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로버트 필립은 음악학자로서의 전문성과 동시에 일반 독자에 대한 배려를 함께 갖춘 글쓰기로 주목받아 왔다. 원제인 『A Little History of Music』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복잡한 음악사를 '작은 이야기들'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음악 이론에서 시작해, 중세 성가, 르네상스 다성음악, 바로크의 화려함과 고전주의의 균형미, 낭만주의의 감정 표출, 그리고 20세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시대는 고유한 음악적 언어를 갖고 있었고, 저자는 이 흐름을 시간의 강을 따라 유려하게 안내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음악사를 ‘위대한 음악가’ 중심이 아닌, 음악을 둘러싼 사람들의 삶, 기술, 사상의 변화 속에서 다룬다는 점이다. 바흐나 베토벤 같은 익숙한 인물들도 등장하지만, 그들이 단지 천재적인 작곡가가 아니라, 당대 사회와 제도, 청중의 기대에 영향을 받은 역사적 존재로 그려진다. 또한 악기 제작 기술, 인쇄술의 발달, 연주 공간의 변화 등 음악의 외부 조건이 예술 형식에 끼친 영향을 함께 보여주는 점은 이 책의 중요한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