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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평점 :
내가 들어본 칭찬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넌 향기 나는 사람이야.'라는 말이었다.
항상 부족하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감동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래서 정말 고맙고 인연을 이어 나가고 싶은 사람에게 이따금씩 그런 글귀를 손 글씨에 담아 선물하기도 한다.
내 마음을 울린 한 마디의 말은 내게 '향기'에 대한 또 다른 의미를 일러주었던 듯 싶다.
<아불류 시불류> 책 속에서도 향기가 난다.
자신이 지닌 색을 마음껏 뽐내는 봄꽃들의 향기 같기도 하고, 진솔한 이야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람냄새 같기도 한 그런 향기가 풍겨져 나온다.
이외수 작가의 책은 내게 늘 친근하게 다가온다.
끊임 없이, 주저 없이 써내려가는 그의 글들은 빈 공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느새 책으로 엮어 또 다시 내 앞에 놓여있으니.
이번 책에서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
짧으면 짧은 대로 충분히 의미를 담아내는 그의 글 속에서 나는 또 어떤 것을 찾아낼 수 있을까?
내가 323개의 글이 담긴 이 책에서 찾아낸 것은 '사랑'이었다.
겨우 여덟 음절의 말만으로도 온 세상을 눈부시게 만들 수가 있다는 그의 말이 바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당.신.을.사.랑.합.니.다.
이 말은 스스로에게 전하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 타인에게 수줍게 내뱉는 말 같기도 하다.
타인에게 전할 때 보다 오히려 자신에게 전하는 것이 더 어색한 그 말, 사랑.
지구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우주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물론 사람들 인생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인생 전체가 봄 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불행해진다. p.72
욕심이 자꾸만 더해진다.
바뀌는 계절을 앞에 두고도 더운 것 보다는 차라리 추운게 낫다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고, 뭔가 시작하기도 전에 용기내지 못하고 주저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언제나 맑음'인 상태이기만을 바라다보니 목표한 것에 도달하지 못할까봐 안절부절 하게 된다.
아무리 새롭게 결심을 하고 마음을 다잡아보아도 역시나 쉽지만은 않다.
추운 겨울 뒤에 오는 봄이 더 반갑다는 것을 나 역시 잘 알지만 좀 더 빨리 봄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내가 바뀌지 않으면 결코 결과 또한 제자리일 뿐이다. 딱 세줄, 그의 말이 내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 문득 문장들과 마주하는 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자기가 못하면 바보가 되는 줄 알지만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자기가 따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바보가 되는 것이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자기도 따라 한다는 것은 보편화된다는 뜻이며
뒷복을 친다는 뜻이니 절대로 폼나 보일 까닭이 없다. p.143
이 두 줄의 문장은 저자가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써 내려간 것 같았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따위의 말은 어디에서나 쉽게 들어본 말이라 어색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은 내게 썩 관대한 문장이 아니다. 하지만 향기나는 문장들 속에서 찾아낸 몇 구절의 글 때문에 봄을 맞이할 때 처럼 설렌다.
봄이 끝나간다. 흔적 없이 지나쳐 곧 여름이 올 것이다.
내게도 여름을 닮은 싱그러움이 올까?
책 <아불류 시불류> 속에 담긴 수많은 문장들이 내 삶에 싱그러움을 더해 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