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샤론의 어반스케치 : 고급편 - 햇살 담은 수채화
드로잉샤론(김미경) 지음 / 도서출판 큰그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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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펜 드로잉에 이어 수채 채색까지, 도시 풍경을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인 도서는 전작에서 선을 다루는 기초적인 흐름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채색이라는 ‘마지막 숨결’을 더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색을 입힌다는 건 단순히 시각적 요소를 더하는 것을 넘어, 풍경 속 시간과 감정을 담아내는 일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과정에서 겪는 두려움과 어려움을 헤아리며,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채색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저자 김미경, 필명 ‘드로잉샤론’은 그림을 두려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녀는 책머리에서 “붓을 드는 것이 어렵다”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한다. 채색에서 번짐과 실수에 대한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다. 도서는 그러한 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두려움 너머의 가능성을 부드럽게 보여준다. 수채화는 실수가 아닌 ‘의외의 발견’으로 완성된다는 믿음 아래, 겁내지 않고 붓을 들 수 있는 용기를 북돋운다.



세 가지 큰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서는, 첫 번째 장에서는 스케치의 기본기를 다지고, 선의 감각을 되살리는 데 집중한다. 해칭, 구도, 명암과 원근법 등의 설명은 드로잉에 익숙해진 이들이 다시 한번 감각을 정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 번째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수채화 기법을 다룬다. 물의 농도, 색의 혼합, 번짐의 속도 등 수채화에서 핵심이 되는 요소들을 다루며, 실전 연습을 통해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커펜을 활용한 채색 팁도 제공되어 다양한 표현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세 번째 장, ‘햇살 담은 어반 스케치’이다. 이 장에서는 실제 도시와 마을 풍경을 바탕으로 한 그림들이 펼쳐진다. 창가의 화분, 유럽의 거리, 제주도의 유채꽃 마을, 뉴욕의 가을, 프라하의 다리… 각각의 장면은 저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일상의 찰나이며, 햇살과 감정을 머금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단순한 풍경 그리기를 넘어, 그 장소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기류까지 색으로 풀어낸 시도가 돋보인다. 그림과 함께 덧붙인 설명은 독자가 채색에 감정을 담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한다. 또 다른 미덕은 ‘완벽한 그림’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얼룩과 번짐, 계획하지 않은 색의 혼합이야말로 그림을 더욱 살아 있게 만드는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는 초보자는 물론, 어느 정도 그림을 그려온 사람에게도 해방감을 안겨주는 메시지다. ‘잘 그리기’보다는 ‘느끼고 표현하기’를 지향하는 책의 철학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미술 수업이자 심리적 치유의 과정처럼 느껴진다.


부록에서는 여행지의 풍경을 담은 스케치가 실려 있다. 수원 화성에서부터 프라하, 산토리니까지, 다양한 지역의 건축과 풍광이 수채화 특유의 투명한 색감으로 펼쳐진다. 그곳에 직접 가보지 않아도, 장면 속 바람과 햇살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단순한 테크닉을 넘어, 그림이 전하는 정서적 교감을 배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림이란 기술이 아니라 감정과의 대화임을 일깨운다. 무채색의 선으로 시작해 채색을 거쳐 온기를 더하는 과정은, 결국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색은 무언가를 덧입히는 것이 아니라, 그림 안에 있는 감정과 이야기를 드러내는 수단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준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사람, 수채화에 자신이 없는 사람, 일상의 장면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따뜻한 격려와 실용적인 안내서가 되어, 채색에 대한 두려움을 풀고, 자연스럽게 물감이 종이에 번지는 흐름을 즐기는 일, 그 여정의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당신의 일상에도 햇살이 번지듯, 그림 속에 감정과 시간이 스며드는 순간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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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예수의 말 - 2000년 역사 속에서 항상 살아서 움직인
이채윤 지음 / 아마존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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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수의 언어가 가진 본질적인 힘, 그 언어가 품은 사유의 깊이와 정서의 울림을 오늘의 감각과 언어로 재구성해 독자와 새롭게 조우하게 만드는 도서의 ‘초역’이라는 단어는 여기서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 시대를 관통하는 언어의 재해석이자 실천적인 사유의 전환을 의미한다. 저자는 예수의 말을 과거에 머무는 문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는 언어, 곧 ‘삶을 비추는 등불’로 되살려 놓는다.



총 170개의 문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2,000년 전의 메시지를 지금 여기의 인간에게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랑, 용서, 믿음, 가난, 부, 진리, 고통, 죽음과 영생,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 나라라는 주제를 두고, 저자는 각각의 문장에 짧지만 깊은 통찰을 덧붙인다. 중요한 점은, 종교적 신념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언어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독자가 꼭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예수의 말을 통해 자기 삶의 기준과 태도를 재정비해 볼 수 있도록 문장을 다듬고, 주제를 배치하고, 맥락을 설명한다. 이채윤은 시인이자 소설가로서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예수의 말을 단단하고 섬세한 언어로 풀어낸다. 이를테면 “사랑은 말로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행동이자 선택이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윤리적 문구를 넘어, 자기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물음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그는 예수의 언어가 머리에 머물지 않고 가슴으로 내려가고, 다시 손과 발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듯 보인다. 도서는 한 문장마다 그것을 삶 속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를 해설로 풀어주는 구성이 반복된다. 독자에게는 매일 한 구절씩 묵상하며 삶에 반추할 수 있는 ‘영혼의 루틴’이 된다. 예를 들어 “두려움은 믿음의 빈자리다”라는 문장은, 그저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는 도식적 해석이 아니라, 무엇이 나를 지키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이끈다. 믿음은 이 책에서 종교적 교리보다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 묘사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끊임없이 묻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따르고 있는가? 어디에 기쁨을 두고 있는가? 누구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 물음은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성찰의 출발점이 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방식으로 독자의 삶을 흔든다.



『초역 예수의 말』은 또한 말이 가진 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기록된 언어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말이 진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 예수의 말은 그 자체로 위대한 언어의 유산이지만, 그것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은 독자가 그것을 듣고, 느끼고, 삶으로 실현하는 순간이다.

종교적 색채가 짙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내면을 향한 깊은 질문과 치유가 담겨 있다. “진리는 당신을 억누르지 않는다. 오히려 당신을 자유롭게 한다”, “고난의 끝에는 언제나 의미가 있다”, “참된 평안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 등은 단지 신앙의 명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삶의 격랑 속에서 붙잡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지금,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은 예수의 말 앞에서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조용히 제안한다. 말 속에 거하라. 그 말은 당신을 새롭게 할 것이다. 신앙을 가진 이에게는 말씀의 체온을 되찾게 하고,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인간다운 삶을 향한 안내가 된다. 『초역 예수의 말』은 성경을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말을 통해 삶을 다시 쓰는 시도로, 말과 삶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여정을 시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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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사고를 위한 최소한의 철학 - 철학의 문을 여는 생각의 단어들
이충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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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암기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기술’임을 강조하며 독자에게 다가서는 이충녕의 『쓸모 있는 사고를 위한 최소한의 철학』은 많은 이들이 철학을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인 추상적 개념어들과 낯선 학술 용어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쉽게 철학적 사유에 입문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철학의 지도’라는 은유는 이 책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지도가 여행자의 길을 안내하듯, 이 책은 철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철학자 이충녕은 유튜브 채널 ‘충코의 철학’을 운영하며 대중과의 소통을 꾸준히 이어온 인물이다. 그 경험은 이 책 전반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철학의 시작점이 되는 질문들을 끌어와, 그에 대한 다양한 철학자들의 해석을 나란히 배치한다.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지 이론적인 사유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도서는 단순한 철학 개론서라기보다, 질문을 통해 독자의 사유를 일깨우는 철학적 훈련서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서의 각 장은 하나의 중심 질문을 둘러싼 여러 철학자의 개념과 사유를 엮는다. 첫 장은 고대 철학에서 출발해 플라톤의 이데아와 소피스트들의 회의주의까지 살펴보며, ‘세상을 설명하려는 욕망’을 추적한다. 이어지는 장들에서는 ‘삶의 방향’, ‘자기 정체성’, ‘사회와 국가’, 그리고 ‘현대철학의 흐름’으로 나아가며 사유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단순히 개념을 나열하지 않고, 철학자들의 문제의식이 생겨난 배경과 그들이 던진 질문의 의미를 함께 살펴본다는 점에서, 독자 스스로 사고의 근육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도서의 장점은 난해한 철학 개념들을 쉽게 풀어내면서도, 그 철학자들이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지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칸트의 ‘정언명령’이나 데카르트의 ‘코기토’는 철학사에서 너무나 유명한 개념이지만, 이를 단순히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를 먼저 묻는다. 독자들은 그렇게 사유의 흐름 속에서 개념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만의 생각을 구성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



저자는 도서를 통해 철학 공부의 출발점은 ‘거대한 사유’가 아니라 ‘작은 질문’임을 거듭 강조한다. 그리고 그 질문이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성실히 안내한다. 우리는 철학을 배운다고 하면 ‘무언가 고상한 언어’를 익히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철학을 ‘생활과 연결된 사고의 기술’로 다시 정의하며, 철학이 삶에 스며드는 방식을 보여준다. 도서 속에는 철학자들의 이름이나 개념보다, 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훨씬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를 통해 철학은 고루하고 먼 학문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나에게 필요한 사고의 도구로 변모한다. 독자는 책장을 넘기며 자신도 모르게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묻게 된다. 바로 그 순간, 단순한 입문서를 넘어 진짜 철학서로 기능하게 된다. 또한 각 장의 전개 방식도 인상적이다. 철학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보다,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함으로써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유도한다. 이 점은 특히 철학이 낯선 독자들에게 큰 강점이다. 질문은 늘 독자의 삶에 스며 있는 것이기에, 그 질문에 대한 고대와 현대의 다양한 사유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철학은 점차 친숙해진다.



물음표로 시작해 느낌표로 나아가는’ 사고의 여정을 담고 있는 도서는 해답을 주는 학문이 아닌, 오히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하고,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철학을 모르는 사람뿐 아니라, 철학을 다시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도 유용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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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삶에 새기는 철학의 지혜 - 흔들리는 삶을 단단한 삶으로 바꿔주는 철학을 읽다 하루 한 장 삶에 새기는
최영원 지음 / 보아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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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갈림길을 만난다. 어떤 선택이 더 나은 길일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우리는 스스로에게 계속 묻는 도서는 그러한 순간마다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는 철학자들의 사유를 하나씩 짚어간다. 하루에 한 꼭지씩 철학자의 생각을 만나고, 그 생각을 삶에 적용해보려는 이 도서는 그 자체로 고요한 사유의 공간이자 실천의 장으로 철학을 고리타분한 학문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대신 삶을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지에 대해 철학자들의 관점을 빌려 생각하게 만든다. 그들의 사유는 구체적인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삶 그 자체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읽힌다. 가령, 플라톤은 정의를 단순히 선악의 구분이 아닌, 조화와 질서의 상태로 보았다. 이는 개인의 윤리적 행동뿐 아니라 사회 구조 전반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상태가 정의라면, 그것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존 듀이의 습관에 대한 통찰은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행동이 곧 우리 자신을 만든다는 점을 일깨운다. 무심코 반복하는 습관이 아닌, 의식적인 반복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만들어간다. 이는 단지 개인적인 성장의 문제를 넘어서, 일상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반복이 굳어짐이 아니라 성장이 되기 위해선 자각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은 무겁고도 실천적인 울림을 준다.


이 도서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철학자들의 사유가 현재의 사회 문제에까지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반 일리치는 현대의 제도와 기술이 오히려 인간성을 앗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일리치는 제도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의존적으로 만들며 자율성을 잃게 만든다고 본다. 그가 말하는 ‘느린 저항’은 오늘날 기술에 의해 통제되는 삶을 다시 인간적인 감각으로 회복하자는 제안처럼 다가온다. 이는 거창한 혁명이 아니라, 작은 실천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아픈 이를 손으로 어루만지는 행위, 아이와 함께 걷는 시간, 타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에서 회복의 가능성을 본 그의 사유는 따뜻하고도 단단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인상적이다. 헤겔은 진정한 자유는 환경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필연성 속에서 자유를 찾는 이 사유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진다. 그저 선택할 수 있음이 자유가 아니라, 조건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방향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가 생긴다는 통찰이다. 또 루소와 롤스를 통해 불평등과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루소는 불평등을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로 바라보며, 정의는 모든 사람의 기회를 보장하는 공정함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반면 롤스는 누구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은 ‘무지의 상태’에서 사회의 원칙을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두 철학자의 시선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불공정한 구조를 성찰하게 하며, 어떻게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기준점을 제공한다. 도서는 단순히 철학자의 명제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오늘의 삶에 연결시키는 방식 때문이다. 철학자들의 말은 고전 속 문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질문에 대한 응답이 된다. 기억이 자아를 구성하고, 신념이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리쾨르와 키케로의 통찰도 결국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우리를 이끈다. 말미의 필사 코너는 철학자의 말을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써보며 자기 삶에 새겨보도록 유도한다. 손으로 따라 쓰는 행위는 곧 마음을 따라가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철학자의 문장을 넘어, 그 말의 의미를 삶 속에 녹여내게 된다.


철학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도서는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사유의 힘으로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보여준다. 매일 한 꼭지씩, 철학자 한 사람씩을 만나는 일은 바쁜 삶 속에서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도서는 우리 모두가 던지는 질문,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겸손하고 진지한 답변을 모은 한 권의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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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논어 - 굽이치는 인생을 다잡아 주는 공자의 말, 개정증보판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최종엽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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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나면,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해진다는 말이 마음에 크게 와 닿는다. 오십이라는 나이는 마치 계절로 치면 늦가을쯤일까. 이미 거두고 정리할 것이 많지만, 동시에 아직 남은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앞으로의 삶을 좌우한다. 『오십에 읽는 논어』는 바로 이 시기에,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삶의 중심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도서는 동양 고전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읽히고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논어』를 중심에 두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고전의 문장을 나열하거나 주석처럼 풀어놓는 방식이 아니다. 오랫동안 인문학 강연을 해 온 저자는 공자의 말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짚어내며, 오십이 처한 구체적인 삶의 문제에 연결 짓는다. 읽다 보면 마치 인생 상담을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겉돌던 고전의 문장들이 오늘 나의 문제로 깊숙이 들어와 닿는 것이다.


도서의 구성은 총 60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고, 각 꼭지는 비교적 짧은 분량으로 되어 있어 하루에 하나씩 읽으며 스스로 돌아보기에 알맞다. 다루는 주제도 다양하다. 퇴직 이후의 삶, 건강,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 마음을 다잡는 법, 나의 소명, 배움의 자세, 책임감 등 오십이라는 시기가 마주하는 실존적인 문제들을 포괄한다. 이 모든 이야기 위에 공자의 말 한 줄이 등불처럼 놓인다. ‘한 줄’의 문장이, 때론 인생의 방향 전체를 바꾸는 자극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도서가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공자의 가르침을 단지 인용하거나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가까운 근심이 있다’는 말을 통해 단순히 걱정을 경계하라는 도덕적 교훈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멈춰서 미래를 생각해보아야 할 이유를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지나간 날을 자책하거나 아직 오지 않은 불안에 휩싸이지 않고, 바로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변화의 지점을 찾도록 독려한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핑계’와 ‘책임’에 관한 이야기다. 중년 이후의 삶에서는 사회적 지위나 명함 하나로 자신을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 찾아온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안에서 핑계를 찾거나, 타인을 탓하며 멈춰버리기 쉽다. 저자는 그런 심리를 지적하며 “지금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세상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한다. 듣기에 따갑지만, 이 말을 곱씹고 나면 몸과 마음이 조금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도서의 제목이 ‘오십에 읽는 논어’이긴 하지만, 그 실천적 메시지는 오십을 넘은 이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앞선 세대에는 미처 배우지 못했던 삶의 중심을 찾는 법, 관계를 다시 세우는 지혜, 흔들리지 않기 위한 기준이 녹아 있다. 그렇기에 마흔의 사람에게는 준비로, 예순의 사람에게는 점검으로 다가갈 수 있다.



단순한 고전 해설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가만히 곁에서 붙잡아 주는 인생의 조언자 같은 도서는 책장을 덮고 나면,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삶의 방식’과 ‘나의 중심’에 대해 다시 묻게 된다. 나아가, 문장 하나하나가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되찾는 나침반이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믿음이 생긴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오십에 읽는 논어』는 흔들리는 인생의 허리를 곧게 펴고 다시 걸음을 내딛게 해주는 ‘지혜의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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