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젠가 그그저껜가 알라딘 들어와 화제의 서재글 흝어보다 미국에서 입만 가지고 다니는 우리 나라 남자에 대한 분노 페이퍼를 읽었는데, 뭐랄까, 난 이분이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분이라 한국 남자들의 비뚤어진 보수성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남녀 평등의 현실을 외국과 비교해서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기혼자가 아닌 미혼자이기에 한국 남자의 가사 경험이 한정되어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며칠 전에 우리 나라 근로자들의 50%가 이백만원 이하라는 통계가 기사로 나왔다. 주변을 봐도 소득 이백 이하인 사람들이 많아 어느 정도는 그려려니 했는데, 막상 50%라니 하니 우리 나라 근로현실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내가 이 통계에 빗대어 말하고 싶은 것은 한 사람의 소득이 적다 보니 사실 주변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 가정이고, 한국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주변 지인들을 봐도 일 끝나면 시장 봐서 애들 먹을 거 사와 옷 대충 갈아입고 밥 하고 반찬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고 일상의 (고된) 풍경이니 말이다.

 

누군 고된 몸을 이끌고 회사 갔다와서 퍼질러 쉬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낮에 살뜰히 챙겨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밥을 지어야하는 현실을 지켜보는 입방에서 서글프기까지 할 때가 있다. 뭐 다 그렇게 사는 거지 싶다가도.. 나의 언니가, 나의 지인이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안스러울  정도로 가슴이 막힐 때가 많다. 맞벌이라 남편이 많이 도와준다고 하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같이 일 다니고 퇴근해도 남자가 자기 자식 먹일려고 전적으로 가사 노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니 오롯히 가사 노동은 엄마의 몫이다. 일단 우리 나라에서 가사노동은 여자의 역활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그렇게 키워졌다는 데 한 몫을 했겠지만.

 

우리 나라 남자들이 가사 노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이유중 하나가 음식 하나 만들어 먹을려고 해도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움에 있다. 된장찌개 하나 끓여 먹을려고 해도 감자 깍고 썰고 양파 썰고 등등. 주방에 들어와 음식을 만들지 모른다는 것이 가사 노동을 등한시 하는 주요 원인중 하나인데,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마트에서 사는 인스탄트 음식도 거부하지 않고 그냥 사서 같이 먹는다. 게다가 나는 우리 아들(혹은 딸)에게 언제나 음식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인스탄트 음식도 해서 직접 먹으라고 한다. 렌지에 이분이면 데워 먹을 수 있는 햇반도 사다 놓고 베이컨이나 소시지을 사다 놓거나 어떨 때 마트에서 파는 즉석에서 소스 뿌려 먹을 수 있는 야채도 사다 놓고 해 먹으라고 한다.

 

지금이야 엄마로서 살림하는 입장이기에, 된장찌개나 순두부찌개같은 음식들은 내가 해서 먹지만, 아이들에게 먹고 싶으면 누군가 해 달라고 하는 게 아니고, 마트에서 파는 된장찌개나 순두부 찌개같은, 인스탄트 음식 사서 먹으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인스탄트 음식의 유해성에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 나라 음식이 잔손이 많이 가서 남자가 못 해 먹는다면, 동영상의 영국남자처럼 인스탄트 음식이라도 해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즘 신혼 부부의 불만중 하나가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자기 아들 아침은 꼭 챙겨주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한다는데, 솔직이 이건 아니다.

 

요즘 세상에 맞벌이 하는 부부가 대세고 서로 바쁜 게 대부분인데, 꼭 누구 한쪽이 한쪽을 챙겨줘야 하나?  아침밥 먹고 다니면 좋은 거지만, 요즘 세상 천지에 널린 게 편의점이고 음식점인데, 편의점에서 김밥 한 줄 사 먹을 수 있고 회사 근처 트럭에서 토스트라도 사서 간단하게 떼울 수 있는, 먹거리가 널린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여자만 가사 노동을 전적으로 해야하는 시대는 지났다. 같이 돈 버는 건 좋고, 살림은 여자가 더 많이 해야한다는 전통적인 사고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이제 좀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생활 습관은 시대에 맞춰 변해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우리 나라가 여전히 유교문화권이고 제사 관습이 있다보니, 본인들 제사들 지낼 줄 아들만 위하는 부모들 많은데, 요즘 끽해야 자식 한 둘 낳는 세상이고 딸 하나만으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귀하게 자란 딸들이 자기 자식한테 희생하며 살길 바라는 부모 마음은 버려도 된다.

 

다 큰 자식 뭘 해먹던 말던, 본인이 좋아 음식을 정성껏 차리면 더 좋고 아니면 인스탄트 음식이라도 해 먹을 줄 알아야 하는 자식 혹은 아들로 키워야 한다. 아들들. 어디 가서 그게 국내든 해외든 입만 가지고 다니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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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5-13 12:33   좋아요 0 | URL
저는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가 가사를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인 분업이라고 생각하지만, 맞벌이라면, 가사는 반반씩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가치관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대원칙에 동의한다면, 그 나머지는 타협의 문제이지요.

저는 중학교 때, (아니면 고등학교 때) 집에 밥이 없어 식사를 못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집에 쌀이 없냐, 너는 손이 없냐 네가 밥을 해먹으면 될 것 아니냐"라고 말씀하셨고, 바로 밥짓는 법을 익혔죠. 그 당시 5가족 중 제가 가장 늦게 밥짓는 법을 배웠습니다.

L****님께도 말씀드렸지만, 남녀평등에 있어 저는 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인스탄트 음식을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먹는 사람이 결정할 문제이고요.

기억의집 2014-05-15 10:53   좋아요 0 | URL
다들 맞벌이면 남자도 같이 가사노동 해야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현실은 전혀 아니잖아요. 아무래도 여자들이 가사 노동을 더 많이 해요. 제 주변 엄마들 다들 일 갔다와서 집안일하고 애들 챙겨요.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마립간님처럼 그런 건 생각 안 하고 여자들 너희들은 밖에서 육체노동 안 하잖아,,,,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마립간님이 놓친 것 중 하나가 여자들 임금이 그렇게 세지 않아요. 고임금이면 여자가 충분히 가장의 역활을 할 수 있지만 제가 중하층권에 속해서 그런지 제 주변 엄마들이나 지인들 보면 이백 받는 것도 많은 걸요..==;;

남녀 평등에서 여자의 역활만 중요한 게 아니고 남성의 역활 또한 중요해요. 실제 지금 현재의 여성역활도 좌파정권때 위상을 많이 올려준 것이거든요. 여자들이 전문직으로 많이 진출하게 된 것도 그 때부터고.

저의 요지는 인스탄트 음식이라도 해 먹으란 말이예요. 앉아서 누가 해 주길 기다리지 말고요...우리 나란 정말 남자가 떠 받으러지는 사회예요. 저는 여자로서 그걸 얼마나 뼈져리게 느끼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울 아들이 여동생한테 라면 끓이라고 시키면 뭐라해요. 그리고 제 딸한테도 하지 말라하고요. 저의 요지는 직접 알아서 해 먹으라는 게 제 글의 요지였어요^^

마립간 2014-05-15 12:15   좋아요 0 | URL
막상 현실은 아닌 것에 동감하며, 저도 반성하며 노력해 보죠.

대체적인 내용은 이견이 없는 듯하고 해결책의 강조점 차이 정도로 이해하겠습니다. (지적하신 내용은 예전에 가을산님과 나눴던 것들이 포함되어 있네요.) 제 딸은 더 나은 세상에 살기를 기대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