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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 -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 에세이
신순규 지음 / 판미동 / 2025년 10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작가에 대해 사전지식 없이 책을 펼쳤다. 처음엔 그의 화려한 프로필이 눈에 들어왔다.
하버드, MIT, 월가. 이 이름들만으로도 선명한 성공의 서사가 그려졌다.
하지만 그의 시작은 달랐다. (아니, 조금이라고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아홉 살에 시력을 잃은 소년은 열다섯 살에 홀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낯선 땅에서 위탁가정에 머물며 공부했고,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기 시작했다.
궁금한 마음에 그의 첫 책을 찾아보았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의 80퍼센트는 쓸모 없는 것들입니다.”
인간은 대부분의 정보를 시각으로 받아들인다.
보는 순간 이해했다고 믿지만, 그 수많은 화려한 것들 속에서 우리는 종종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친다.
신순규는 보이지 않게 된 뒤에야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화려함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기만의 기준, 자기만의 중심이 필요하다.
무엇이 진짜 가치 있는 것인지 스스로 가려내는 힘이 바로 그것이다.
시각장애는 그에게 바꿀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현실 속에서도 세상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저 지켜만 봐야 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그의 말은 불가능을 거부하는 의지이자, 세상을 향한 조용한 참여의 선언처럼 들린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도 그는 경쟁보다 협력을, 성공보다 나눔을 선택했다. 그를 품어준 위탁부모처럼 한국에서 온 보육원 출신 딸을 가족으로 맞이했고,보육원 아이들을 돕는 ‘야나 미니스트리’의 이사장으로 활동한다.
시각장애인 음악가들을 지원하는 ‘벨라음악재단’의 후원회장으로서,음악을 통해 세상과 마음을 잇는 일도 이어가고 있다.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
이 문장은 그의 평생을 이끌어온 신념이다.
시각장애를 가진 그에게 양궁을 가르쳐 준 한 교사가 있었다.
활을 잡을 수 있을지, 과녁을 맞힐 수 있을지 주변에서는 의심이 많았지만,
그 교사는 끝까지 “안 된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그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그때부터 그는 누군가 “안 된다”고 말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뇌었다고 한다.아직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 가능성보다 안 되는 이유를 먼저 찾는다.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많다.
그 벽은 오랫동안 나를 지켜준 습관이자, 동시에 나를 가두어온 틀이기도 하다.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나와는 전혀 다른 사고의 방향이 신기하고 좋았다.
제목만으로도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느껴졌다.
저자는 ‘할 수 있는 이유’를 먼저 찾는 사람이고, 나는 ‘안 되는 이유’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다. 그 차이는 작지만, 그 사이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깊은 간극이 있고 삶의 지평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보이는 눈을 가진 나는, 보이지 않는 그에게서 세상을 다르게 보고 자신을 믿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오늘, ‘안 되는 이유’ 대신 ‘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