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병원에 다녀올 일이 있어 병원에 갔다가 웅웅소리가 요란한 MRI실 옆을 지나 가는데, 문앞에 자기장주의라고 붙여져 있는 글을 보았다. 요즘 틈틈히 읽고 있는 책이 <모든 것을 바꾼 사람 맥스웰>이라는, 아인슈타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전자기장을 통합한 사람의 전기를 읽고 있던 차라, 자기장주의라는 글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 MRI는 자기장을 이용해 촬영하는구나. 자기장이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도 대단하지만 그 자기장을 이용해 의료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다니,  정말 세상에는 뛰는 놈위에 나는 놈 있구나, 싶었다. 웅웅거리는 소음을 뒤로 하며 맥스웰의 전기를 읽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자기장주의라는 글자는 무시하고 지나쳤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볼일을 보러 황급히 그 곳을 빠져나왔다.

 

MRI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폴 로터버였다. 

MRI의 기반이 되는 물리 원리는 사실 1940년대에 발견되었다. 원자가 자기장내에 놓으면 원자는 진동을 하기 시작한다. 이를 핵자기공명이라고 부른다. 원자가 진동하는 정도는 그 원자의 종류와 자기장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 자기장에 충분한 원자들이 놓이면 그것들은 모두 동시에 공명하는데, 우리는 이 진동을 무선 안테나를 통해 잡아낼 수 있다. 1970년대에 폴 로터버가 혁신적인 생각을 해내기 전까지 모든 화학자들은 화학물질을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핵자기공명법을 이용했다. 폴 로버터는 천연 단백질의 NMR스펙트럼 연구를 전문분야로 했던 화학자였다. p54

 

MRI를 발명한 폴 로터버는 2003년에 노벨상을 탔고 그의 발명 덕에 놀라우리만큼 의료기술이 발전되었다는 것 특히나 자가공명영상촬영법이라 불리우는 MRI 덕분에 우리는 인간의 뇌에 대한 대부분의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MRI 기계가 현대 의학 발전에 이루낸 업적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과학 서적을 읽다보면 뜻하는 않는 원리나 결과에서 커다란 도약을 이뤄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사물을 다른 방식으로 보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해야 하나, 아니면 원리의 통찰력이 뛰어나다고 해야하나. 원 가치의 능력 그 이상을 용케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고, 세상을 뒤 엎을 원리나 이론을 만들었다고 해도 더 넓은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잠재적인 능력을 알아채지 못하는 이론가들 또한 숱하게 많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E=MC2는 에너지 방정식이지만, 아인슈타인조차도 그 방정식으로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나의 원자핵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너무 작은 양이어서 현실적으로 커다란 에너지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사람이 있다. 원자 물리학자 레오 실라르드가 원자폭탄의 구현방법을 아인슈타인의 방정식E=MC2 에서 알아 낸 것이다. 하나의 원자핵이 붕괴되면서 인근의 다른 원자핵을 순차적으로 붕괴시키는 연쇄반응을 이용하면, 우라늄 원자핵 하나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수조배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방정식은 아인슈타인이 만들었지만, 그 방정식에서 원폭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챈 사람은 아인슈타인이 아니고 그의 동료인 실라르드였고 원폭의 폭발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그들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시뮬레이션도 없던 시절이라, 그들은 머리속에서 원폭의 파괴력을 추상적으로 시뮬레이션 했을 것이다.

 

그 이상의 가치를 모르고 하나의 틀(그게 원리든 이론이든지 간에)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있고 그 틀에서 뭔가 다른 것을 볼 수 있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들로 인해 우리의 문명은 양면성을 가지게 되었다. 편리성과 파괴력. 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생활의 편리와 안락을 가져다 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환경오염과 같은 파괴력 말이다(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원전같이 많은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지만, 우라늄을 쓰고 난 후의 폐기물또한 우리 인간에게 물려주는 것 처럼 말이다).

 

방정식이나 원리 혹은 이론을 만들었던 사람들조차 그 발견이 어떻게 진행되고 사용될 것이라는 미래예측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단지 그 원리에서 더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과학자들이나

그것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보다 더 긍정적인 가치로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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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6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2-05-16 22:57   좋아요 0 | URL
제가 검진 받은 것이 아니고 볼일이 있어 다녀 온 것이었어요.
이번에 건강검진 하라고 나왔지요. 희망님하고 나랑 동갑이니 나왔을 것 같은데. 저는 6월까지 하라고 하던데... 할까 생각중이에요. 8월에 검사가 잇거든요^^

희망으로 2012-05-19 22: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런데 원래 그해 12월까지 검진하는거 아니었나요.
전 하지 말까 생각중인데요^^

scott 2012-05-26 18:10   좋아요 0 | URL
숫자,수치, 공식에 둔감해서 이런 법칙,방정식을 고안하고 알아낸 이들을 알게 되면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어요.
원리나 결과에 멈추지 않고 그너머, 한단계 도약하는 이들은 통찰력으로 사물과 원리를 파악해낸것이겠죠.
아마 기초과학,수학의 탄탄함이 빚어낸 산물인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2-05-29 21:18   좋아요 0 | URL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딱 스캇님 말이예요. 한단계 도약하는 통찰력~
이런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저 요즘 테드 찾아 보는데, 서구 과학자들은 한단계 이상 넘어가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휴, 놀라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