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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를 위하여 - 그리운 이름, 김수환 추기경
한수산 지음 / 해냄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서로 사랑하세요. 그리고 용서하세요.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겨울이었던 것 같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아도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소식이 들려왔다. TV와 각종매체에서는 긴 조문행렬과 함께 그분의 업적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그는 세계 최연소 추기경이라는 것과 헌혈, 장기기증 등으로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근본적 나눔의 실천운동을 전개했다는 것, 몇 권의 저서를 남겼다는 것 정도였다. 그의 삶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또 다시 겨울이 지나고 봄을 맞는 이즈음 그에 관한 것들이 차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책<용서를 위하여>에서 내가 모르고 있던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를 알게 될 것이란 기대가 책장을 넘기는 손을 재촉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를 담은 평전도 아니었고, 소설도 아니었다. 물론 책 속에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그의 모습과 이념들이 담겨있기도 했고 수많은 어록이 말해주듯 그에 대한 에피소드들과 명언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내가 느낀 책에 대한 느낌은 작가의 자기 삶에 대한 반성과 종교적 자아 성찰 정도가 될 것 같았다.
지은이처럼 종교적 신념으로 함께 호흡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던 듯싶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군위에서 도쿄 조치대학으로, 대구의 주교좌 계산성당과 더불어 수많은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된다.
“삶의 의미란 어떤 것과 맺어지면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직업, 일, 그것도 귀하지요. 그러나 그것만이 인생일 수는 없지요.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과 함께 발을 묶고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는 거 그게 인생이 아닙니까.“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이 걸렸다며 서로 사랑하라는 당부를 남기고 떠난 사람.
책을 통해 나는 그분의 아련한 메아리의 뜻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사랑하라는 말과 용서하라는 말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결국엔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이름을 함축하고 있다는 의미 정도가 될까. 사랑하기에 용서하고,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의미라는 것을 문득 책을 접하며 알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