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지 제법 된 소설인데,  <오베라는남자>의 결말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나의 소설적 취향은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쪽 성향이 강해서, 사건보다 에피소드성 이야기가 주를 이룬 이 소설이 최고다라고 말할 수 없지만, 작가의 문장만은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잘 써진 따스한 소설이었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익숙한 에피소드성 이야기들은 예전에 발행된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수록된 이야기들과 비슷해 보였다. 까칠하지만 세상을 따스하게 포옹하려던 한 남자의 이야기. 지루할 틈 없이 없이 페이지는 넘어갔디만, 이 소설의 마지막은 좀 애매모호했다. 작가가 오베를 어떻게 처리한 것인지, 자연사인지 자살인지, 오베 할아범의 결말이 이해가 안 간다. 70도 안 되서 죽은 거 아닌가, 아무리 읽어봐도 그런 것 같은데, 요즘 같은 백세 시대에 육십대에 사망처리는 좀..아니지 않나하는, 결말이 씁쓸한 뒷맛이었다고 할까, 여튼 개운치않았다.

 

작가는 왜 그를 죽음으로 결말을 냈을까?  까칠하고 까탈스런 오베의 2부를 보여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블로그에 연재된 소설이라 그다지 작가적 의무같은 것 없었을텐데, 오베의 이른 죽음과 함께 떠오른 생각이,

 

요즘은 어딜 가나 백세 시대라는 말을 실감한다. 근처 동네를 돌아다녀봐도, 시내를 나가봐도, 지하철에서도 어디든 노인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동네 놀이터에 어린아이들 목소리가 드문드문 들릴 정도로 어린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보기 힘들다(우리 집 뒤가 놀이터라 처음 이사왔을 때 걱정했는데, 한두시간 정도 빼고는 하루종일 조용하다).

 

그래서 나는 요즘 우리 시대가, 우리 사회가 무섭다. 솔직히 늘어나는 노인 인구 시대가 무서운 것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젊은 인구가 늘어나야 하는데, 젊은 인구는 어느 순간 절벽을 치닫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심지어 내가 사는 서울 변두리 초등학교 한 곳은 폐교한다는 말이 작년부터 들린다. 입학하는 아이들의 수가 적어지고 있어서다(인근 초등학교로 분산배치해도 될만큼). 그 근처 초등학교 다녔던 우리 둘째가 초등학교의 인원수만 해도 학급수 6개에 한반에 22명 많아야 24명정도였다.  올 6학년들은 더 심해서 학급수 4개에 22,23명정도 한다고 한다. 분산배치해도 교실이 심하게 남아 돌 정도다. 서울 변두리, 인구 천만이 산다는 서울에서, 사람들이 몰려 산다는 동네가 이 정도면, 대부분의 서울 변두리 동네에서도 이런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시골에 애들이 없어 폐교한다는 게 일이십년 전 이야기 같았는데, 지금 우리 대한국민 천만의 서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니.

 

아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노인인구만 늘어나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까? 노인들을 위한 나라! 나도 늙어가는 처지라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왜 이렇게 되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세상이 점점 살기 좋아야 되는데, 살기 힘들어서다.

 

나도 자식 키우는 입장이지만,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라면, 우리 애들에게 자식 낳고 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최저시급은 끽해야 6천원 정도지, 정부는 법적 은퇴연령 60세라고 하더니만,  노동개혁 한답시고 정규직 없애고 고용자 해고 쉽게 하자고 몰아부치는데, 이런 사회에 누가 애를 낳아 키우라고 할까. 메르스로 인해 삼성병원 의사도 대부분이 계약직 의사와 간호사들이라고 밝혀진 현 시점에서. 배울만큼 배우고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조차 계약직인 마당에.

 

내가 올해 뭔 바람이 들어 알바해보니, 알바한 돈으론 생활이 도저히 안된다. 그냥 용돈 정도. 어린이집 보조 교사 알바도 한달 사십이 안 되고, 포장 알바도 가장 바쁠 때 사람 쓰는 거라 50,60정도. 그나마 남편이 정규직이니, 단순 알바로 틈틈히 나가 일할 수 있기나 하지. 만약에 생활이 너무 힘들어 하루종일 일하는 사람의 경우도 아줌마인 나같은 경우는 끽해야 백오십, 젊은 아이들같은 경우는 이백! 지금도 이렇게 불안정하고 힘든데, 노동개혁한답시고 법제화 되면, 우리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일까. 대부분의 국민들이 최소한의 월급으로 근근히 살아가야할텐데. 그렇다면 자영업 ? 자영업은 포화상태인지라, 서로 뜯어먹고 나눠먹는 상황이라 큰 돈을 만지기는 힘든 시대다. 지인이 편의점을 운영하는데, 부부가 많이 벌어야 삼백이라 한다. 한다리 건너 있는 게 편의점이다 보니, 수입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을 한다(뉴스에선 그나마 편의점이 장사 잘 된다고 보도되는 마당에).

 

정부가 추진하려고 밀어부치는 노동개혁은 노동 개혁이 아니라 노동탄압이다. 나라 망하는 지름길이지 싶다. 이런 나라에서 무슨 애를 낳고 애를 키우라는건지. 경상도는 애들 밥그릇도 거둬들이며 복지는 빨갱이라고 떠들이 있는 이 나라에서. 그래서 무섭다는 거다. 점점 노인들만, 노인들을 위한 나라가 되는 대한민국이 될까봐서. 피리 부는 사나이가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이 나라에서 애들이 사라지는 피리 소리가 들리는데도, 귀 막고 괜찮다는 정치인들.  노인인구가 천만이 넘는다는 일본의 모습이 다가올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무섭고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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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9-2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찡하게 다가오네요!
애들 밥그릇 찾으러 나갔다가 학부형들 죄다 종북소리 듣고 정말 기가 차더이다.
노인들을 위한 나라!!
일부는 부모님들이 피땀 흘려 받는 돈인 듯해도 당신들은 복지로 받는 돈이라고 너무 감사해 하시며 무조건 1번만 찍는 나라!
아이들을 위한 복지보다 당신들 복지가 우선이어 안면몰수 1번만 찍는 나라!
아이들이 장차 짊어질
노인을 부양할 세금 무게를 어찌 감당할지~~참 안쓰럽습니다ㅜ

기억의집 2015-09-25 11: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제가 자식 키우다보니, 지금 한국이 절망적이다란 생각이 들어요. 울 남편이 한국은 이제 끝이다란 말을 했을 때 그 말이 그렇게 싫어서 뭔 소리냐고 했는데, 나날이 한국에 사는 삶이 절망적이구나 싶어요....

예전에 시골에 폐교뉴스 나올 때만해도 그렇구나 했었는데, 인구 천만의 서울이, 그것도 인구밀집 지역인 변두리에서 폐교 소리가 나오니깐 맘이 참 무겁더라구요. 주변을 둘러봐도 애가 없어요. 애가.... 진짜 우리나라 노인만 복지를 떠들게 아니고 출산 장려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지원해줘야하는데, 참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네요.

나무님은 집에서 명절 보내시죠. 저는 저녁때 가려고요. 애들이 학원이 있어서... 명절 잘 보내세요. 이제 나이가 드니 명절증후군도 없어지네요. 하핫.

책읽는나무 2015-09-25 18:42   좋아요 0 | URL
명절증후군이 없어지시다니?? 달인이 되셨군요?^^
저는 아까 친구랑 제사장을 후닥닥 보고 추어탕 먹고 팥빙수 먹고 원기충전 했어요
이제 내일 열심히 시작해봐야겠죠?^^

집에서 하니 왔다,갔다 안하고 이런 여유 부릴 수있어 좋네요
기억님은 귀성길 차 안막히고 슝~~잘 다녀오시길 기도하겠습니다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