고 화려한 것 때문은 아닐까하고 표현하고 있다. 역시 나보코프 다운 언어 유희를 볼 수 있다.

<나보코프 블루스>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통섭을 볼 수 있다. 그의 인생이 바로 통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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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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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혹은 직업은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을 말한다. 인류 역사 초기에는 수렵과 채집이 기본적인 직업이었다. 그리고 농업시대가 되면서 서서히 직업이 늘어났고, 산업혁명 이후에는 크게 늘어났다. 현재 직업의 수는 수만 가지에 이른다. 일은 생계를 위한 기본활동이니 만큼 인간에게는 꼭 필요하다. 일이 즐거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더 많으리라. 그렇다면 알랭 드 보통은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신간 <일의 기쁨과 슬픔>(이레.2009년)을 통해 그의 생각을 들어보도록 하자.

이 책은 보통이 한국인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된다. 그가 이 책을 쓴 목적이 여기에 표현되어 있다. “나는 현대의 일하는 세계의 아름다움, 권태, 기쁨, 그리고 가끔씩 느껴지는 공포에 눈을 뜨게 해주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요컨대 보통은 사람들이 일을 하며 느끼는 희 노 애 락을 표현하고자 했다.

몇 년 전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었다. 세계 각지를 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에서 소설가나 예술가 혹은 과학자를 마치 자신과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여행기를 썼기에, 다른 여행에서와는 아주 달리 아주 신선한 느낌이 들었었다. 이 책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으면서 <여행의 기술>을 읽었을 때의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여행과 일에 대해서 그가 가지고 있는 깊이 있는 통찰이 서로 닮아 있었다.

이 책에는 열 가지의 일이 소개된다. 화물선에서 일을 하는 사람에서 시작해서, ‘물류’ 분야. ‘비스킷 공장’, ‘로켓 과학’, 마지막에 ‘항공 산업’까지 열 가지의 업무를 설명하고 있다. 이 가운데 ‘비스킷 공장’에서의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보통의 필치는 아주 날카롭다.

유나이티드 비스킷이라는 회사의 벨기에 공장을 찾아간 보통은 마케팅 책임자를 만난다. 마케팅 책임자는 보통에게 비스킷을 만드는 일에 대해 이렇게 설명을 한다. “요즘 비스킷은 요리가 아니라 심리학의 한 분야입니다.” 요컨대 비스킷을 공장에서 만들어서 그냥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비스킷을 만들기 전에 고객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한다. 그리고 고객들이 단순하게 비스킷을 먹는 것이 아니라 비스킷을 먹으며 느낄 갈망까지도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비스킷의 이름에서부터 크기, 포장 등에 이르기까지 비스킷을 생산하는 과정에는 일반인들이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복잡하게 벌어지고 있다. 즉 비스킷을 만드는 일은 “위대한 소설의 주인공처럼 상황에 어울리는 미묘한 느낌을 발산하는 인격을 부여받게 된다”(82쪽)고 보통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2007년 여름 남아메리카에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로 간다. 그곳에는 프랑스의 인공위성 발사기지가 있다. 이곳에서 일본 위성 방송사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주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다.

“머리에 쓰는 ‘헤어 네트’를 쓴 여러 그룹의 엔지니어들이 위성 발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자 현재 과학계의 삶이 개인적 에고의 제한 또는 말살을 의미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개인적 영광의 기회는 없었다. 전기가 기록되거나 일반인이 기억할 만한 이름으로 남을 전망이 없었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도, 심지어 어떤 상업적 또는 학술적 조직도 명예를 독차지할 수 없는 집단적 기획이었다.”(157쪽)

알랭 드 보통은 로켓 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이 그냥 월급을 받는 생활인이라는 의미로 표현하고 있다. 옛날에는 이런 사람들은 영웅 취급을 받았을 테지만, 지금은 그냥 월급을 타는 근로자라는 의미이리라. ‘영웅은 없고, 집단적 노력의 시대’라는 저자의 표현은 과학자가 영웅이 되는 시기는 지났고, 과학자들조차도 일을 하는 단순한 근로자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경우 일은 기쁨일까 아니면 슬픔일까?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세계 여러 곳을 발로 뛰며 취재해서 쓴 글이라는 점이다. 로켓 발사 장소는 남아메리카에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이고, 참치의 유통 경로를 알기 위해 참치를 잡는 인도양 몰디브 섬에도 간다. 또 비스킷 공장 취재를 위해 벨기에로 간다. 직접 취재한 내용이다 보니 리얼리티가 그대로 살아있다. 이런 점이 보통의 책이 주는 장점인 것 같다.

저자인 알랭 드 보통은 이제 우리나이로 41살이 되었다. 출중한 글 솜씨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나이로 인해 쌓인 경험과 지적인 성숙함이 이 책에 물 흐르듯이 아주 유연하게 녹아있다. 역시 그의 책은 보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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