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가지 큰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서는, 첫 번째 장에서는 스케치의 기본기를 다지고, 선의 감각을 되살리는 데 집중한다. 해칭, 구도, 명암과 원근법 등의 설명은 드로잉에 익숙해진 이들이 다시 한번 감각을 정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 번째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수채화 기법을 다룬다. 물의 농도, 색의 혼합, 번짐의 속도 등 수채화에서 핵심이 되는 요소들을 다루며, 실전 연습을 통해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커펜을 활용한 채색 팁도 제공되어 다양한 표현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세 번째 장, ‘햇살 담은 어반 스케치’이다. 이 장에서는 실제 도시와 마을 풍경을 바탕으로 한 그림들이 펼쳐진다. 창가의 화분, 유럽의 거리, 제주도의 유채꽃 마을, 뉴욕의 가을, 프라하의 다리… 각각의 장면은 저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일상의 찰나이며, 햇살과 감정을 머금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단순한 풍경 그리기를 넘어, 그 장소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기류까지 색으로 풀어낸 시도가 돋보인다. 그림과 함께 덧붙인 설명은 독자가 채색에 감정을 담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한다. 또 다른 미덕은 ‘완벽한 그림’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얼룩과 번짐, 계획하지 않은 색의 혼합이야말로 그림을 더욱 살아 있게 만드는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는 초보자는 물론, 어느 정도 그림을 그려온 사람에게도 해방감을 안겨주는 메시지다. ‘잘 그리기’보다는 ‘느끼고 표현하기’를 지향하는 책의 철학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미술 수업이자 심리적 치유의 과정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