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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
샤를 페팽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0월
평점 :
📌 무빙워크를 타고 마트 1층을 내려가면 어김없이 맡게 되는 번 냄새. 그 냄새를 맡으면 ‘로티보이’라는 가게에서 빵 나오는 시간을 알리는 달콤한 순간이 떠오른다. 그 기억의 이끌림을 따라 구입한 빵은 그 때의 맛은 아니지만, 그 냄새만큼은 처음 먹었던 번의 맛을 떠올리게 한다. 언제인지 떠올려지지 않았던 일들이 냄새, 장소, 소리, 분위기에 따라 급작스럽게 눈앞에서 벌어지듯 생생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가끔은 그런 기억들로 인해 상처받고, 혼란스러움을 겪기도 한다.
나의 기억 속 아픈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내 의지가 아닌 누군가의 억압이나, 모략, 반대로 인한 갈등이 있을 때였다. 힘이 비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무시하거나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월등한 힘의 격차가 있을 땐 좌절과 실망, 때론 분노로 인해 내 자신이 모멸감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 때의 기억은 대부분 잊어버리거나 무시하려고 하지만, 기억이란건 내가 원하지 않을 때 불쑥 찾아와 다시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기억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버둥거리지만 때때로 기분이나 행동이 기억에 잠식되서 힘들어 했던 경험이 있다. 과거의 기억들은 왜 원하지 않을 때 찾아와 우리의 삶을 흔드는 것일까?
📌 샤를 페팽은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를 통해 과거와 잘 지내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우는 방법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 방법을 배우기 위해 우리 자신을 좀 더 잘 알고 이해하고, 우리가 물려받은 것을 파악하며, 과거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고대의 지혜를 재발견한다. 니체, 앙리 베르그송, 한나 아렌트와 같은 철학자들의 사유를 뇌과학과 더불어 살펴보고, 기억이 행복에 얼마나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고 예술가들의 재능과 신경과학의 상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에서 과거를 끊임없이 돛을 부풀리는 범선에 비유한다. 이 범선이 방향을 잘 잡아 순풍을 타는 요령을 3부에 걸쳐 자신의 경험과 사례들을 들며 철학적 사고로 풀어내고 있다.
📌 1부에서는 우리의 기억과 관련된 과거의 단편이 어떻게 저장되어지고 일화기억, 의미기억, 절차기억, 작업기억, 감각기억에 대한 내용과 그것들이 합쳐져 우리의 개인사에 어떻게 영속적인 작용을 하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2부는 과거와 마주함에 있어 정체성의 전제조건인 기억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사이좋게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함을 이야기한다. 과거를 잊기 위한 알콜의 의존하거나 기억을 삭제하기 위해 회피하려는 노력은 불가능한 것이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똑같은 실패를 겪을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3부에서 과거의 자신을 열어놓고 자신의 개인사를 포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도약할 수 있음을 수용의 시간, 행동의 시간, 나침반이 되어주는 쾌감, 생의 움직임, 원동력이 되어주는 너그러움을 통해 베르그송적 방법으로 정의하고, 망각과 애도에 대해 말한다.
추억 자체는 발목을 잡은 요소가 아니다. 우리의 전진을 방해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된 세계관, 인생관, 흑은 자아관이다. (p.165)
아름다운 것들을 기억하는 것은 일종의 시간 횡단이다. 아름다운 추억들이 다시 현존한다. 심지어 되찾은 느낌 속에서도, 마치 전에 없었던 것처럼 현존한다. (p.194)
과거와 함께 사는 묘를 터득한 사람은 어제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가 그 세계에서 얻은 것, 그 세계에 두고 온 것으로 인해 자못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러한 경지에 이른 사람은 그날그날 취할 수 있는 기쁨을 취하는 에피쿠로스주의자인 동시에, 어찌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최악의 사태를 직시하고 견뎌내는 힘을 기르는 스토아주의자로서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p.236)
📌 기억 어딘가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있다면,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를 통해 나에게만 있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고 고대부터 많은 이들이 겪고, 생각하고 마주하며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있었음을 알아보길. 그래서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을 알아가길 바란다. 우리가 지나온 인생이 진짜 삶임을 알고 미래로 나아갈 힘을 얻기 위해 샤를 페팽과 함께하길 권한다.
📌 @prunsoop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를 읽고 담은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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