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선집의 전체적인 느낌은 간결하다는 것, 딱딱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은유와 비유를 잔뜩 늘어놓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시가 책 속 여기저기에 있었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글자 그대로 담아두어도 느껴지는 '힘'이 있었다.
'에밀리 디킨슨'
내가 아는 에밀리 디킨슨은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여자 시인 중 한 명이고, 흰옷을 즐겨 입었다는 것과 매일 시를 썼으며 꽃을 곁에 두는 삶을 살았다. 예민한 성격이라 친한 사람이 거의 없었고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을 읽기 전 그녀의 시집을 읽어본 기억은 없지만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보았던 '에밀리 디킨슨'이름을 기억한다.
글을 쓰는 누군가가 경의를 표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노라 말하는 것을 책에서 자주 봐서 그런지 낯설지 않았던 이름을.
아직은 읽어본 적 없지만 지난해에 알게 되어 읽게 된 크리스티앙 보뱅의 새로운 책 <흰옷을 입은 여인>도 에밀리 디킨슨을 향한 작가의 애정과 경의가 담겨있는 책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고 존경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라니.
고독도 고통도 진실해서 좋다고 말한 에밀리는 자신으로 살기 위해 끊임없이 시를 쓰고 노력한 사람이었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이 아니라, 내가 중심인 삶을 살기 위해 '시를 쓰는 것'을 선택한 에밀리 디킨슨의 삶.
나이가 들수록 자꾸만 작아지는 스스로가 미워 보일 때가 많은 나도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기 위해 스스로에게 조금은 관대해지고 싶다고 마음먹어본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가닿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 삶의 가운데 책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