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님하의 선택이라고 해봤자 제목 짓기기 힘들어서.. 아무 말이나 가져다 붙인 것에 불과하다.

뭔가 체계적인 이름이 있으면 앞으로 페이퍼 끄적거릴 때 훨씬 마음에 들텐데.. 그런게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별 별 이상한 이름들을 다 끄적이게 될 것만 같다.

 

그러고보니 꼭 가연's choice라고 하니깐 댓글에 임요환! 이라고 달릴 것 같지만..

 

죄송해요, 전 남자에요...

뭐, 내가 서재 활동이 활발했다면, 그리고 저 농담을 이해할 분이 있다면, 의 가정이겠지만...

 

또 제멋대로 책들을 나열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배고프다는 것을 느낀 적을 꼽아보라면, 무라키미 하루키의 수필을 읽으면서, 라고 말하겠다. 수필 중에 즐겨 찾는 근처 식당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식당에서는 고로케를 주력으로 판매한단다. 그런데 그 고로케의 맛에 대한, 그러니깐 고로케의 외양에서부터 시작해서 (고로케의 황금빛 튀김옷부터) 그 향미는 어떻고 (코로 느껴지는 어쩌고~) 한 입 베어물었을때 그 식감은 어땠으며 이윽고 목으로 넘어가는 감촉까지 (술이냐!) 게다가 고로케 뿐만 아니라 가끔 재료가 떨어져서 주인이 자신이 먹는 것 처럼 된장국 이런 것으로 대접한다는데 그게 또 별미라던가. 고로케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저 수필을 읽는데 정말 환장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 이 책 '부드러운 양상추' 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 절륜한 음식 묘사솜씨에 비하면 뭐랄까 약간 방향이 다른 편이다. 그녀의 일상과 소개하는 음식은 관계가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입맛을 다실 수 있다거나 하는 기회는 사실 적을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별로 입맛을 다시지 못했으니깐. 혹은 내가 너무 요리왕 비룡식의 아니, 한 입 베어물었더니 (이때 좋을 호(好)가 배경을 수놓으며 징소리가 들린다, 띵호야!) 천국이 보이네 등과 같은 묘사에 익숙해져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하지만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 그녀의 푸드 에세이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치 요리로 비교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로케 이야기는 말 그대로 맛있고 뒷맛도 끝까지 남는 그런 튀김 요리를 먹는 것 같다면 이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샐러드에 그저 오리엔탈 드레싱을 뿌린 뒤, (사실 그냥 간장을 뿌린 뒤) 그 식감을 맛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뒷맛은 개운하고 더 땡기지 않는다.

이로서 좋다.

 

 

 

우리 나라 작가가 쓴 푸드 에세이, 아니 음식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고보면 이 책이 신간평가단 추천 도서였던가? 우스꽝스러운 그림과 함께 하는 이 에세이는 성석제의 필력에 더해져 맛깔나는 음식 이야기를 전해준다.. 고 쓰고 싶은데 한 편으로는 꼭 만화 식객을 글로 옮겼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해서 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뭐, 사실 성석제의 창의력은 대장이라고 생각한다. 단편 중에 웃음소리와 비명소리만으로 소설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조금, 그러니깐 쪼끔 많이 감탄했다. 그런데 에세이라는 것이 대단히 뛰어난 창의성이 필요한 거라고는 나는 생각하기가 어렵다. 그러니깐 아무래도 이 장르에서는 그의 장기가 잘 드러나보이지는 않는다. 아 물론 필력은 좋으니깐 읽기야 좋지만, 이런 류의 에세이는 위의 일상에서나 마트에서나 음식을 구입하는(다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위의 '부드러운 양상추'와는 달라서 이왕 우리 나라 방방 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할거라면 아무래도 소개를 하고 그 음식의 연원을 따져서 주루루루루룩 이야기를 늘어놓는게 좋을테니깐.. 그런 의미에서 음식 이야기는 황구라 황석영이 쓰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어쨌든 하나는 기억에 남는다. '우리 집은 절대로 조미료 안써요', 조미료 쓴다고 주장하는 맛집이 어디있겠는가!

 

 

 

아직 저녁을 안먹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나로서는 어쩌다보니 스스로 고문아닌 고문을 자청하게 되었다. 왜 음식 책들만 이렇게 끄적거리고 있는거지? 어쨌든 음식관련 도서의 최고봉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식객을 들겠다. 만화라서 더 마음에 들.. 지도 모르겠지만, 에이잇, 원래 내용은 전달되는게 중요한거다. 식객은 사실 인터넷에 연재될때부터 상당한 팬이었고 영화도 봤었는데(영화는 좀...) 그래서 그런지 상당히 주관적으로 끄적거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손에 꼭 쥐어주고 싶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옻순에 관련된 것이었는데, 자라나는 옻순을 따다가 참기름에 섞어서 입에 살짝 넣을때 나도 같이 침을 삼켰다. 사실 후반에 가면 진수와 성찬 두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에 더 초점을 맞추어 보게 되었지만.. 정말 징글징글하게 결혼 안하더라, 그쵸?

 

 

 

 

 

이 책도 빼놓을 수 없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 책! 심야식당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사실 드라마 심야식당을 먼저 접해서 보아왔는데, 정말.. 보고 감동과 배고픔의 도가니에 빠져서 참 곤란해했던 적이 있다. 감동적인데 배가 고프다니.. 얼핏 보면 양가적인 감정같은데 참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보면 드라마판의 인물들은 정말 인물들의 개성이 딱 맞는 배역이 정해진 것 같다. 맨날 밤에 문을 여는 식당의 주인 '마스터' (코바야시 카오루)에서부터 식당 한 구석에 틀어박혀서 콩을 이상한 모양으로 늘어놓는다던가 하면서 '인생 얕보지 말라구!' 라고 툭 던지는 '카타기리' (오다기리 죠) 까지. 어쩌다보니 책 이야기가 아니라 드라마 이야기가 길어지게 되었지만.. 뭐, 그래도 좋다. 아, 저 카타기리는 만화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나저나 저 마스터는 너무 음식을 잘 만든다. 재료만 있다면 샥스핀도 만들겠는데. 저런 마스터가 하는 식당이 있다면 살찔 위험을 각오하고서라도 아무래도 매일 밤마다 들르지 않을까, 나는 술은 안마시니깐 그저 사이다로 대신 건배하면서. 개인적으로 심야식당 드라마와 만화 통틀어 가장 맛있게 보였던 음식은 가츠동, 그러니깐 돈까스 덮밥. 저 에피소드를 보고 그 다음날 바로 뛰어가서 한X 도시락의 돈까스 덮밥을 주문했다는 것은 비밀, 그런데 젠장, 의외로 맛있잖아! 라는 건 더 비밀.

 

아, 한마디만 더 하자면, 이 책의 저자 아베 야로는 43세에 이 심야식당 에피소드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데뷔했다. 그 전까지는 무슨 대리점에서 일하면서 부정기적으로 만화를 그렸다는데, 그 만화들이 모조리 퇴짜맞다가, 요리만화같은게 땜빵용으로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그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심야식당.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일화다.

 

 

 

아무래도 음식 이야기들을 적어놓으니 다른 책을 더 쓰지를 못하겠다.

그러니까 언젠가 이 시간에 또 만나요, 안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