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유일, 아니 유이한 취미는 책을 사는 것과 롤LOL 중계를 보는 것이다. 책을 사는 것은 조금 뒤에 이야기를 하고, 롤 중계 시청에 대해서 먼저 푸념을 할건데, 요즘 롤 계의 축제라는 롤드컵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사실 기분이 시큰둥하다. 그 이유는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이 롤드컵에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로 1년 전만 해도 이 팀을 누가 이기겠는가, 하는 그런 느낌을 모두에게 줄 정도로 멋진 모습이었는데, 어떻게 1년만에 이렇게 폼이 떨어질 수가 있지, 하는 생각도 들고, 좀 많이 슬프다. 다시 예전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아마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미천한 언랭인 나로서는 저들의 수준을 평가할 수가 없고, 다만 그때부터 팀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 같다. 예전에 그러니까 팀 전체가 일종의 조작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무고하다는 결론이 났지만 이미 욕은 먹을대로 먹었고, 결국 그 시즌은 최악의 성적으로 마감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분명 그 이후다. 저 팀이 도저히 수렁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하기 시작했던 때는. 마음의 상처가 정말 너무 깊은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물론 이렇게 말하면, 그게 벌써 몇 개월 전인데,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마음의 상처가 고작 몇 개월만에 가라앉겠는가? 그것도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무고한 일로 받은 것인데.

 

그러니까 사람이 사람을 비판할때는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된다.. 그냥 무작정 의혹만 가지고 싫다고 비판, 아니 보통 이런 경우는 비난이 되는 경우가 많던데, 하고 욕하면, 그건 정말 어이없는 짓이다... 자기는 그냥 돌 던지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맞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 팀의 경우가 딱 그런 경우인데, 만약에 저런 일이 없이 그냥 성적이 나빠졌다면 아, 다른 팀들이 잘했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저런 일 이후에 저렇게 성적이 나빠져가니 계속 아쉬운 것이다. 물론 게임 내적으로는 수많은 고랭크들이 (꼭 분석글을 쓰는 사람들은 최소 골드 이상이다, 풋) 텔포 메타에 부적응했다, 다른 선수들의 라인전이 강화되었다 등 이야기하지만 말이다.

 

그다음에 취미가 바로 책을 구매하는건데, 사실 집에 책이 너무 많이 쌓였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 태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 책이 반값이야, 하면 괜히 귀가 솔깃해.. 아니 눈이 솔깃해져서 5만원씩 끊어서 구매하게 된다. 이번에 구매한 책이 바로 위의 뇌, 인데, 그전부터 사실 노리고 있던 책이다. 그리고 반값할인되었다고 득달같이 주문을 넣었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혹시 이달의 반값도서에 선정될까봐 이틀 기다렸다, 풋) 아니, 글쎄 저 책에 걸려있는 이벤트가 있지 않은가? 나는 저 책을 구매한다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서 상품페이지에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다른 책을 살펴보다가 우연히 들어갔더니.. 저 출판사의 할인 책들을 구입하면 적립금을 주는거였다. 그것도 3만원 구매시부터. 저 책이 2만 5천원이니 5천원만 더 합쳐서 구매했다면 적립금도 받고 반값할인책도 사고 기분이 최고였을텐데, 나중에 저 이벤트를 알게 되니 하늘이 노래지더라.

 

이미 출고완료에 배송까지 되어있는 책을 두고 이것을 반송할것인가, 한참동안 고민했다. 사실 밖에서 보면 웃기고 어이없는 모습이리라. 기껏해야 적립금 이천원, 비싼 아이스크림이면 하나 사먹을 돈 정도인데, 이 이천원이 아까워서 발발거리며 떠는 모습이란.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천원만 손해본 것은 아니고, 이달의 쿠폰을 합쳐서 - 이 쿠폰을 저 주문에 썼으니 - 삼천원 손해일테고, 이천원이 저렇게 보면 작은 돈이지만 적립금으로 보면 큰 돈이기에 - 5만원 채워서 주문하면 보너스 마일리지가 이천원이다 - 이렇게 떠는 것도 아주 이해를 못할 일은 아니리라.

 

아니, 이해를 못할 일은 아니리라, 라는 말은 왠지 애처롭다. 나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아마 이해못할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하지만 절차를 밟아 물품을 다시 돌려보내려니 추석도 다가오고 너무 번거롭기에 결국 포기했다. 아깝다, 내 이천원. 그리고는 기필코 적립금을 받아내려는 일념하에 책들을 골라놓았다. 근데 머릿속에서 못받은 적립금 생각이 계속 떠나지를 않는다. 여기서 심리학적 실험이 떠오른다. 처음부터 오만원을 줬다가 사만원을 뺏는것과 그냥 만원을 주는 것은 다르다고. 그러고보면 이번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지금껏 주문할때 상품페이지에 꼭 들어가서 적용되는 쿠폰들 모조리 받아서 알뜰하게 주문해왔는데, 단 한번 방심이 이렇게 슬픈 결과를 낳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상품 창에 이벤트 팝업이라도 띄어줬으면 놓치지 않았으련만, 풋, 그래서 괜히 궁시렁거리고 있다.

 

김수영의 시 중에 고궁에서, 였던가? 국밥집인지 설렁탕집인지 기억안나는 가게 주인장에게 짜증을 내던 시가. 지금 심정이 딱 그런 심정이다. 사실 이렇게 째째하게 안살아도 되는데, 한편으로는 이천원에 발발거리는 모습에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금 오만원씩 끊고 적용되는 쿠폰을 모조리 다 다운받고, 이벤트까지 챙긴다음에 구입하게 된다. 읽지도 않은 책들이 그렇게 많은데 또 책을 구입하려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안사면 절판되고 품절될거같은데. 그래서 놓친 책이 바로 저 위의 크라카토아다. 글쎄, 나중에 돈이 많으면 아, 이 책들 모조리 한번에 사서 내 창고에 쌓아두자, 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그때가서 생각할 일이고, 지금은 별 수 없이 천원이라도 아끼려고 잘라서 주문할 수 밖에 없다. 

 

 

p.s. 책은 안읽고 책만 주문하고 있다. 사실 이게 진짜 푸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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