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과학을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는 책으로, 흔히 과학이라고 하면 복잡한 공식이나 실험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러한 거리감을 허물고 동물들의 독특한 습성과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학의 원리에 다가가게 한다. 다섯 개의 테마로 구성된 동물원 속에서 27마리의 동물이 등장하고, 저자는 마치 안내자처럼 독자와 함께 탐험을 떠나듯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덕분에 독자는 단순히 지식을 주입받는 것이 아니라, 탐험이라는 서사에 몰입하면서 과학을 경험하고 있다.

책은 특히 초등 교과와 연계되어 있어 학습적인 효과도 크다. 하지만 단순히 교과 보조 교재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문제와 연결시키며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예컨대, 먹이를 액체로 만들어 섭취하는 거미의 습성이나, 사막에서 물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곤충의 능력은 단순히 동물의 특이한 생활사가 아니라, 인간이 직면한 기후 위기나 기술 발전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과학 지식을 재미있게 익히는 동시에 환경 감수성을 키우는 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매력적인 점은 “수상하다”라는 표현이 던지는 유머와 호기심이다. 사실 동물들의 특성이 수상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몰랐던 신기한 과학적 배경이 숨어 있는 것이다. 독자는 “왜 고양이는 수염이 없으면 방향 감각을 잃을까?”, “왜 반딧불이는 뜨겁지 않은 빛을 낼까?” 같은 질문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학적 사고를 배우게 된다. 이는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궁금증에서 출발해 스스로 답을 찾는 방식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훨씬 더 오래 기억되고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또한 책은 단순한 동물 도감과는 다른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각 동물이 가진 특징을 설명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발견되는 과학적 원리를 인간 사회의 기술이나 생활과 연결시켜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올빼미의 깃털 구조를 소음 억제 기술과 비교하거나, 반딧불이의 발광 원리를 범죄 수사에 응용되는 기술과 연관 짓는 식이다. 이러한 설명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흥미롭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술들이 자연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게 하며, 동물과 인간 사회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또한 읽는 재미에 있다. 각 동물의 이야기는 짧고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중간중간 들어간 그림 역시 시각적으로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아이들은 만화책을 읽듯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중요한 과학 개념이 담겨 있어 읽고 난 뒤에 지식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부모와 함께 읽는다면 대화의 소재로도 훌륭하다. “왜 소는 풀만 먹는데 근육질일까?”, “왜 매미의 날개가 투명할까?” 같은 질문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토론을 나누게 하는 촉매제가 된다.

저자인 이광렬 교수는 화학자이지만, 학문적 전문성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내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적인 내용을 억지로 단순화하지 않고, 오히려 동물의 세계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있다. 과학을 전혀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동시에 그 안에 숨어 있는 놀라운 원리를 드러내 주고 있다.
《수상한 동물원에서 만난 과학》은 단순한 아동용 과학책을 넘어,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 주고 있다. 단순히 동물이 귀엽다거나 신기하다는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과학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는 아이가 과학을 공부하는 태도를 바꾸고, 나아가 환경과 생태를 존중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과학은 교과서 속의 어려운 공식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주변의 동물과 자연이 곧 살아 있는 교과서이며, 호기심을 갖고 바라본다면 무궁무진한 지식이 펼쳐지고 있다. 탐험이라는 재미와 학습이라는 유익함을 동시에 갖춘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즐거운 호기심을 키워주는 좋은 길잡이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