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오늘도 괜찮기로 마음먹다 - 해나의 다이어리 저스트YA 5
박하령 지음 / 책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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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오늘도 괜찮기로 마음먹다 <도서제공>

마흔의 나에게도 열일곱의 날들이 있었다. 오래전이라 기억에서 멀어지긴했지만 열일곱의 고민과 웃음이 내게도 있었더랬다.

출판사 책폴 도서는 중학생 큰아이와 함께 읽고싶은 것들이 많았다. 아이의 시간을 나도 같이 흐른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이제 아이의 하루를 이해하기 어려운 어른으로 살고있다.
내 하루가 바쁘고 터울이 많은 동생육아에 지칠때가 많은 엄마는 사춘기 딸의 마음을 헤아리기에 역부족일 때가 많음을 고백한다. 책이라는 매개체로 간극을 줄여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요즘은 청소년 도서에 눈길이 자주가나보다.

책 <열일곱, 오늘도 괜찮기로 마음먹다>는 열일곱 해나의 다이어리에 적힌 글을 담았다.
친구들과 보내는 하루, 가족에 대한 이야기, 그즈음 한참 설렜던 이성에 관한 글도 있다.
책 속 해나의 표현을 빌리자면 '답정맘'인 엄마는 왠지 나와 많이 닮았다.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 마음이라는 명목하에 나의 의견대로 따라와주길 바라고, 아이 입장에서는 잔소리가 될 법한 말들을 끊임없이 늘어놓게되고.

📖어디서 들은 말인데,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문제와 마주치게 되어 있대.
마치 바닷가에 파도가 계속 밀려오듯이 말이야. 우리가 밀려오는 파도를 막을 수는 없지만 파도 타는 법을 배우면 잘 넘길 수 있듯이, 우리에게 오는 문제도 잘 풀어 낼 수 있게 훈련하면 되는 거지.

책 속에는 한동안 관계에서 화두가 되었던 MBTI 도 나오고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친구들의 꿈도,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하루 패턴을 알 수 있게 동선이 그려진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보니 친구들과 문제가 생기면 아이의 일상이 위태로울 수 있겠다싶었다. 작은 오해가 낳은 불안과 무시는 이 시기의 아이들이 왜 친구관계에 신경을 쓰나싶은 마음에 해답이 되는 것만 같았고.

📖나를 돕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내 인생의 등장인물표'를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 인생에서는 내가 주연이고, 감독이니, 조연이나 단역에는 마음의 비중도, 역할도 덜 주기로 했다. 그렇다고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을 멋대로 무시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다만 옥상 위의 깃발처럼 아무 바람에나 마구 휘날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상대적으로 수학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딸에게 수학학원 가는 게 너무 스트레스같아서 쉴까 물으니 아이가 답했다.
내가 하고싶은 일이 있는데 수학때문에 발목 잡히면 안되니 가야된다고. 표정은 울상이다.
웃어야할지 칭찬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네 의견을 존중해준댔더니 정색을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는 더 잘 자신의 몫을 살아낸다. 늘 엄마의 시선은 부족한 것부터 살피게 되니 성에 차지는 않지만 믿고 응원해주는 것이 내몫이겠지한다.

요즘에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다.
유난히 자주 다투던 날에 아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혼 이야기를 꺼냈다. 흠칫하는 우리부부와는 달리 큰아이는 특히나 자기도 다 안다는 눈치다. 책 속에도 다른 가족의 모습이 나오고 그런 과정에서 크고 작게 상처받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나는 내 자리를 단단하게 지키고 싶다고 다시금 생각했고.

아직은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2년이 더 남았다는 중학생1학년 딸아이와 같이 읽었다. 사실 이성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공감하지 못하는 단락도 많았다고 고백했지만 아이의 다가올 날들과 나의 지난 시간을 생각하게 해줘서 좋았다.

#책읽는엄마
#북스타그램#책스타그램
#도서서평
#청소년소설
#청소년도서
#책폴서포터즈
#청소년과함께읽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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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26
에밀리 디킨슨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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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책>이라는 책을 읽다가 만난 구절에서, 작가는 에밀리 디킨슨과 이웃하여 살았다면 가까운 친구가 되었을 거라고 했다. 시대의 격차나 개인적인 성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영혼은 몇몇 지점에서 겹쳐지기에 아무런 노력 없이도 그녀를 이해할 수 있다고도 했다.

친구가 된다는 것.

나의 마음을 내어주고 상대방의 진심에 한발 다가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백 년 전 지구 반대편에서 살았던 '에밀리 디킨슨'의 삶과 시가 궁금해졌다.

에밀리 디킨슨의 새로운 책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어 두 손에 받아보았고, 드디어 그녀의 시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너무 행복한 시간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고통은 날개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무거워 날지 못하는지

살아 있는 것은 힘이다

존재 자체가

더 유능해지지 않아도

충분히 전지전능하다

시 선집의 전체적인 느낌은 간결하다는 것, 딱딱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은유와 비유를 잔뜩 늘어놓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시가 책 속 여기저기에 있었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글자 그대로 담아두어도 느껴지는 '힘'이 있었다.

'에밀리 디킨슨'

내가 아는 에밀리 디킨슨은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여자 시인 중 한 명이고, 흰옷을 즐겨 입었다는 것과 매일 시를 썼으며 꽃을 곁에 두는 삶을 살았다. 예민한 성격이라 친한 사람이 거의 없었고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을 읽기 전 그녀의 시집을 읽어본 기억은 없지만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보았던 '에밀리 디킨슨'이름을 기억한다.

글을 쓰는 누군가가 경의를 표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노라 말하는 것을 책에서 자주 봐서 그런지 낯설지 않았던 이름을.

아직은 읽어본 적 없지만 지난해에 알게 되어 읽게 된 크리스티앙 보뱅의 새로운 책 <흰옷을 입은 여인>도 에밀리 디킨슨을 향한 작가의 애정과 경의가 담겨있는 책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고 존경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라니.

고독도 고통도 진실해서 좋다고 말한 에밀리는 자신으로 살기 위해 끊임없이 시를 쓰고 노력한 사람이었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이 아니라, 내가 중심인 삶을 살기 위해 '시를 쓰는 것'을 선택한 에밀리 디킨슨의 삶.

나이가 들수록 자꾸만 작아지는 스스로가 미워 보일 때가 많은 나도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기 위해 스스로에게 조금은 관대해지고 싶다고 마음먹어본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가닿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 삶의 가운데 책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마주치는 모든 슬픔을 면밀하게 측정한다

내 슬픔에 비해 그 슬픔이 더 무거운지

더 가벼운지 궁금하다

그 슬픔이 오래 묵은 슬픔인지

아니면 이제 막 시작된 슬픔인지 궁금하다

내 슬픔은 언제 시작되었는지 말할 수 없다

아주 오랫동안 고통스러웠다

사는 게 아픈 일인지

노력해야만 하는 일인지 궁금하다

둘 중 선택할 수 있다면

죽는 쪽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인내한 사람들 중 몇몇은

마침내 미소를 되찾기도 한다

기름이 얼마 남지 않아

곧 꺼질 등불을 닮은 미소를 짓는다

에밀리 디킨슨은 무명 시인의 삶을 살았다.

그녀의 수많은 시들은 그녀가 죽고 나서 세상에 알려졌고 사람들은 무명의 삶을 살아온 그녀의 하루와 일생을 멋대로 재단하기 시작했다.

영화로, 책으로, 시집으로 대중 앞에 선 그녀의 삶이 어떤 부분이 맞고 틀린 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해 시를 쓰던 순간만은 오래 내 마음에도 담은 장면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시는 제목이 따로 없고, 숫자나 시의 첫 구절이 제목이 된다고 하는데 이것도 독특하긴 하다.

나는 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시를 쓴 사람에 대해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 편인데 에밀리 디킨슨이란 사람에 대해서는 다른 책도 읽어보고 조금 더 알아가고 싶어졌다.

#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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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엄마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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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방울 채집 - 곁을 맴도는 100가지 행복의 순간
무운 지음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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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행복하다'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할 수 있을까?

꽃가람 마을의 이삭, 보리가 담아낸

해사한 계절 기록




유치원에 다녀온 둘째가 묻는다.
"엄마, 엄마는 행복해?"
귀여운 아이의 해사한 웃음이 사랑스러워서 대답대신 머리카락을 한참이나 쓰다듬었다.

행복이라니.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을 찾는것이 얼마나 평온한 일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감히 행복하다는 말을 쉽게 꺼내기가 어려워졌다.

책<마음 방울 채집>은 항상 곁에 있는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평온한 하루가 주는 기쁨에 대해서도.

어른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생기고, 신학기는 지났지만 아직도 유치원에, 학교에 적응중인 아이들의 하루가 걱정으로 점철되고, 예기치못한 교통사고로 날씨좋은 봄날을 치료와 회복에 매진하다보니 무탈한 시간이 주는 감사함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책은 삶을 살면서 어쩌면 무심히 지나쳤을지도 모를 순간을 담아내었다. 보기만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그림과 짧은 글귀들은 사춘기를 맞은 딸과 함께 읽기에도 좋다.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는 것을 또 알게된다.
대단한 말이 아니어도 묵묵히 함께 버티는 시간이
행복의 기운을 불어넣어준다는 것을.


요즘 둘째는 하원 후 놀이터에서 세잎클로버를 찾아 내게 하나씩 가져다준다. 엄마가 꽃을 좋아하니까 자기가 선물을 하는거라며 싱긋 웃는다. 아이의 마음이 고마워서 나도 활짝 웃으며 두손으로 받아들었다.

네잎클로버가 아니어도 아이의 눈과 손 가까이에 있는 세잎클로버의 존재가 고마운 날, 책 속에서 만난 행복과 행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책 속에서 만난 잠자리를 보니, 지난해 여름이 떠올라 웃음지어진다. 다섯살 꼬맹이가 유독 잡고 싶어했던 잠자리를 서로 앞다퉈 집으려했던 시가어르신들의 큰 웃음소리가 그리워지면서.

늦여름 노을지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여름자두 농사가 끝나가고 한껏 여유를 부리던 온가족의 얼굴이 스친다. 지난겨울 폐암 판정을 받으신 아버님의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고, 가족들은 미소를 잃어갔으므로.



잃고나면 그립고 소중하다 싶은 기억들을 책에서 마주할때면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던 그 말이 진짜구나 싶어 마음이 아팠다가, 책을 보면서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좋았던 기억에 고마웠다가 한다.

​함께 마시는 커피 한잔이, 곁을 내어주던 순간이 모두 '행복'이구나 싶어서 소중한 지금을 잘 지켜야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해보았다.



예쁘고 귀엽고, 따스한 책에서 나는 그립고 소중한 순간을 많이 마음에 담았다. 행복해지기 위한 삶을 살기보다는 보람있는 시간을 보내겠노라 결심했었는데 행복이 책 속에서 마주한 스쳐지나듯 내가 누린 시간이라면, 감히 행복한 기분을 자주 느껴보고싶다고 욕심부려본다.



"마음이 방울방울해."

행복하다는 말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니, 여섯살 아이에게도 몇번이나 널 보고 있으면 엄마 마음이 방울방울하다고, 이른아침 학교에 갈 준비를 하는 중학생 딸에게도 네가 있어서 엄마 마음이 방울방울하다고 말하고 말았다.

​오늘은 모두가 마음이 방울방울하기를 크게 바라보기도하면서.





♡이 도서는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으며 직접 읽고 남기는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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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질문의 기술 - 말할 때마다 내가 더 똑똑해진다
엘커 비스 지음, 유동익.강재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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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는 날이다.

내가 의도한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으나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였냐에 따라 나의 '말'은 착한 말이 되기도 했다가 미운 말이 되기도 한다. 나 또한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나의 의견을 이해해 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비난받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가정주부로 사는 나는, 만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늘 만나던 사람과 만나게 되고, 관계가 소원해지면 서로 거리를 두었다가 다시 또 만나게 되는 식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딸아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손절인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으니 서로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점점 거리가 생긴다. 애써 거리를 줄이고 싶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두고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책 <삶을 바꾸는 질문의 기술>은 88주 동안이나 종합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책이다. 나는 시집이나 에세이, 소설책을 많이 보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책 편독이 심해졌다.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아서 엄청난 변화를 바라기보다는 앞으로의 삶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대화의 방법을 알아가고 싶었다.

생각의 관점을 바꾸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 기울여보자.

이 책은 질문하는 자세를 배우고 좋은 질문을 하도록 도와주는 실용적인 가이드북이다.

좋은 질문을 하려면 왜 훈련이 필요할까?

책의 앞부분에 대화를 통해 생긴 오해가 나온다. 어떤 모임에서 대화를 이어가던 중, 자녀 이야기가 나온다. 자녀가 없는 사람은 함께 대화하기가 어렵다. 지은이는 자신을 포함해 두 명의 자녀가 없는 젊은 여성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왜 아이를 갖지 않았냐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고 무례한 사람으로 질타 받는다. 대화의 기술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다 보니, 그런 질문은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후회한다.

책은 '싸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설득되는 28가지 질문의 기술'에 대해 들려준다.

소크라테스처럼 질문하는 법을 소주제로 7가지, 지혜는 놀라움에서 시작한다/호기심을 유지하라/용기를 내서 과감하게 질문하라/판단하되 집착하지 마라/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가정해 보자/연민하되 공감하지 마라/상대가 짜증을 내도 마음에 담지 마라로 나와 살아온 환경도, 직업도, 나이도, 생각이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어떤 마음으로 상대와 대화를 임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세계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섣불리 이해하는 척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 것. 살아가면서 기본으로 생각해야 할 삶의 태도가 어떤 것인지도 곰곰 생각해 보게 됐던 것 같다.

가족을 제외한 타인과 더 이상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는 않지만 적당한 거리에서 잘 대화하며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지내고 싶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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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 지식이 아닌 공감을 전하는 아홉 명의 정신과 의사 이야기
김은영 외 지음 / 플로어웍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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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를 돕고 그대가 나를 돕는다. 내가 그대를 치유하고 그대가 나를 치유한다.

내가 그대를 살리고 그대가 나를 살린다.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는 길 위에는 의사도 환자도 없다.

이 고통의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돕는, 사람과 사람의 동행이 있을 뿐이다. 아홉 명의 정신과 의사가 모여서

우리가 우리를 구하는 이야기를 펴낸다.

나에게 병원은 어렵고 무섭고 겁이 나는 곳이다. 이렇게 쓰고 병원이 좋은 사람이 어디있을까 생각해본다.

평생 몸으로 노동을 하고 살아온 부모님은 내가 어렸을때부터 아픈 곳이 많으셨다. 섬에서 육지에 있는 병원에

진료를 보고 입원을 하고 수술을 하는 과정은 녹록지않았다. 의사의 소견을 듣기위해 쉼없는 기다림과 짧은 만남.

허무했다가 답답했다가 그래도 수술결과가 괜찮으면 만족해야했던 시간이었다.

큰 병원 의사선생님은 다정하지 않은 사무적인 사람들이었는데 책 속에서 만난 아홉명의 정신과 의사들은 모두가

따듯한 느낌이었다. 정신과 의사라는 굳이 세분화하자면 사람의 마음과 말을 듣고 치유해주는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싶기도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의사선생님이라면, 내 마음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진실된 마음이 닿아 치유라는

처방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놀랐다.

작년연말즈음 갑자기 우리집에도 아픈사람이 생겼다. 갑자기 숨쉬기가 어려워진 아버님이 동네 내과를 찾으셨는데

폐소리를 들어본 의사가 당장 큰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보시라고 했단다. 대학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하면서 또 느꼈다.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걸.

가족 중에 어느 하나가 아프면 다른 가족들도 아프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병은 시간이 약이라고 말할테지만

가족 구성원 중에서 아픈 사람이 있다는건 모두에게 슬프고 인내하는 시간을 갖게한다.

책에서 아들을 잃은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들과 조금 다른 아들, 가족이 힘을 합쳐 살았고 길러낸 아들의 죽음은

황망했고 남은 가족들을 병들게했을테다. 남겨진 가족들의 곁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위로하고 있을 의사선생님의 글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늘 마지막처럼

나는 재난 경험자와 유가족들을 통해 어떻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지 배우고 나의 상실을 위로받았다. 유가족들을 만나다 보면

평범한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깨닫는다. 바로 오늘이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마지막 하루일지 모른다.

지금 그 사람과 주고받는 대화가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의 표정이 마지막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이 문장을 몇번이나 다시 보았다. 그리고 꽤 많은 울음을 쏟아내었다.

학창시절 열심히 풀던 문제집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풀라는 글을 수도 없이 마주했었다. 주어진 시간. 개당 1분 내외로

생각하고 풀면 어느 정도 시간이 맞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주어진 시간이 삶에도 적용해야만 하는 날이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두렵다. 언젠가 끝이 있을거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끝이 너무 빨리 내 앞에 당도했다.

사람은 누군가의 불행으로 내 하루를 위로 받고 안도한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지만 사실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 같다.

정신의학과 의사도 재난 경험자와 유가족들이 어떻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지 배우고 나의 상실을 위로받았다고 하니,

우리의 오늘을 조금 더 단단하고 즐겁게 보내야함은 나의 의무다.

사실 나는 정신의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어느정도의 우울함은 누구에게나 있고, 나의 우울은 평범한 것일거라 스스로 판단했다.

갑작스런 가족의 부재는 예고가 없어서 남겨진 사람을 아프게 한다. 실제로 얼마 전에도 축제를 보러 갔다가 말도 안되는 이유로

죽음을 당한 젊은 청춘들이 있었고, 수학여행길에서 사고로 떠난 내 큰아이 또래의 아이들도 있고, 자살로 영영 볼 수 없는 사람도

있으니.

여러가지 이유로 슬픈 날들이 이어진다. 책을 읽는 것도 사치인가 싶어서 한참만에야 꺼내든 책은 사람들의 마음을 여러분야에서

다루는 의사선생님들의 눈과 귀의 경험치로 우울의 깊이와 위로를 담아내었다.

평범한 것도 같았고 따듯하기도 했고, 어렵고 딱딱한 의사선생님의 말이 아니라서 좋았다. 마음이 힘들고 마음이 힘들었던 사람들과

함께 읽고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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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인의정신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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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정신건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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