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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 차별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반복되는가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10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김선우 시인은 시 「작은 신이 되는 날」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내가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당신을 향해
사랑한다 말할 수 있어 말할 수 없이 찬란한 날."
우주먼지는 별이 폭발하며 흩어진 미세한 물질이다.
그 먼지들이 모여 지구와 생명을 이루었고,
결국 인간의 몸을 이루는 원자 하나하나도
태초에는 별의 일부였던 셈이다.
같은 우주먼지로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빚어졌다.
어떤 이는 여성으로, 어떤 이는 남성으로, 또 어떤 이는 그 경계를 넘나들며 태어났다.
누군가는 두 발로 걷고, 누군가는 휠체어에 몸을 싣는다.
누군가는 이 땅에서 태어났고, 또 누군가는 국경을 넘어 이곳에 닿았다.
차이는 단지 너와 나를 구분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다름’을 ‘틀림’으로 읽기 시작했다.
다른 것을 열등한 것으로, 낯선 것을 위협적인 것으로,
소수를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바꾸어버렸다.
홍성수 교수의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은
바로 그 어두워진 자리를 정면으로 비춘다.
표면적으로는 “차별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시대이지만,
그 안에는 더 교묘하고 구조적인 차별이 자라나고 있음을
저자는 차분하면서도 날카롭게 드러낸다.
그는 혐오와 차별이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가 위기 속에서 ‘희생양’을 찾아내는 집단적 메커니즘임을 지적한다.
‘노키즈존’, ‘중국인 혐오’, ‘장애인 시위 논란’ 같은 최근의 장면들이 그 증거다.
“억울해요.” “화나요. 식당은 다 같이 먹으러 오는 곳인데
아이들이 시끄럽게 한다고 어른들이 출입을 금지시키면
다른 데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그건 나쁜 거예요. 어린이도 사람인데,
사람을 못 들어가게 하는 것과 똑같으니까요.”
2019년 MBC가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들에게
‘노키즈존’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이다.
자식을 둔 엄마로서 아이들의 억울한 목소리가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
어리다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심정은 어떨까.
저자는 이것이 단순히 한 끼 식사를 못 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한 개인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동등한 자격을 박탈하는 행위다.
인격적 모멸감을 주고 사회적 배제를 정당화하는
차별의 고유한 해악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특정 집단만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공존의 조건을 만들어가는 법”이라고 강조한다.
우주먼지로 시작된 우리 모두가
말할 수 없이 찬란한 존재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제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는 그 안일한 확신 속에서
혹시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칼이 되지는 않았는지
조용히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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