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버돗의 선물 - 한정판 스페셜 기프트 세트 (스태들러 색연필 세트 + 그림엽서 + 케이스)
테드 겁 지음, 공경희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을 소망하며 산다.
때로는 돈을 바라보면서, 혹은 명예를 추구하면서 조금 더 갖기 위해 하루를 살고 내일을 살아간다.

성공이란 이름 앞에서 남들보다 빠르고 가까이 나아가기를 열망한다.
주어진 삶에 쉽게 만족하는 사람이 없듯, 내가 가진 것을 선뜻 나눠주는 삶을 산다는 것은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처럼 더욱 어렵다.
객관적으로 볼 때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필요이상의 선행을 베풀지 않는 것이 내가 사는 오늘의 모습이다.

누군가에게 조금이지만 삶의 일부를 나눠주는 것, 그것은 어떤 의미가 될까?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생애는 얼마나 값질까?
쉽게 좇아갈 수 없기에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또 매력적이다.
쉽지 않은 것임을 알기에 낯설지만 그런 사실과 마주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
‘희망’의 가치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위로가 되기 때문임을 알기에.

<MR. 버돗의 선물>은 희망을 노래하는 책이다.
책은 2008년 지은이가 조부의 가방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낡은 가방 한쪽에 자리한 수많은 편지와 편지를 보내는 이들에게 10달러를 보내주겠다는 1933년의 신문기사는 버돗의 모든 이야기가 밝혀지는 시발점이 된다.
누구나 궁핍했고 힘들었던 대공황시절, 자신의 현실만 바라보기도 벅찼을 법 한 시간, 선행의 손길을 내민 그의 이야기는 진정한 선물의 가치를 발휘한다.

버돗, 그는 누구일까?
그는 왜 이웃들에게 얼마의 돈을 선물하고자 했던 것일까?
책 속에는 버돗의 존재를 찾아 가는 과정에서 선행을 베풀게 된 동기와 버돗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과 후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무런 대가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가난한 시대의 작은 희망씨앗, 그의 삶이 내 안으로 서서히 스며들었다. 
 

유년시절의 기억은 우리 삶에서 꽤 오랜 시간을 머무른다고 한다.
버돗은 그런 의미에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고국으로부터 침입자로 내몰렸던 서럽고 가슴 아픈 시간이었다.
대공황으로 인해 절망 끝으로 치닫는 캔턴의 일상이 그에게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버돗의 또 다른 이름인 샘스톤은 어디에서나 가난하고 약한 유대인이자 이방인이었다.
그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랐다. 고국에서 갖지 못했던 소속감을 새로운 곳에서 갖고 싶었던 것이다.
어둡고 좁은 시간을 견뎌내 온 그는 시련 앞에서 좌절해가는 외롭고 가난한 이웃의 아픔을 결코 타인의 몫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눈물 앞에서 자신이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희망을 선물하기로 한 버돗은 작은 기적을 선물하기에 이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버돗의 도움을 기다리며 편지를 썼다.
가장들은 파산 후 자신의 속내를 담아 다시 일어서리라는 용기를 마음에 품고 편지를 보내왔다. 아이들의 옷과 신발을 크리스마스선물로 주고 싶다던 모정어린 엄마의 편지도, 굶주림을 피하고 싶은 어린아이의 절규어린 도움의 목소리를 담은 편지도 있었다.
버돗은 힘든 이웃들의 편지에 계획했던 두 배 수의 사람들에게 5달러를 선물했다.
그가 보낸 5달러는 배고픈 자에게는 비어 있던 식탁 위에 풍족하게 먹을 빵이 올라오게 했고, 추위에 지친 이들에게는 따뜻한 땔감이 되었다. 또 가난에 지쳐 미소를 잃은 아이들에게는 희망과 함께 옷과 인형, 신발이 되어 주었다.

나는 버돗과 그의 이웃들이 5달러로 인해 지을 수 있었던 미소를 상상했다. 선물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면서.

1933년을 산 이웃들에게는 5달러가 선물이었다면, 나는 나눔의 마음이 담긴 따스한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자신의 아픔만 우선시하면서 타인의 고통에는 자꾸만 무뎌지는 내게 버돗의 이야기는 희망 그 이상을 말하고 있다.

나누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은 쉽지만 그 마음을 실천하기란 어렵다.
버돗의 용기 있는 선택에 내 마음도 조금씩 용기를 얻어 가는 것만 같았다.
삶을 좀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용기, 쉽게 포기하지 말자는 용기,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뒤돌아볼 수 있는 용기까지도.
스산하게 불어오는 겨울바람 뒤에는 어딘가에 따듯한 온기가 자리하고 있음을 버돗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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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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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소박한 떨림_

 

 

마음이 스산해졌다.

추운 날씨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 한구석에 단단히 찬 바람이 새어든 것만 같다. 약간의 외로움을 채워 줄 무언가가 필요할 즈음, 문득 누군가에게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

어떤이들은 편지쓰기가 촌스럽고 번거로운 일이라고 했지만 나는 내 손끝에서 머릿속을 떠나는 수많은 문장들의 울림이 좋다.

 

책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는 예전부터 읽어보리라 다짐했던 책이었다.

어디선가 지나치듯 본 '이 책을 읽고나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질 것이다.'는 문장 때문에_

역시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그리고 편지를 쓴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답장을 받고 싶어졌다.

 

책 속에는 집이란 공간에만 있으면 발작을 일으키는 한 남자와 그의 곁을 지키는 개 와조가 있다.

그는 누군가의 편지를 배달하던 집배원이었고, 와조는 그가 조부라 부르는 사람의 안내견이었다.

와조가 조부를 잃고 사고로 시력까지 잃게 됐을 때, 그는 직장을 관뒀으며 숨이 차오르는 공간인 집을 떠나 끝이 없는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그는 낯선 여행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이름대신 번호로 그들을 기억했다.

그의 일과는 매일밤 모텔에 투숙해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매일 아침 친구에게 편지가 왔냐는 물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편지여행자, 그에게 맞는 이름인 셈이었다. 그는 때로는 가족에게, 혹은 여행지에서 만났던 누군가에게 편지로 소통했다.

그의 편지는 때로는 절박했고 때론 통쾌했고 때론 서글펐던 것 같다.

 

내가 책을 읽는내내 궁금했던 것은 그가 답장을 받았냐는 것이었지만 친구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아무도 편지하지 않았다.'였다.

왜 사람들은 그의 편지에 답장을 해주지 않았던 걸까.

누군가는 그 사이에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고, 편지받는 것을 싫어할 수도, 딱 한 번 만난 사람으로 부터 온 편지를 대수롭지않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고,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와 함께 답장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은 순간까지도 그에게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

자신에게 답장이 오면 여행을 그만두기로 한 그는 와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간다. 

와조는 오랜여행의 시간만큼 세월의 나이를 훌쩍 지나쳐버려 더이상 여행을 하기에는 힘들었고, 그는 와조의 마지막을 편하게 해주고싶었다.

집에 돌아온 와조는 편안해보였지만 그는 숨이 차올랐고 어지러웠다. 집 앞에 세워둔 작은 우편함에는 여전히 누군가로 부터 배달되어 온 편지가 없었고, 가족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남들에게는 안락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는 집이 왜 그에게는 이렇듯 힘든 공간이었을까? 답장에만 신경을 곤두세워서인지 나는 이런 의문을 책의 말미에서야 가져보았다. 그리고 곧 해답을 얻었다.

조부의 장례식을 치르던 날, 함께 떠나버린 가족의 빈자리가 그를 거리로, 여행길로 내몰았던 것이다. 갑작스레 가족의 얼굴이, 목소리가, 웃음이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 텅빈 공간에서 그는 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외로웠을테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빈집에서 수도 없이 떨어졌을 욕실의 물방울과 시계 바늘 소리가 그에게는 더없이 낯설고 두려웠을 거란 것도...

그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을 때, 그를 지탱해주던 와조가 죽는다.

그리고 절망의 끝에선 그에게 마치 희망처럼 수많은 답장들이 배달되어 온다.

3년이란 시간동안 그의 이름으로 배달되어 온 답장들은, 그의 삶을 견딜 수 있게 만든다.

 

 

편지를 받을 사람이 있고 또 답장을 보내줄 사람이 있다면,

생은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단 한 사람뿐이라 하더라도.

 

나는 글 한 줄의 힘을 믿는 사람이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새롭게 마음에 담아보았다.

내 마음을 전할 목적의 편지가, 문장이 누군가에게 생의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을, 잃어버린 웃음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은 나도 누군가에게서 오는 편지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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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플레이어 - 왜 우리는 열광하고 그들은 세상을 지배하는가
매슈 사이드 지음, 신승미 옮김, 유영만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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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수많은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그들에게 열.광. 하는가?

 

월드컵이 열릴 때면 거리를 가득 메우는 관중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승리'를 외친다.

염원하던 16강 출전이 확정되는 순간, 거리는 붉은 물결로 일렁이기 시작하고 흥분 속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보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과 나의 심리 속에는 어떤 '끌림'이 있길래 스포츠 경기와 스타들의 모습을 보면서 열광하는 것일까.

 

책 <베스트 플레이어>는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기 좋아하는 나에게 참 흥미롭게 다가왔다.

단순히 승리와 패배라는 양분화된 결과가 전해주는 짜릿함 때문인지,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노력하는 자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종종 냉혈한 승부의 세계를 즐긴다.

 

책은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 어떤 태도, 생각, 행동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이고 설득력있는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세계에 알려진 유명 스포츠 스타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시작과 과정, 승리의 순간을 전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평범하게 오늘을 사는 나와는 뭔가 다를거야. 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는 그들의 성공이야기가 많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작 또한 보통 사람들의 여느 것과 다르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가는 과정이 다르다.

과정 속에서 겪는 수많은 실패가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끊임없는 자기확신과 도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자세가 그들을 승리하는 사람들로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보고 또 보았다.

 

 

시도해봤는가?

실패해봤는가?

문제없다.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멋지게 실패하라.

 

나는 실패가 두렵다.

어릴 적 친구들과 공기놀이를 할 때도 그랬고 회사생활에서 주어진 업무를 할 때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은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는 것마저 낯설다.

 

재능이 아니라 노력을 칭찬해야 하고,

전심전력을 다하면 능력을 바꿀 수 있으며,

도전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이고,

실패는 폐단이 아니라 기회라고 가르쳐야 한다.

 

내 이런 사고방식에 대해 책 속의 베스트 플레이어들은 말한다.

자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사고방식, 노력, 동기유발 등은 스포츠 세계 분만아니라, 성공을 위해서 꿈을 꾸는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하나의 관문이라는 것을.

세계 수준의 실력은 사.고.방.식 에서 시작된다는 것을_

 

 

당장은 힘이 미치지 않는 목표라도 격차를

뛰어넘을 확실한 방법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세계 수준의 기량을 얻을 수 있다.

오랜 시간 끊임없이 반복하고 열중하면

격차가 사라지며, 힘이 미치지 않는

새로운 목표 또한 생겨난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훨씬 어려운 도전들을 목적의식을 갖고 시도하면서 실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노력하는 베스트 플레이어들의 훈련 과정을 보면서 승리하는 사람들이 전하는 중요한 메세지를 얻었다.

노력은 결코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는다면 진리처럼,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실패를 뛰어넘을 만큼의 반복된 노력은 승리의 핵심이라는 것을.

'승리'는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나의 일상도 조금은 더 특별해질 수 있으리라 꿈꾸게 되었다.

지금 나는 주문을 걸고 있다.

조금은 더 긍정적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조금은 더 자신있어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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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뚜르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0
한윤섭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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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 가면 나는 이방인이 된다.

그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지 않아도, 수근거리지 않아도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생김새를 인지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

그런 약간의 이질감 속에 놓여 있다 보면, 나는 철저하게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봉주르, 뚜르>에서 만난 ‘봉주’역시 이방인의 모습으로 프랑스 뚜르마을과 만난다.

사람들로 북적한 파리가 아닌 한적한 뚜르에서 봉주는 혼자만의 비밀을 갖게 된다.

봉주가 2층에 자리한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뚜르의 밤풍경에 빠져들고 있을 때쯤, 파리에서는 본 적 없는 달빛과 마주한다.

흔하게 보던 별빛이 아니라 밝은 빛을 내리쬐는 달빛을.

봉주는 달이 비추는 빛을 따라가다 문득 자신의 방에 놓여 있는 책상 모서리에 적힌 글을 발견한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그리고 ‘살아야한다’까지…….

집주인 듀랑 할아버지와 이웃들은 몇 십년간 이집에는 한국인이 산 적이 없다고들 하지만 봉주의 눈에 들어온 글귀는 분명히 한국어였다.




궁금증을 품은 채, 봉주는 뚜르에서의 일상에 적응해간다.

학교에서 만난 갈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한 토시는 봉주와 같은 동양인이었다.

같은 반에 동양인 친구가 있다는 것이 새삼 기쁜 봉주의 마음과는 달리 토시는 무뚝뚝한 채로 봉주의 인사를 받는다.




봉주는 자신의 집에 살았던 일본이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봉주와 비슷한 또래의 그 집 아이는 한국어를 아주 잘 했다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듀랑 할아버지에게서 예전에 살던 일본인 가족이 아직 뚜르에 살고 있으며 일본 음식점을 경영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좁은 뚜르에서 그 곳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봉주는 부모님과 그 곳, 자포네로 향한다.

이제 평온한 뚜르와는 어울리지 않는 절박한, 굳은 결심을 떠나 단호하기 까지 한 그 글을 쓴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나 또한 봉주처럼 설레고 두근거렸다.

자포네에는 익숙한 얼굴, 토시가 있었다.

봉주는 어쩌면 토시가 한국어를 말하고 쓸 줄 아는 한국인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토시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내는 봉주, 그리고 부정하던 토시의 눈에 비친 눈물.

자신의 한 마디 말이 토시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은 아닐지 어린 봉주의 마음도 아팠다.

토시는 봉주와 만난 이후 이틀째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늦은 밤 봉주를 찾아온다.

둘은 달빛이 내리쬐는 어두운 밤, 프레방도에 공원을 거니며 봉주가 궁금해 하던 비밀을 나눈다.

토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람이라고 했다.

그것은 우리가 잘 아는 또 다른 한국의 반, 북한의 다른 이름이었다.

책 속에서 북한의 아이와 마주한다는 것은 봉주만큼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너무도 낯선, 왠지 모를 이질감 때문이었을까.

이어 토시는 봉주가 본 글은 삼촌이 쓴 것이라 했고 자신은 언젠가 뚜르를 훌쩍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봉주는 토시가 자신의 모든 비밀을 말해주었던 그 날 밤, ‘친구’라는 이름을 마음에 담았다.

토시와 친구가 되었다고 행복해했지만 그 날 이후 토시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선생님으로부터 토시 가족이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무런 흔적 없이 뚜르를 떠나버린 토시를 그리워하던 봉주에게 한통의 편지가 전해진다.

자신을 친구라고 말해줘서 고맙다며 이제는 토시도 그리운 아빠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이 담겨있었다.




아이들의 헤어짐을 보면서 나는, 우리의 반쪽 역사를 떠올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흐릿해져버린 분단의 현실과 쉽게 와 닿지 못했던 분단의 고통을.

뚜르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을 보면서 분단된 지금의 우리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내야 하는 큰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주가 마주한 조국, 가족, 살아야한다는 글귀가 내 눈에 자꾸만 아련하게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봉주와 토시가 책 속에서 더 이상 헤어짐을 반복하지 않기를.

친구가 됨과 동시에 이별하지 않아도 될 시간들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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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 - 스물여덟 명의 아이들과 함께 쓴 희망교육에세이
고정원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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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이름 모를 음악이, 낯선 여행지가 우리에게는 때론 예기치 않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상처 주고 받으면서, 때때로 아파하기도 하면서 우리는 주어진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기에 위로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내가 만난 책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는 중학교에서 지역사회교육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책과 함께 살아가는 고정원 선생님과 제자들의 이야기다.
책 속에서 만난 아이들은 주변의 시선으로 보면 하나 같이 '문제아'다.
그들은 노는 아이,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 가출을 일삼는 아이, 아이들의 돈을 뺏고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 소위 '못된 아이'다.
하지만 그들의 못됨이 엄마의 가출, 아버지의 폭력, 대물림되는 가난 등등의 아픔 때문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약 내 어린시절이 그러했다면, 스스로도 용납되지 않을 만큼 불행했다면 나는 지금의 밝은 얼굴을 가질 수 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보았다.

 
책의 저자인 고정원 선생님은
삶의 열병을 앓고 있는 제자들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처를 책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전한다.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아이들은 위로를 받고 새로운 꿈을 꾸고 희망을 발견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책 속에서 발견한 것은 여린 아이들의 갈기갈기 헤진 마음이었다.
그리고 책을 통해 조금씩 달라져가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청소년기 아픔 하나 없는 아이들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 아픔이 크든 작든 아이들에게는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p.118

누구에게나 시련은 두렵고 낯설고 도망가고 싶은 현실이 된다.
또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자신이 짊어진 슬픔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픈 상처라고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한창 삶의 과도기를 겪는 청소년기에 들어선 아이들의 마음은 더 그러하리라 짐작이 된다.
책 속에서 만난 아이들은 저마다의 아픔들을 간직한 채, 스스로에게까지 학대를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아이들의 행동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옳고 그른 것의 차이를 애써 외면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너무 싫고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해서 주저않아 버리고 희망을 져버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할 때면 내 마음도 먹먹해져왔다.
하지만 삶의 멘토로 삼을 만큼 마음을 나누고 아픔을 나눌 선생님의 존재를 느낄때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베어나오기도 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받아보지 못했던, 관심과 사랑을 나눠주던 선생님의 존재가 어쩌면 아주 낯설지만 놓고 싶지 않은 희망의 끈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과 조우하면서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소통할 줄 아는 선생님이 있어 나의 겨울도 참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미소를 주고 희망을 전해주는 그녀의 이야기가 고마웠다.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그녀가 권해주는 책을 통해 조금은 더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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