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블로그를 관리할 엄두가 안나고.. 은근히 신경이 많이 쓰여서 그냥 댓글을 모두 막아버렸다. 이제부터는 가볍게 책이야기를 끄적거리려고 한다. 다음엔 또 언제 끄적거리려나.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개인적으로 요 몇 달 안에 읽은 책들 중에 가장 뛰어난 책이라고 여겨진다. 여러 학자들의 글을 엮어서 만든 책인데, 무협지 풍으로 말하자면 안계를 넓혔습니다, 라고 해야 할까.
다만 제목이 좀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책이 종교에 대하여 전방위적인 포격을 퍼붓는 것은 아니다. 왼쪽의 책 표지에 intelligent thought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이는 intelligent design에 대비되는 용어로 사용한 말이다. 반복하자면, 이 책은 intelligent design을 비판하는 책이다. 종교 전체가 과학이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종교를 표상과 그 안에 내재되어있는 어떤 근본적인 관념으로 나누어본다면 종교에 토대를 주는 것은 그 표상을 받아들이는 자아와 그 관념을 확장시키는 자아에 달려있다고 볼 수가 있다. 따라서 자아의 확장과 종교는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결국에는 종교의 토대에 대한 담론은 신앙으로 축소되어 그 자체의 '부질없음'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경험세계로 편입되지 아니한 자아가 인식의 주체로 활동한다면 객관성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에는 관찰이 아닌 믿음이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는 헤겔 - 마르크스적인 의미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의미를 그대로 따라가본다면 경험세계를 그 대상으로 하는 - 우리 자아조차도 관찰가능한 대상으로 보고 객관화하려는 - 과학의 시도는 종교와 절대로 겹칠 수 없을 것이다.
교양.
개인적으로 이 책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많은 사람들이 뒷부분이 더 재미있다고 이야기하고 그 진가가 뒷부분에 있다고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나는 정반대다. 뒷부분은 그냥 1초에 1페이지씩 넘겨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앞부분은 유럽역사에 대하여 매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움을 주니까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뒷부분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서 교양이라는 께임을 즐기자.
괴벨스.
난 이 책의 제목이 왜 대중 선동의 심리학인지 잘 모르겠다.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라도 세트로 주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괴벨스 이야기뿐이다. 물론 '그냥' 괴벨스 이야기 뿐이라는 것이 얼마나 철저한 연구와 사료를 바탕으로 형성되어있는지는 읽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다만 혹시나 누가 대중 선동을 하려면 어떻게 심리를 분석하여야 되나, 라고 생각하여 이 책을 읽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괴벨스가 어떻게 했는지 방법론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커쇼의 히틀러 평전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이 책을 아쉬워했는데 나중에 읽어본 소감으로는.. 뭐랄까 히틀러 평전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달까, 히틀러와는 다른 부분이 괴벨스는 자기 혼자 도저히 설 수 없어서 거목을 붙잡고 서는 그런 덩굴같은 느낌이었달까.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유방이 장자방을 쓴 게 아니라 장량이 유방을 썼다고. 혹자들은 여기에 빗대어 괴벨스가 히틀러 신화를 만든 것이지 히틀러 혼자였다면 과연 저렇게 되었을 것인가? 라고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평전을 읽으며 느꼈던 것은 괴벨스는 히틀러가 있어야만 했지만 히틀러는 어쩌면 괴벨스가 없었더라도 파시즘의 군주가 되었을 것이다, 라는 느낌. 한가지 더, 자기 충족적 예언을 정말 신봉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 부분은 인상만으로 내린 문장은 아니다.)
이렇게 살고 있다. 오늘은 더 힘이 없다. 글쓰는게 두렵고 힘들고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