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작을 먼저 읽고 딸애와 함께 영화를 봤는데, 개인적으론 영화보다는 책이 더 재밌었다. 영화는 좀 늘어진다고 해야하나. 책속의 마크 와트니는 당장 그 척박한 땅에서 지구로의 귀환을 목표로 삼아서 그런지, 뭔가를 하느냐고 정신없이 움직이는데 반해, 영화 속 마트 와트니는 곧 죽음을 맞이할 것처럼 축 쳐진 모습이 자주 보였다. 책속의 낙천적인 와트니캐릭터와 겹치지 않는 모습.

 

물론 책속의 마크 와트니도 이것저것 해보다가 기계가 팡팡 터져,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터트리곤 하지만, 쉴 새 없이 떠드는 일인칭 시점이다 보니 좀처럼 가라앉은 와트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희안한 게 한정된 장소, 한정된 일인 등장임에도 불구하고 화성에서 전개되는 에피소드들은 지구에서 와트니를 구하려고 움직이는 나사나 제트연구소 장면들보다 더 흥미롭다. 게다가 온갖 과학적 서술로 잘난 척할 만한데, 그게 밉지도 않고, 일단 살려는 의지가 대단한 거니깐, 독자인 나는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와트니의 말과 움직임에 주시하게 된다.

 

2. 마크 와트니의 생존은 불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놀라운 과학적 지식이 화성의  실생활에 적용, 활용, 작동되는 것을 보면, 불가능이 가능한 일인 것처럼 설득되어 진다. 읽으면서도 진짜 이게 가능해? 물론 나사가 탐사선을 보내긴 했지만, 위성은 아직 아냐? 이런 물음이 끊임엇이 솟아났지만, 그래, 이건 소설이지. 인간의 상상력으로 뭔들인들 못하겠어.....작가는 어떤 계기로 이런 소설적 소재와 동기가 나오게 된 건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시절, 로빈슨 크로소를 읽고 화성판 로빈슨 크로소를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한 것일까?

 

3. 작가의 과학적 실제적 지식은 뛰어나다. 그리고 그 실제적 지식을 응용한 상상력은 더 뛰어나다. 그의 이런 상상력이 부럽다. 단순한 상상력이 아닌 과학적 지식을 기반을 한 것이기에 놀랍기도 하고 부러운 것이다. 그의 과학적 서술은 내가 읽은 과학책의 설명과 일치한다. 다른 SF소설가들처럼 과학지식을 본인들 편의대로 왜곡하지도 않는다. 화성에서의 삶은 불가능(당연하지, 스키아팔레리까지 3200킬로미터, 3200킬로미터가 추상적으로 다가와서 그렇지, 3200이면 한반도를 한번 반 왔다가야하는 길이임) 하지만, 그가 화성에서 적용한 과학적 지식은 현대 과학의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4. 영화 <마션>를 보는 즐거움중의 하나는 책속에서 설명한 에어로크나 로버의 모습을 재현해내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에어로크나 로버의 모습을 상상하긴 하지만, 이 짦은 상상력으로는 머리속에 작가가 말하는 장비들이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니 사물을 실제를 본 느낌이다. 아래 장면은 화성탐사 우주선 헤르메스호인데, 헤르메스호에 달린 둥그런 원은 인공중력을 만들어 내는 장비이다. 워낙 책은 와트니가 주라, 헤르메스호의 모습은 상상도 안 했는데, 영화에서 헤르메스르 보니, 비록 컴퓨터 그래픽이겠지만 멋있었다. 인공중력덕분에 우주인들이 통로에서는 떠 다니지만, 다른 장소에는 운동머쉰으로 달리기도 하고 조정석에 앉아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5. 이런 영화들이나 미국의 과학 기술을 보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엄청 떨어져 있다는 것 새삼 느낀다. 휴대폰 천만대 팔리고 자동차 몇 백만대 팔리고 와이파이가 어디에서나 되고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는 것하고 다르다. IT강국이 과학기술의 강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걸, 뭔가 단단하지 않고 붕 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6. 누군가는 단 한사람을 구하기 위해 천문학적 돈을 들여 그를 데려 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따질 수 있겠다. 저런 불가능한 일이 현실이 된다면, 과연 그를 데려올까?

 

7. 영화와 책을 보고 읽을 땐 참 할말이 많았는데,,,, 갑자기 글로 쓰려니, 이상하게 안 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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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0-13 21:23   좋아요 0 | URL
최근에 본 영화의 리뷰를 읽는 즐거움!^^
전 책은 읽지 않고 영화만 봤는데 그래서 그런지 영화속의 마크 와트니를 보면서 정말 낙천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인터스텔라에 비해 이해가 쉬워서 좋다는 생각도 했고, 기억의 집님도 위에 쓰셨지만 상상력은 아무것도 없는데서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도 새삼 확인했고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기억의집 2015-10-14 14:19   좋아요 0 | URL
책은 더 낙천적이였어요. 큰 일 닥친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요~ 영화에서 와트니가 급우울한 모습보니, 책에서는 저런 면이 안 그려졌지만, 저렇게 넋다운 되겠지 싶었어요!! 저는 인터스텔라는 못 봤어요. 구글영화에서 사기만 하고 봐야지 하면서도 못 봤어요. 사실 저는 영화보는 거 별론데, 딸애가 하도 가서 영화보자고 해서,,,, 끌려갔어요^^
작가의 상상력 대단한 것 같아요. 어쩌다가 저런 동기를 생각해낼 걸까요? 대부분의 sf 작가들이 다른 행성에 이주한다는 설정은 있어도, 저렇게 다른 행성에서 혼자 살아남았다라는 설정은 참.... 이 양반이 첨 아닌가 싶어요.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