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41세였던 그의 어머니는 유방암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카터에 따르면, "M"의 가슴에서 응어리가 처음 발견된 것은 14년 전이었지만, 한동안은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그러다가 7년이 지난 뒤에 자라기 시작하여 만성적인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M은 3년이나 더 버티다가 결국 런던으로 와서 전문가 - 바로 헨리 그레이의 스승이며 저명한 의사인 벤저민 브로디였다- 에게 진단을 받고 마침내 병명을 알게 되었다. -p274
오늘 아침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지하철에서 <해부학자>를 읽는 동안 이 대목을 읽다가 한가지 의문을 갖게 되었는데, 그건 암세포가 정상세포를 잡아먹는데, 어떻게 이렇게 오래동안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암세포의 속성은 무한증식이다. 세포 또한 삶과 죽음이 있는데, 우리 몸의 정상적인 세포는 자신의 삶을 다하면 죽음으로 사라진다. 죽지 않고 계속 증식하는 삶을 사는 돌연변이 세포가 바로 암세포인 것이다. 일단 우리 몸에 암세포가 발생하면, 그 기관을 잘라내지 않는 한 암세포는 죽지 않고 계속해서 증식해 나간다. 이때 치료의 아이러니가 발생하는데,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암세포를 계속 건드리면 암세포는 그 전의 속도보다 더 빨리 증식하기 시작한다. 물론 내 몸의 결절을 발견하고 그 결절이 암세포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할 경우조차, 자신을 건드렸다는 이유만으로 놀라우리만치 빨리 증식한다는 것이다.
결국 저 위의 인용구의 말은 암세포가 증식하지 않고 유방에만 존재했다는 것이며, 헨리 카터의 어머니인 M의 암세포가 달팽이보다 더 느릿느릿하게 움직였다는 말밖에 안된다. 나이가 들면(노화가 되면), 암세포의 속도가 늦쳐진다고 하지만, 젊었을 때 걸린 유방암의 세포가 수십년 간 다른 곳에 전이되지 않을 정도로 진행이 늦춰졌다는 것은 입이 딱 벌어질만큼 놀랍다.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람!
반면에 헨리에타 랙스의 암세포는 급속하게 증식하였다. 그녀가 자궁경부암으로 입원하고 몇달만에 사망했을 정도로 그녀의 암세포는 미친 속도로 그녀의 몸 곳곳에 퍼져 나갔다.
정신 없이 전이 되었다고 하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암세포의 죽음은 사람의 죽음과 동시에 진행된다. 하지만 헨리에타의 암세포는 그녀가 죽어도 살아 무한증식했다. 그래서 영원불멸의 삶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녀의 죽지 않는 암세포는 현대 의학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되었는데, 그녀가 죽은 50년대 만해도 실험용 세포가 금새 죽어 세포를 증식하는데 많은 시간을 실험보다다 더 많이 허비해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헨리에타라는 죽지 않은 세포가 발견된 것이다. 그녀가 죽은 날 저녁 그녀의 세포는 실험실에 배달되었고, 죽지 않고 무한증식하는 그녀의 세포 덕(?)에 실험자들은 세포를 배양하는데 드는 시간에 암세포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영원불멸의 삶을 사는 헬라세포로 실험자들에게 불리면서.
같은 암세포인데 어느 한 사람의 몸에선 수십년 동안 증식하지 않고 어느 한 사람의 몸에서 순식간에 증식할 수 있단 말인가. 암세포의 성질이 다른 것인가? 아니면 사람 인체의 무엇인가가 암세포를 변화시킨 것일까? 암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헨리 카터 어머니의 암세포는 분명 죽음을 목전에 둔 희망의 세포일 것이다. 느릿느릿한 암세포라니...불멸의 헬라 세포가 현재의 의학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처럼 헨리 카터 어머니인 M세포 또한 연구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 아닌지. 시대를 잘 못 태어난 것이 아쉽다.