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1 | 42 | 43 | 44 | 45 | 4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자신을 속이지 않는 공부 - 공자부터 정약용까지, 위대한 스승들의 공부법
박희병 엮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필사는 나에게 집중하며 단어와 문장을 읽고 쓰면서 나를 바로 세우는 시간이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꼈던 글도 한자 한자 적어가며 다시 한번 생각하고 선인들의 말을 다시 떠올려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아보게 된다.
유한한 사람의 삶이 몇 대를 거쳐 지나오면서 앞선 이들의 삶에서 엿볼 수 있는 배움은 살아가는 동안 지도가 되고 나침반이 되어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것 같다.

📌 40대에도 배운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 꿈을 꾸게 해주고 배우는 것이 헛되지 않음을 알려주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공부]는 동아시아 학문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학자들과 책에서 공부에 있어 크고 훌륭한 성취를 보여준 분들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공자, 장자, 주자, 왕양명과 같이 중국의 학자들과 이황, 서경덕, 조식, 이이와 최한기 등의 학자들이 어떻게 궁구(窮究)하였는지, 공부를 대하는 자세는 어떠했는지 가르침을 주고 있다.

📌 저자 박희병 선생은 1997년 [선인들의 공부법]의 초판을 내고 이 책을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게 개정해 [자신을 속이지 않는 공부]로 재출간하여 요즘 시대의 사람들에게 실용의 공부가 아닌 무용(無用)의 공부를 제안한다.

『가령 눈 내리는 막막한 벌판에 홀로 서서, ‘나는 누구인가?’,‘나는 어떤 식으로 이 유한한 생을 살아야 옳은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고 문득 스스로에게 절실히 물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그런 공부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p.07)』

📌 [자신을 속이지 않는 공부]를 정해진 시간이 아닌 틈이 나는 대로 책의 전체 내용을 필사하며 배움의 시간을 가져보았는데 재밌게도 선인들의 시대에도 ‘요즘 사람들은’이라는 말이 종종 나오게 된다. 그들의 시선에서도 요즘 사람들은 옛사람과 다른 것을 추구하며 진정한 도를 알아가는 삶을 살지 못했나보다. ‘요즘 사람’인 나는 필사를 하며 그들이 공부를 대하는 삶의 태도와 방식을 보며 그들과 같은 삶을 살아가지는 못하지만 내 삶에서 나의 존엄성을 찾으며 평생에 걸쳐 배우고자하는 열정과 태도를 바르게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계획이 아닌, 조금씩이라도 배워가고 알아가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기 시작했다면 [자신을 속이지 않는 공부]를 통해 필사하며 무용(無用)의 공부를 경험해 볼 것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 창비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를 읽고 담은 리뷰입니다.


#동양고전 #자신을속이지않는공부 #고전필사 #필사책추천 #북스타그램 #박희병 #공자 #대학 #중용 #정자 #주자 #왕양명 #이황 #서경덕 #조식 #이이 #이익 #홍대용 #박지원 #정약용 #김정희 #최한기 #베스트셀러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 -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는가
아누팜 B. 제나.크리스토퍼 워샴 지음, 고현석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우리의 삶은 (선진국의 의료체계가 구축되어 있는 시스템에서는) 병원에서 시작해 병원에서 마무리되어진다. 일생을 거쳐 병원을 방문하거나 의료의 지원을 받는 일이 몇 번이나 될까? 기억하지도, 헤아리지도 못할 만큼 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병원이 과연 우리에게 매번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을까? 요즘같 의료파업이 장기화되는 시기에는 더욱더 우리가 받는 의료적 지원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당연히 병원에 있어야 할 의사가 없어 몇 개월 전부터 예약된 수술이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황당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서는 전공의가 없어 타지역까지 원정을 가야 하는 일도 발생한다.
병원에 따라서는 같은 병을 지닌 환자라도 약의 용량과 사용되는 약의 종류가 달라지는 등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는 병원의 변수들이 우리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건 참으로 두렵기도 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일이기도 하다.

📌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은 하버드 의대에서 보건의료정책을 연구하는 아누팜 B. 제나와 크리스토퍼 워샴 교수가 경제학에서 주로 활용하는 ‘자연실험’ 방법을 통해 대규모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해 흥미롭게 인과관계를 밝혀내고 있다.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은 인위적인 조작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실험을 뜻하며 이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우연에 의해 이뤄지는 과학실험을 말한다.
이 책에서는 의료에서 우연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환자의 건강과 우리 사회의 안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대통령은 과연 더 빨리 늙을까?’, ‘마라톤이 당신의 건강을 위협할 확률은?’, ‘시술을 받지 않은 환자들의 생존률’과 같이 일반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생각해 볼 만한 일들을 이들 괴짜 의사들은 자연실험을 통해 우연에서 파생되는 결과들을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의료시스템과 의사들의 보이는 인지편향, 정치적 성향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남자, 여자, 인종, 나이, 출신학교 등에 따른 의사의 능력 차이 유무에 관한 미국의 특색있는 연구를 흥미롭게 접해볼 수 있었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 신생아 시기에 ‘여름 아이는 겨울엔 건강한데 봄이되면 아프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때는 엄마에게 받은 면역력이 유지되다 점차적으로 면역력이 저하되서 그렇다더라는 말로 이해했었는데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보고 (미국의 2세 이상 영아를 대상으로) 가을에 태어난 아이들이 ‘쉬운 독감 예방접종’ 경로로 인해 상대적으로 다른 계절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독감에 걸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한, 진료를 보기 전 선택하게 되는 의사선생님의 경력과 엄마들 커뮤니티에서 얻은 정보로 병원을 찾는 기준이었던 ‘경력이 많은 선생님’도 의료과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흥미로운 데이터를 보며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당신이 무의식적인 편견과 우연이 어떻게 의사와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복잡한 의료 시스템 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한다면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을 추천한다.
자연 실험과 자연 실험을 만들어내는 조건들에 흥미가 있거나, 우리의 삶의 한 부분이 어떻게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궁금해한다면 이 책을 통해 유연한 사고, 독창적인 관점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 어크로스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를 읽고 담은 리뷰입니다.


#진료차트속에숨은경제학 #아누팜B.제나 #크리스토퍼_워삼 #건강 #하버드의대교수 #경제학자 #의료현장 #논픽션 #의학개선 #우연 #자연실험 #어크로스 #베스트셀러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0개 도시로 읽는 영국사 - 세계를 사로잡은 대중문화 종주국 영국의 도시와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김현수 지음 / 다산초당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에서 보면 킹스맨의 수장인 아서(Atrhur)를 비롯해 갤러해드(Galahad), 랜슬롯(Lancelot), 멀린(Merlin) 등 아서왕 전설의 원탁의 기사들의 이름을 딴 등장인물이 나온다. The suit is a modern gentleman’s armour, and the Kingsman agents are the new knights.(정장은 현대 신사의 갑옷이며, 킹스맨 요원은 신세대의 기사단이다.) 라는 말도 영국의 전설 속 인물과 영국의 문화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영화에서 영국 신사의 품격과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던 기억으로 떠오른다.
내게 영국은 ‘여왕과 신사의 나라’,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손흥민과 박지성의 축구’ 등의 키워드로 떠올리는 언젠가 유럽 여행을 간다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나라이다.
북대서양의 섬나라 영국(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을 여행하기 전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은 무엇일까? 어디를 가야 영국을 제대로 보고 올 수 있을까?

📌 [30개 도시로 읽는 영국사]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네 개의 지역 중 30개 도시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지역별로 첫 번째 언급한 도시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동하며 지역별 특색과 영국의 역사와 정체성,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책을 읽을수록 여행을 가서 좋은 가이드를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 속에는 영국의 문화와 역사적인 건축물의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글과 함께 사진을 보며 실질적으로 영국 여행에서 베테랑 가이드가 그 장소를 소개하며 과거의 영국과 현재의 영국의 연결점을 계속 이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도시의 특성 중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다양한 축구 리그 중 우리 선수들이 활약했거나 활약 중인 FC들을 소개할 때 ‘아~ 여기가 거기구나.’하며 지역을 찾아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영국이란 나라의 역사는 이렇게 보존되고 문화재로, 관광지로 세계적 관심이 끊이질 않는데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개발이라는 이유로 많이 훼손되고 지켜지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30개 도시로 읽는 영국사]를 통해 우리도 전국의 문화재와 역사, 지역적 특색과 같은 것을 이렇게 맛깔나고 흥미롭게 펼쳐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작가 김현수 (단국대 명예) 교수는 19세기 영국 외교사를 심층적으로 연구하여 일반인들이 민주주의와 외교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역사적 맥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저서와 수십편의 논문을 발표했던 영국 전문가이다. 그 전문가의 눈으로 [30개 도시로 읽는 영국사]에서는 영국 도시들을 되새겨보며 색다른 경험을 토대로 영국의 핵심도시를 뽑아 흥미롭게 여행코스를 구성해 풀어가고 있다.

영국이라는 나라를 여행하기 전 가고 싶은 도시가 정해진다면 [30개 도시로 읽는 영국사]를 읽고 도시의 역사와 문화,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 건축, 문화, 예술과 같은 흥미로운 것들을 미리 알고 간다면,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단, 영국의 맛집 이야기는 수록되지 않았음을 스포해 본다.^^


📌 다산콘텐츠그룹으로부터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를 읽고 담은 리뷰입니다.


#30개도시로읽는영국사 #영국사 #도시이야기 #잉글랜드 #북아일랜드 #스코트랜드 #웨일즈 #영국 #김현수 #다산콘텐츠그룹 #베스트셀러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회용 지구에 관한 9가지 질문 - 기후위기와 인류세의 종말
정종수 지음 / 플루토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1일 1카페인 충전을 위해 스텐X 텀블러를 구입, 새 폰을 샀으니 폰케이스와 그립톡은 필수, 테블릿과 책을 넣어 다니기 안성맞춤인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의 새로 산 에코백, 가벼운 점심은 위생적으로 앙증맞은 개별 일회용기에 담긴 Take-out 샐러드, 바쁜 하루를 보낸 뒤 저녁은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고, 칙칙한 피부를 촉촉하게 해 줄 마스크팩 한 장을 붙이고 나면 오늘 하루 나는 지구에게 몇 g의 쓰레기를 버리게 될까?

매일 가득 찬 분리수거함을 볼 때마다 ‘우와 이게 다 어디로 가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귀찮아서’, ‘예뻐서’, ‘유행하니까’라는 여러 가지 이유들로 매일 언젠가 쓰레기가 될 그것들을 사용한다. 어쩌다 한 번씩 뉴스나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저 재난이 나에게도 닥치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두려워하며 “내일부터 실천해야지.”하며 각오를 다지지만 우리가 하는 실천이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 [일회용 지구에 관한 9가지 질문]-기후위기와 인류세의 종말에서는 인류로 인한 지구온난화 및 생태계 침범을 특징으로 하는 현재의 지질학적 시기에 기후와 환경 문제를 깊이 분석하고 해결책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인류의 기후위기 해결, 플라스틱 폐기물, 환경과 생태계의 회복, 대기오염과 미세먼지의 원인, 환경문제 해결의 발자취, 친환경 에너지, 원자력발전의 재조명, 환경을 위한 다양한 방안, 가까운 미래에 대한 상상에 대한 9가지의 질문을 만렙 과학자 특유의 분석을 통해 흥미롭게 소개해준다.

[일회용 지구에 관한 9가지 질문]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배출하는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이유가 ‘너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것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텀블러와 에코백이 오히려 ‘리바운드 효과’로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 축산업과 GMO, 유기농 농업과 같이 환경과 먹거리를 통한 건강을 생각할 때 어떤 것들을 생각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었고, 대기오염과 오존 주의보, 실내먼지와 같이 일상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었던 민감한 환경 오염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과 현실적인 문제, 원자력이라는 무시무시한 대안에 대해 과학적 여부를 떠나 인간에게 정말 무해한지 의문이 들면서도 화학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음에 놀라고, 정부와 기업, 국제사회의 윤리적이고 책임감있는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저자 정종수 KIST 책임연구원은 우리 아이들이 인류세의 종말을 겪지 않도록 하는 꿈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노력은 혼자만의 실천이 아니라 우리에게 지구의 자연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인지하여 개개인과 정부, 기업, 범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비하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전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준다.
환경과 지구, 미래의 친환경 산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과 지구와 내 삶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일회용 지구에 관한 9가지 질문]을 통해 우리가 나아갈 길을 고민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인간은 자연 없이는 존재할 수 없지만, 자연은 인간이 없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인간의 활동으로 수많은 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고, 도도새처럼 과거에 이미 멸종한 종도 많습니다. 기나긴 지구 역사에서 보면 인류의 멸종은 단지 하나의 사건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평균온도가 6℃ 상승하면 인류는 종말을 맞이할지 모르지만, 지구에서는 새로운 생태계를 이룬 여러 종이 계속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p.81)


📌 플루토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를 읽고 담은 리뷰입니다.


#일회용지구에관한9가지질문 #기후위기와인류세의종말 #정종수 #플루토 #일회용 #환경오염 #기후위기 #플라스틱 #일회용품 #생태계 #대기오염 #미세먼지 #친환경에너지 #원자력발전 #베스트셀러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
샤를 페팽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무빙워크를 타고 마트 1층을 내려가면 어김없이 맡게 되는 번 냄새. 그 냄새를 맡으면 ‘로티보이’라는 가게에서 빵 나오는 시간을 알리는 달콤한 순간이 떠오른다. 그 기억의 이끌림을 따라 구입한 빵은 그 때의 맛은 아니지만, 그 냄새만큼은 처음 먹었던 번의 맛을 떠올리게 한다. 언제인지 떠올려지지 않았던 일들이 냄새, 장소, 소리, 분위기에 따라 급작스럽게 눈앞에서 벌어지듯 생생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가끔은 그런 기억들로 인해 상처받고, 혼란스러움을 겪기도 한다.

나의 기억 속 아픈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내 의지가 아닌 누군가의 억압이나, 모략, 반대로 인한 갈등이 있을 때였다. 힘이 비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무시하거나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월등한 힘의 격차가 있을 땐 좌절과 실망, 때론 분노로 인해 내 자신이 모멸감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 때의 기억은 대부분 잊어버리거나 무시하려고 하지만, 기억이란건 내가 원하지 않을 때 불쑥 찾아와 다시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기억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버둥거리지만 때때로 기분이나 행동이 기억에 잠식되서 힘들어 했던 경험이 있다. 과거의 기억들은 왜 원하지 않을 때 찾아와 우리의 삶을 흔드는 것일까?

📌 샤를 페팽은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를 통해 과거와 잘 지내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우는 방법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 방법을 배우기 위해 우리 자신을 좀 더 잘 알고 이해하고, 우리가 물려받은 것을 파악하며, 과거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고대의 지혜를 재발견한다. 니체, 앙리 베르그송, 한나 아렌트와 같은 철학자들의 사유를 뇌과학과 더불어 살펴보고, 기억이 행복에 얼마나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고 예술가들의 재능과 신경과학의 상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에서 과거를 끊임없이 돛을 부풀리는 범선에 비유한다. 이 범선이 방향을 잘 잡아 순풍을 타는 요령을 3부에 걸쳐 자신의 경험과 사례들을 들며 철학적 사고로 풀어내고 있다.

📌 1부에서는 우리의 기억과 관련된 과거의 단편이 어떻게 저장되어지고 일화기억, 의미기억, 절차기억, 작업기억, 감각기억에 대한 내용과 그것들이 합쳐져 우리의 개인사에 어떻게 영속적인 작용을 하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2부는 과거와 마주함에 있어 정체성의 전제조건인 기억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사이좋게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함을 이야기한다. 과거를 잊기 위한 알콜의 의존하거나 기억을 삭제하기 위해 회피하려는 노력은 불가능한 것이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똑같은 실패를 겪을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3부에서 과거의 자신을 열어놓고 자신의 개인사를 포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도약할 수 있음을 수용의 시간, 행동의 시간, 나침반이 되어주는 쾌감, 생의 움직임, 원동력이 되어주는 너그러움을 통해 베르그송적 방법으로 정의하고, 망각과 애도에 대해 말한다.

추억 자체는 발목을 잡은 요소가 아니다. 우리의 전진을 방해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된 세계관, 인생관, 흑은 자아관이다. (p.165)

아름다운 것들을 기억하는 것은 일종의 시간 횡단이다. 아름다운 추억들이 다시 현존한다. 심지어 되찾은 느낌 속에서도, 마치 전에 없었던 것처럼 현존한다. (p.194)

과거와 함께 사는 묘를 터득한 사람은 어제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가 그 세계에서 얻은 것, 그 세계에 두고 온 것으로 인해 자못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러한 경지에 이른 사람은 그날그날 취할 수 있는 기쁨을 취하는 에피쿠로스주의자인 동시에, 어찌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최악의 사태를 직시하고 견뎌내는 힘을 기르는 스토아주의자로서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p.236)

📌 기억 어딘가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있다면,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를 통해 나에게만 있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고 고대부터 많은 이들이 겪고, 생각하고 마주하며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있었음을 알아보길. 그래서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을 알아가길 바란다. 우리가 지나온 인생이 진짜 삶임을 알고 미래로 나아갈 힘을 얻기 위해 샤를 페팽과 함께하길 권한다.


📌 @prunsoop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를 읽고 담은 리뷰입니다.


#삶은어제가있어빛난다 #샤를페팽 #이세진 #푸른숲 #철학신간 #과거 #현재 #미래 #행복 #철학 #프랑스철학자 #베스트셀러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1 | 42 | 43 | 44 | 45 | 4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