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이야기 - 해보지 않고 두려움만 키우는
EBS대한민국성공시대 엮음 / 에이트스프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백과사전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위키피디아나 지식인을 통하면 알고 싶은 것이 다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터넷에서 나도는 정보를 모두 믿을 수 없다. 정보나 지식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쓰레기일 경우도 많다. 요컨대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그렇기에 어떤 정보가 쓸 만한지에 대한 판단은 대단히 어렵다.

어쨌든 디지털 시대는 우리에게 정보나 지식은 풍부하게 널려있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지혜’이리라. 이 시대 지혜가 부족해진 세상이 빠른 시간에 성과를 내려는 이유 때문이다. 즉 지혜는 속도와 역비례한다. 빠름이 최고의 선으로 여겨지는 디지털 시대에 지혜는 어울리지 않는다. 지혜는 아날로그에 가장 잘 맞는다. 지혜를 얻으려면 많은 시간이 든다. 또 지식처럼 실용적이지도 않다. 그렇지만 지혜는 지식보다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다.

신간 <지구인 이야기>(온유.2010년)은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를 들려준다. 이 책은 EBS FM ‘대한민국 성공시대’란 프로그램에서 ‘오종철의 성공노트’라는 이름으로 방송된 120가지의 이야기가 수록되어있다. 책 제목인 ‘지구인 이야기’에서 ‘지구인(智求人)’은 바로 ‘지혜를 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20가지의 이야기 중 반은 ‘자전(自傳)’으로 이는 ‘스스로 펼치는 이야기’란 뜻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 꿈에 당당한 사람인지’,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어디인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게 해준다. 요컨대 자전에서는 내 안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의 후반부는 ‘공전(共傳)’으로 세상과 나와의 관계를 말해준다. 인간은 가장 사회적인 동물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인간은 관계를 통해 생존하고 나아가 발전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공전은 나를 세상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내용을 보여준다.

자전에 수록된 내용 가운데 박찬호 선수의 이야기는 항상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준다. 박찬호야 말로 성공한 스포츠맨의 대명사다. 그런 그도 거의 은퇴 기로에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할 정도로 그의 몸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박찬호는 자존심을 버리고 마이너리그를 시작해 다시 메이저 리그로 올라갔다. 결국 그는 2009년 월드 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의 구원투수로 맹활약을 할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 멋지게 재기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It's OK.'가 바로 그의 성공 비결이었다. 그는 전성기 시절에도 마운드에 오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자기 자신의 기량을 믿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했다는 의미다. 그런 그가 낙천적으로 'It's OK.'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다시 전성기 시절만큼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요컨대 그가 마이너 리그로 떨어진 이유는 자신의 공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바로 자신 안에 있음을 보여준다. 정말 'It's OK.'다.

공전에서 가수 ‘노라조’의 이야기는 세상과 나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답을 제공해준다. 노라조가 처음 데뷔했을 때 ‘엽기적이고 싼티 나는 그룹’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수많은 악플에 시달렸다고 한다. 노라조는 인터넷에 올라온 악성 댓글 중 대표적인 몇 개를 간추려 재미있는 답변을 단 동영상을 올린다.

예를 들어 ‘한심하다’는 악플에 “맞습니다. 저희 가문에서도 저희를 한심하게 생각합니다.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십시오”라고 답글을 달았다. 또 ‘표절한 거 아니야?’라는 글에는 “저희도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고 어디선가 들었던 노래 같습니다. 그러나 표절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노력, 또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이런 답변으로 인해 조회수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이를 계기로 노라조의 팬이 되었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고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비판까지도 뒤집어 성공의 디딤돌로 삼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상대방의 악플에 가슴 아파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활용해 친구를 만들 수 있다면, 세상과 나의 관계는 훨씬 더 따스해지리라.

이 책 <지구인 이야기>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에게 부족한 지혜를 들려주는 아날로그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용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좋으리라. 결코 빨리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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